오빠·언니 선생님들의 멘토

admin

발행일 2009.12.22. 00:00

수정일 2009.12.22. 00:00

조회 3,033

아무리 거칠고 험한 길이라도 누군가 함께 할 사람이 있다면 힘이 나는 법이다. 방과후 갈 곳이 없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대학생 봉사자들과 만나, 그들의 인생에 더없이 소중한 시간을 보내왔다. 바로 동생행복도우미를 줄인 일명 '동행' 프로젝트의 현장에서다. 서울시와 교육청에서 자원봉사센터와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인 '동행' 프로젝트는 대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소외계층에게 학습을 지도하고, 다문화가정의 학생들이 학교에 적응하는 것을 돕고, 방과 후 미술 및 음악 등 다양한 특별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하이서울뉴스의 김정상 시민기자는 올해 공식적으로 '동행 프로젝트'의 마지막 수업이 진행됐던 12월 18일, 한 초등학교를 찾았다. 그리고 거기서 초등학생들과 자원봉사자 대학생들의 만남 사이에 보이지 않는 조력자가 되었던 한 교사를 만났다.

놀토는 잊은 지 오래, 1년간 야근도 주말 근무도 불사

"어쩌다 보니 맡게 됐죠." 초등학교 교사인 김미영(39) 씨는 학교에서 동행 프로젝트 담당이다. 처음 동행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는 너무 좋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적으로 기존 업무와 함께 진행을 해야 하니 부담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이는 대부분의 교사들도 마찬가지여서,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했지만 담당을 하기는 꺼려했다. 그러다가 김미영 교사에게 관련된 일이 넘어오게 됐고, 이제 벌써 동행 수업을 진행한 지 1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놀토에 한 번도 쉬어 본 적이 없습니다."(웃음) 처음 그녀는 조금만 신경을 쓰면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겠다고 자신 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선별하는 일도, 봉사 대학생들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일이었다. 또한 주중은 물론 토요일까지 동행 프로젝트가 진행되다 보니 매주 학교에 나와야 했다. 혹시라도 봉사자들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생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봉래초등학교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재 김미영 교사가 적을 두고 있는 봉래초등학교는 모두 4가지 멘토링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방과 후 학교활성화를 위한 대학생 멘토링, 학습 부진 학생 지도를 위한 대학생 보조교사제, 다문화가정 학생 지원 대학생 멘토링, 그리고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대학생 자원봉사 동행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는데, 너무 욕심을 부린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1년 동안 벌여 놓은 프로그램들이 오랫동안 좋은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기 바랐기에 업무시간 외의 시간을 투자하면서 노력해왔다.

고마워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 얼굴 하나하나 떠올라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김미영 교사는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일을 맡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학생 봉사자들의 열정에 감동을 받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만도 고마운데, 아이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져주는 모습에 정작 교사인 자신도 지난 시간 아이들에게 소홀했던 것은 아닌가 하고 반성하게 된 것이다.

"시험기간에는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모습이 미안하면서도 고마웠습니다." 대학생 봉사자들은 자신이 봉사를 하는 날이면, 무슨 일이 있어도 빠지지 않았다. 보충교실을 담당한 김주리, 김민정, 정다운, 조은별과 토요휴업일 미술교실을 담당한 장경희, 윤신영, 전영재, 박혜림, 노혜정, 그리고 음악교실을 담당한 배소연, 박에스더와 도서관을 지원한 김혜연, 이승민, 끝으로 보육교실을 지원한 윤미란, 임정하 등 모든 봉사자들에게 제대로 표현한 적은 없지만 고마운 마음뿐이다. 그녀는 이들이 한 해 동안 애를 써줘서 아이들의 얼굴이 더욱 밝아진 것 같아 흐뭇하다고 했다.

"학생이라서 돈이 없을 텐데도 아이들에게 피자를 사주기도 하고,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김미영 교사는 봉사자들에게 돈을 쓰지 말라고 몇 번이나 다그치기도 했지만, 그들은 몰래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사주기도 하고, 재미난 이야기도 하면서 초등학생들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정말 고마운 분들입니다."

교육 연구원으로 선발되는 행운도 얻어

"동행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논문을 하나 썼어요. 그걸 계기로 교육연구원으로 뽑혔죠." 그녀는 일을 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동행 프로젝트에 관한 논문을 작성했다. 성공사례들과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것이 좋은 반응을 얻어 최근 교육연구원으로 선발되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그녀는 내년부터 2년간 대학원에서 교육에 관한 공부를 하게 된다.

"앞으로 '동행'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해요." 그녀는 복지관 멘토링의 사례를 예로 든다. 복지관 멘토링의 경우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인해서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데, 이를 벤치마킹해서 앞으로 동행 프로젝트도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욱 의미가 있기를 바란다고. 김미영 교사는 연구원으로 지내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연구를 체계적으로 해보고자 하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이런 동행 프로젝트가 좀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해요." 다만 아쉬운 것은 이런 멘토링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대학생 봉사자들이 단순히 학점을 따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그리고 대학생으로 제한을 두기보다는 일반인들도 동참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열어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 프로그램이 훨씬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겁니다."

그녀에게 동행 길라잡이 역할을 했던 지난 1년은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이다. 어느 해보다도 스스로 많이 배웠고, 다양한 기회가 열렸다. 많은 초등학교 교사들도 처음 학교에 왔을 때의 초심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녀는 '동행' 담당교사가 될 것을 적극 추천한다. 고생한 만큼 보람도 얻게 될 것이라고.

시민기자/김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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