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2월 27일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해 첫 출근을 하던 날. 엄마가 사준 정장을 입고 떨리면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지하철에 올랐다. ‘첫 월급을 타면 제일 먼저 부모님 운동복을 한 벌씩 사드려야지… 그동안 친구들한테 많이 얻어먹었는데 한턱 크게 쏘고… 아니, 아니야. 내 손으로 일해서 번 돈인데 함부로 쓸 수는 없어. 적금부터 하나 들어놓고 남은 돈을 써야지.’ 규모는 작은 회사였지만 차라리 그게 다행이었다. 회계업무는 회사가 크면 클수록 힘들다고 친구들이 얘기했었기 때문이다.
2009년 5월 22일 아무래도 회계업무는 내 적성이 아닌 것 같았다. 하루 종일 숫자와 씨름하는 것도 힘들었고 월말이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결산을 해야 하는지 몇 달을 하고도 알 수가 없었다. 나를 볼 때면 눈꼬리부터 올라가는 부장님, 함께 야근해주느라 고생하는 과장님… 다들 볼 면목이 없었다.
그래서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조퇴를 해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를 찾았다. 상담사님과 만난 첫날은 얼마나 떨리던지 꼭 면접을 보는 것 같았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이직을 원하세요?” “네. 지금 하는 거 말고 미용 관련 일을 해보고 싶어요. 그 중에서도 피부 쪽으로….” 아니, 왜 그렇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는지 모르겠다. 분명히 하고 싶은 일 맞는 데, 왜 그랬지…?
2009년 6월 2일 상담사님께 또 전화가 왔다. 벌써 지난주부터 미용 관련 교육 과정을 알려주면서 등록해보라고 하셨는데 대답을 미루고 있었더니 걱정이 되신 것이다. 열심히 배워서 자격증까지 따면 좋은 일자리를 알아봐 주시겠다고 했는데 이건 뭐 엄두가 안 났다. 회사에 무슨 이유를 들어 사표를 낼지, 들어놓은 적금을 어찌 해야 할지, 부모님께는 또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취직한지 몇 달 안 돼 그만두면 친구들은 또 뭐라고 할지… 모든 게 걱정이었다. 그렇게 망설임이 계속되고 있었다.
2009년 8월 6일 자존심이고 뭐고 다 접었다. 결국 종합소득세신고를 하면서 사고(?)를 친 나는 회사를 퇴사하고 피부미용관리학원을 다녔지만 떨어지고 말았다. ‘그냥 상담사님이 추천해준 대로 저렴하고 교육 과정도 알찬 센터에서 배울 걸…’ 다시 상담사님을 만날 때는 정말 손에 땀이 나도록 죄송했다. “동생 같아서 말씀드리는 건데 늦었다거나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그러기엔 나이가 너무 아깝잖아요. 본인에게 당당한 일이라면 무엇을 해도 되는 때예요.”
2009년 9월 1일 새로운 출발. 셀프피부관리실 매장관리와 에스테틱 피부관리담당 등 센터에서 추천받은 두 가지 일자리 중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경력을 쌓기에 좋을 것 같아서였다. 상담사님이 직접 에스테틱 실장님에게 잘 배우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셨다니 마음도 편해지고 자신감도 생겼다.
이제는 앞만 보고 열심히 할 생각이다. 아직 손님들을 대해본 경험이 없어서 걱정은 되지만 뭐 어떤가. 주눅들지 말자. 정말 나는 일이 좀 미숙하고 그래서 실수를 하더라도 예쁘게 보이는 나이니까 말이다.
김**(여, 20세)
■ 일자리플러스센터 : 1588-9142 / 홈페이지 : job.seoul.go.kr |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