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병 환자, 재빨리 체온부터 식혀야!

신종환

발행일 2011.08.16. 00:00

수정일 2011.08.16. 00:00

조회 3,499

평소 건강한 40대 남자가 초여름에 10km 달리기 경기를 하던 중 도로 위에 쓰러졌다. 근처 병원에서 수액치료를 받았으나 경련이 반복되자 그는 다시 대형병원으로 옮겨졌다. 대형병원 내원 당시 환자는 눈을 뜬 채 계속 입을 오물거리면서 몸을 비틀고 사지를 떠는 혼수상태였고, 맥박이 빠르고 체온이 39.2도나 되었다. 피부는 전반적으로 뜨거웠고 붉게 발적되어 있었으며 땀은 많지 않았다. 열사병으로 진단받은 그는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의식을 많이 회복하였으나 계속적인 다발성 장기부전(간, 신장, 심장, 혈관 등 여러 중요 장기가 기능이 저하된 상태)이 진행되어 입원 5일 째 되던 날 사망하였다.

별다른 질환이 없는 20대 중반 남자가 9월 예비군 훈련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는데, 그는 훈련 중 물을 마시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환자는 경련을 하지는 않았지만 피부는 전반적으로 뜨거웠다. 체온은 38.5도, 땀은 거의 흘리지 않았다. 의식을 잃은 후 주변 동료들에 의해 그늘에서 안정을 취하고 곧바로 의식을 회복하였고 이후 병원에 내원하여 수액치료를 받았으며 검사상 특별한 이상한 점이나 증상이 없어 퇴원하였다.

앞의 2명의 환자는 모두 더운 환경에서 발병한 경우로, 첫 번째 환자는 합병증이 발생한 열사병이고, 두 번째 환자는 신경학적 이상이 없고 다른 합병증 없이 회복된 일사병에 해당된다.

일반적으로 열사병(heat stroke)과 일사병(sunstroke)은 다른 질환이나 일상에서는 혼동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사병은 강한 직사광선을 오래 받아 일어나는 질환으로 여름 뙤약볕에 오래 서 있거나 행군 및 노동을 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심한 두통과 현기증이 나고, 숨이 가쁘고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도 하는데, 차고 서늘한 곳에서 안정을 취하거나 보존적인 치료로 대부분 증상이 호전된다. 일사병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수분 섭취 및 휴식을 충분히 해야 한다.

하지만 열사병은 치료를 해도 합병증에 의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며,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늦게 치료를 받게 되면 사망률이 30%에서 80%까지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생존하는 경우에도 영구적인 신경학적 손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열사병 환자의 통계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으나, 대부분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행군을 한 군인이나 과도한 운동을 한 경우, 고온 다습한 장소에서 급성 및 만성 질환으로 체온 조절이 안 되는 상황에 처한 환자, 특히 혼자 사는 노인 환자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밀폐된 공간(창문이 닫힌 차량)에서 어린이 열사병 환자가 발생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열사병은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고전적인 형태(classic 혹은 nonexertional)와 운동 유발성(exertional)으로 분류되는데, 고전적 열사병은 고온 다습한 외부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어 외부로부터의 열 공급 증가가 원인이며, 운동 유발성 열사병은 비교적 젊은 성인에서 운동으로 인해 체내에서 생산된 열이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충분히 발산되지 못한 결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열사병을 구분하는 것은 임상적으로 중요하지 않으며, 열사병이 의심되는 환자가 발생하면 열사병의 형태와 상관없이 신속한 체온 하강 및 여러 장기 기능을 유지시키는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치료의 지연은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열사병은 중심체온이 40도 이상인 경우와 의식이 변화된 경우가 특징적인 소견으로, 이유 없이 흥분된 상태 혹은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거나 환청이나 환시, 판단장애, 경련, 혼수 등의 신경학적 이상 소견을 보인다. 이와 같은 의식변화가 높은 체온과 함께 있는 경우 병원에서 신속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일반인들이 열사병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는데, 운동 유발성 열사병에서는 땀을 흘리는 경우가 많고, 실제 열사병 환자의 반 이상이 땀이 관찰되므로 땀을 흘린다고 해서 열사병 환자가 아니라고 해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군인들의 행군이나 운동선수들이 운동을 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온도가 아주 높지 않으나 상대습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행군이나 운동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아 열사병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온도와 상대습도를 고려하여 군인들의 행군이나 운동선수의 운동 시행을 결정해야 한다. 또 노인과 함께 사는 가족이나 지역사회에서 노인을 돌보는 사람들은 노인이 열사병에 걸리지 않도록 거주하는 곳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거나 그렇지 못한 경우는 온도와 습도 조절이 가능한 장소로 노인을 옮겨야 한다. 이와 같은 온도와 상대습도를 고려한 열지수(heat index)가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으며 기상청과 소방방재청에서 열지수 혹은 폭염지수를 여름에는 매일 발표하고 있으므로 참고하면 열사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열사병이 의심되는 환자가 발생했을 때는 현장에서 환자를 그늘로 옮기고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환자의 체온을 식히며(옷을 벗기고, 물을 뿌리고 선풍기를 틀고, 얼음을 목과 겨드랑이 사타구니에 위치시켜 준다), 빨리 119에 도움을 요청하여 병원으로 환자를 옮기도록 해야 한다. 물과 음식을 함부로 주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병원으로 옮긴 환자는 의료진에 의해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신속하게 체온을 떨어뜨리는 치료를 시작하고 여러 중요한 장기(뇌, 심장, 간, 신장, 혈관등)의 기능을 유지시키는 중환자 치료를 병행한다. 

 

■ 열사병 및 열 관련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

1. 개인 예방 방법
   ① 야외활동 시간을 줄이고 덜 더운 시간에 활동한다.
   ② 끼지 않는 헐겁고 밝을 색의 옷을 입는다.
   ③ 체내에서 열을 발생하는 단백질 섭취를 줄이고, 대신 탄수화물 섭취를 늘린다.
   ④ 갈증이 없더라도 물을 충분히 자주 마신다.
   ⑤ 탈수를 유발하는 알콜 음료는 피한다.
   ⑥ 햇빛에 직접적인 노출을 피하고 그늘을 만들어주는 물품을 챙긴다.
   ⑦ 운동을 할 때는 운동량과 시간을 조금씩 점차적으로 늘려 더위에 적응하는
       시간을 갖는다.

2. 공공기관에서의 예방 방법
   ① 날씨 정보(열지수 혹은 폭염지수)를 정확히 알려준다.
   ② 열사병에 높은 위험군의 사람들 혹은 환자를 냉방장치가 있는 장소(공공기관,
       백화점, 쇼핑몰, 은행 등)에 접근할 수 있도록 홍보한다.
   ③ 충분한 수분 섭취를 강조한다.
   ④ 만성병 환자 및 노인들에게 광범위한 지역사회 의료를 제공한다.
   ⑤ 노동자, 운동선수, 군인들에게 적응훈련을 시킨다.
   ⑥ 운동지도자, 교사, 노인시설 운영자 등에게 열 관련 질환에 대해 교육한다.
   ⑦ 아이를 차량이나 밀폐된 공간에 혼자 두지 않도록 부모들을 교육한다.

글/신종환(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서울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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