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국격` 폭발적 상승
하재근(문화평론가)
발행일 2014.04.15. 00:00
[서울톡톡] 이병헌이 <터미네이터5>에 출연한다. 이병헌은 그동안 <지아이조1·2>, <레드2> 등의 영화에 출연해왔는데 이제 현대 할리우드 SF블록버스터의 상징과도 같은 시리즈에 캐스팅됨으로서 국제적 인지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최민식은 뤽베송의 신작 <루시>에서 세계적인 스타인 스칼렛 요한슨, 모건 프리만 등과 함께 연기한다. 뤽베송은 과거 <레옹>, <제5원소> 등의 영화로 유명한 감독이다.
비와 배두나는 헐리우드 복귀작인 <더 프린스>와 <주피터 어센딩> 촬영을 마쳤고, 이외에 하지원, 전도연, 하정우 등 여러 한국배우들이 할리우드 진출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우드는 왜 한국배우에게 주목하는 것일까? 시장 크기만으로 보면 중국 배우나 일본 배우가 <터미네이터>에 출연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 특히 최민식이 출연한 <루시>의 경우 배경이 대만이기 때문에 중화권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을 텐데 굳이 한국 배우를 선택했다. 보통 매체에선 한국 배우의 출중한 영어 실력, 연기력, 배우로서의 몸관리 등을 꼽지만 그것들을 결정적인 이유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중국이나 일본에도 영어 잘 하는 연기파 배우들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왜 한국인가?'에 대한 대답으론 부족하다.
이병헌이 처음 할리우드에 진출한 후 할리우드 관계자들과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관계자들이 '여기선 이병헌이 비틀즈다'라며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가 가는 곳마다 구름 관중이 몰려들며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을 통해 할리우드에서 한국의 위상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수준으로 급상승했다. 아시아 마케팅 차원에서 아시아 배우의 캐스팅을 고려할 때 한국이 1순위에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
한류가 인구, 경제규모 등 모든 면에서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열세인 한국을 밀어올린 셈이다. 얼마 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시장에 진출하려면 한국드라마에 협찬하라'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한국이 아시아의 문화적 관문이자 핵심 거점 수준으로 부상하는 느낌이다.
<어벤져스2> 촬영도 이런 흐름 속에서 벌어진 사건이고, 미국의 유명 프로그램인 <베첼러>와 <도전! 수퍼모델>이 얼마 전 서울에서 촬영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도전! 수퍼모델>은 180여 개 국에서 방영되는 전지구적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주목받는 도시'에서 특별촬영을 해왔는데 이번엔 서울을 선택했다. 그들이 서울에 온 이유에 대해 진행자는 "최근 주위에 케이팝을 듣고, 한국 음식을 먹고, 서울 얘기를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호기심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서울에 왔다 ... 이젠 전 세계의 소년 소녀들이 우리 방송을 본다. 이들을 매혹할 도시를 찾아야 했다. 질문에 대한 답이 서울이었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엔 21세기의 마돈나라고 불리는 레이디가가가 미국의 케이팝공연장을 찾았고, 그때 한국가수의 공연모습이 뉴욕타임스를 장식했다. 올 여름엔 한국 걸그룹 크레용팝이 레이디가가 투어의 오프닝 무대에 설 예정이다. 퍼렐 윌리엄스는 지드래곤에게 먼저 SNS 팔로잉을 하며 한국 가수와 공동작업하고 싶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저스틴 비버는 팔뚝에 하회탈과 한글 문신을 새겼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렇게 외국에서 한국을 주목하는 가운데 우리는 이제 웬만한 소식은 덤덤하게 넘기게 됐다. 크레용팝의 레이디가가 투어 오프닝 무대 소식은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대중문화계를 들썩이게 할 만한 뉴스였다. 하지만 이젠 단신 정도로나 여겨지는데, 심지어 크레용팝은 투어 전체를 함께 해달라는 레이디가가의 요청을 국내활동이 바쁘다며 거절하기도 했다.
투애니원 빌보드 앨범차트 61위 진입이나 지드래곤 빌보드 연간차트 진입도 별 화제가 안 됐지만, 몇 년 전만 해도 9시 뉴스에 나올 사건이었다. 한국의 문화 국격이 옛날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수준으로 올라갔다는 뜻이다. 이렇게 대중문화산업이 한국을 폭발적으로 밀어올리는 현상은 당분간 계속 될 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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