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직업을 설계해 드립니다
admin
발행일 2010.08.05. 00:00
“당신의 취업을 도와드립니다” 그러니까 정확히 중복이었다. 이 따가운 날에 그것도 가장 더운 시간인 오후 두 시,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이 그저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몸에서 시큼한 땀 냄새가 올라오고, 습도 높은 날씨 덕분에 살짝 불쾌지수도 오르려는 그때. 그녀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찾아가는 여성취업 상담버스인 ‘일자리부르릉’에서 취업설계사로 일하고 있다. 일을 시작한 지 4개월, 이제 막 적응을 시작한 새내기였지만 그녀는 그 일이 마음에 드는 듯했다. 일자리부르릉 버스는 낮에 여성들이 많은 아파트 단지, 대형마트, 행사장 등을 찾아가 맞춤형 취업지원을 해준다. 주로 경력단절 여성이나 전업주부들이 대상이다. 지난해 3월 시작한 이래, 10,000여 명이 상담을 받았고, 700여 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2010.7 기준) “저도 아이를 낳고 주부로만 살던 때가 있어서, 누구보다 주부들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어요. 때로는 가까운 사람보다 낯선 사람한테 자기 얘기를 편안히 하기도 하잖아요. 상담을 하다가 속 깊은 얘기까지 하는 건 그런 이유일 거예요. 제가 하는 일이 기본적으로 직업이나 교육을 소개하는 것이지만, 그럴 때는 친구나 언니 같은 마음으로 대합니다.” 열교환기 설계 → 부동산 중개업 → 취업설계사까지 다양한 취업상담 얘기를 듣고 있다가, 문득 그녀의 과거가 궁금해졌다. 예전에도 상담을 해봤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기계과를 졸업했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28살에 결혼하고 30살에 첫 아들을, 35살에 둘째 아들을 낳았다. 많은 여성이 그렇듯 육아는 그녀의 삶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바꿔놓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취업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틈나는 대로 책을 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자격증을 따고, 친구들과 부동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경쟁업체도 많았고, 그만큼 부지런해야 밥그릇을 챙길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다시 가정으로 돌아왔다. 가정생활을 하는 중에도 자신을 좀 더 발전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아이들 때문에 내 일을 못했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얻었죠. 다만, 고민만 하고 있는 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봐요. 마음을 먹었으면, 실천하는 게 중요해요. 일단 도전하면 길은 열리게 마련이죠.” 아들의 꿈은 보안전문가 그럼, 그녀의 아들은 어떤 길을 가고 싶어할까. 왠지 취업설계사의 아들은 부모로부터 남다른 조언을 받지 않았을까. 큰아이는 보안전문가가 되고 싶어했다. 많은 이들이 그게 안정적일까,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일까를 생각하는데, 그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누구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면, 겁을 먹기 마련이다. 그러나 거기서 한 발 나아가지 못하면, 항상 제자리걸음만 할 뿐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가는 길. 어느덧 한낮의 무더위도 누그러져 있었다. 머릿속에는 그녀가 건넨 한마디 말이 맴돌았다.
하이서울뉴스/조선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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