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사라고 불러주세요
admin
발행일 2009.11.03. 00:00
돌고래는 동물이 아닌, 친구입니다
오래 전에 가본 돌고래쇼장은 기억보다도 훨씬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긴 장화와 작업복을 입은 박창희 주임은 이미 11시 쇼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일 한 지는 10년 정도 됐습니다."(웃음) 박창희 조련사(34)가 돌고래와 함께 한 지도 올해로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그가 돌고래를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이다. 동물조련을 전공한 그가 돌고래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교수님의 추천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돌고래가 단순히 매력적인 동물이라고 생각했지만, 조금씩 돌고래를 공부해 가고, 함께 지내면서 단순한 동물만은 아니라고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돌고래는 동물이 아닌, 친구입니다." 그는 돌고래가 말은 못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읽고 있다고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라고 말한다. 조련사도 사람이다 보니 365일 기분이 좋을 수만은 없다. 그런데 돌고래는 조련사의 기분을 기가 막히게 알아낸다고 한다. "가끔은 조련 중에 돌고래가 윙크를 해요. 제가 그렇게 느끼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럴 때는 온몸에 전율이 일죠." 돌고래와 함께 생활을 하다 보면, 돌고래는 더 이상 동물이 아니라는 말이다. 조련을 하다가 돌고래와 둘이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는 것도 이제는 자연스러워진 지 오래라고 한다. 30분의 쇼는 돌고래, 관객, 자신과의 교감하는 시간
"돌고래를 조련하다 보면, 가끔 그런 생각도 들어요. 제가 조련하는 것이 아니라 돌고래가 나를 조련하고 있다는…."(웃음) 또 다른 조련사 박민우(28) 씨는 돌고래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하다 보니, 신비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마치 돌고래의 움직임에 맞춰서 자신이 행동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조련이라는 것은 마치 춤을 추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듯했다. 춤을 추는 서로가 리듬을 타고, 흥이 나야 하듯이 누군가 좀더 적극적인가에 따라 조련사가 리드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돌고래가 조련사를 리드하기도 한다는 말이다. "요즘은 동물들과 함께 쇼에 참가하고, 뭔가를 해내기 때문에 조련사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힘들어졌죠.(웃음)" 서완범 조련사(29)는 돌고래쇼가 꽤 인기를 얻고 있는 데는, 돌고래와 사람이 어울리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좋은 느낌을 주기 때문일 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조련사의 입장에서는 물과 뭍을 오가면서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쇼가 끝나고 무대 뒤로 돌아오면 온몸에 힘이 쏙 빠져버려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일상이라고 한다. "돌고래쇼 조련사는 어떤 쇼맨십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이선협 조련사(29)는 단순히 돌고래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건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호응을 얻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돌고래쇼는 단순히 동물을 잘 조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많은 관람객들과 함께 이야기를 통해서 교감할 수 있는 자질도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쉬는 시간에는 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부족한 부분을 조련하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돌고래도 가끔은 공연장에 나가기 싫어한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돌고래 조련사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어요." 대부분의 동물조련을 전공한 학생들은 돌고래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이 분야로 지원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오래 견디지 못하고 떠난다. 그런 부분에서 선배 된 입장에서는 안타까움이 많다. 시간과 정열을 낭비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박창희 주임은 목표를 세웠으면 좀 더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하지만 보기와 다른 것이 무대 뒤의 생활이긴 하죠."
"사실 너무 힘들어요. 자주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혀요. 저희는 남자라서 좀 덜할지도 모르죠. 여성조련사들은 아마 두 세배 힘들 겁니다." 박민우 조련사는 체력적인 한계를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든다. 그만큼 물속을 드나드는 일은 많은 체력소모를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저희가 힘든 것보다도 돌고래들이 힘들어 할 때가 더 안타깝죠." 이선협 조련사는 돌고래도 가끔은 공연장에 나가기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많은 수의 관람객들은 와 있고, 돌고래는 나가기 싫어하고 하면 조련사의 입장에서 난감한 경우가 많다. 관람객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지만, 돌고래의 건강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숙된 관람 문화가 무엇보다 중요해 "가끔 공연을 하다 보면 돌고래를 맞추려고 하는 큰 아이들이 있어요. 그러면 돌고래들은 조련사의 말을 듣지 않게 돼요. 화가 난 거죠." 공연을 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황당한 일이 자주 일어난다. 돌이나 장난감으로 돌고래를 맞추려고 하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도 있고, 때로는 어른들도 먹이로 그들에게 장난을 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럴 때는 아무리 훈련이 된 동물들도 혼란을 겪게 된다. 공연은 당연히 엉망이 되기도 한다. 최악의 상황이 되지 않도록 최대의 노력을 하지만, 통제가 불가능할 때도 있다. 해결책은? 서둘러 쇼를 마무리 하는 것이다. 물론 아주 드물긴 하지만 말이다. "난감한 적이라고 한다면, 돌고래와 호흡이 맞지 않는 거죠. 대부분은 돌고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런 건데, 사람들은 쇼가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은 거 아니냐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때는 어떻게 설명을 드릴 수도 없고 답답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어떤 분들은 돌고래쇼에 대해서 기대감이 커서 이것밖에 안 돼냐, 외국에서는 어땠다, 하시면서 환불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때는 기대만큼 못했다는 것이 죄송하기도 하지만, 다섯 마리의 돌고래, 그리고 다섯 명의 조련사가 1년 365일 공연을 하는 점을 고려해 주면 조금은 좋을 것 같다고 말한다. "동물원 돌고래쇼장으로 올라오는 길은 꽤나 매력적입니다. 눈이 오는 날도, 비가 오는 날도 늘 이 길을 걷고 다니는데,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습니다. 연인들과 함께 걷기에 정말 좋은 곳이죠." 매일 그 길을 걸어서 출근하는 돌고래쇼 담당자들은 한번쯤 와보면 누구나 반할 만한 길이라고 한다. 큰 호수와 산이 어우러진 풍경은 그만이라는 것이다. 그 길을 따라 산책을 하고, 즐거운 돌고래쇼를 본다면 그만한 데이트코스도 없다는 뜻이다. 이번 주말, 박창희, 서완범, 박민우, 이선협 조련사와 돌고래들을 만나러 서울동물원으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그들의 이야기 때문에 돌고래쇼가 어쩌면 좀더 재미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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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김정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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