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스럽게 자신의 삶을 던지면 `별`에 가까워진다

김별아(소설가)

발행일 2014.02.21. 00:00

수정일 2014.02.21. 00:00

조회 1,869

클라이밍(사진 wow서울)

재능이란 '관심'의 다른 표현이다.
단 집요한, 목숨을 내건 관심이다.

--이성복 산문집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중에서

[서울톡톡] 발명가 에디슨의 '천재는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땀으로 이루어진다'는 격언은 재능보다 노력이 중요함을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보상이 있으리라고. 하지만 이 말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이 있으니, 99퍼센트의 노력도 1퍼센트의 재능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백여 년 전 인터뷰에서 이 말을 내뱉은 에디슨의 진짜 의중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갑론을박의 문제다. 하지만 최소한 '예술'의 영역에 있어서 평범한 노력가를 절망시키는 비범한 천재의 재능은, 인정하기 고통스럽지만, 의심할 수 없이 명백하다.

재능보다는 노력을 믿을 수밖에 없는 둔재인 나는, 그 '1퍼센트'에 대한 목마름으로 번번이 좌절하곤 한다. 아무리 발버둥질해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빛나는 성취는 여전히 먼 곳에서 반짝이는 별이다. 그러나 결코 '필승(必勝)'이 될 수 없는 '필패(必敗)'의 작업에 지금껏 매달려온 까닭은 언젠가 그 별을 잡을 수 있으리라는 헛된 욕심 때문이 아니다. 최소한 그것의 정체를 알고 있는 한, 별을 향해 다가가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리라는 다짐에 가깝다.

습작 시절부터 신진 작가로 불리기까지 내 주변에는 나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이 많았다. 고작 스무 살에 삶의 통찰이 깃든 문장을 멋들어지게 뽑아내는 친구도 있었고, 배워서는 알 수 없는 뛰어난 감각과 풍성한 감성을 애초부터 타고난 친구도 있었다. 아둔한 나는 그들의 재능이 부러워 남몰래 질투로 애태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그들 중의 많은 수는 붓을 꺾고 글판을 떠나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의 삶이 실패한 것이 아니고 그들의 재능이 사라진 것도 아니지만, 이제는 감히 말할 수 있다.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글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쓰지 못할 때, '재능'은 더 이상 의미를 가질 수 없다.

그때부터 나는 재능이 '열정과 노력'의 다른 이름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그리고 재능이란 '관심'의 다른 표현이라는 이성복 시인의 말을 듣는 순간, 나의 생각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했다. '관심'은 '끌림'이다. 어쩔 수 없이,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가고 구미가 동한다. 세상의 가치와 남들의 평가에 아랑곳없다. 그저 내 몸과 마음이 저절로 한곳으로 이끌린다. 그런데 여기에 중요한 조건이 붙는다. 오로지 집요한, 목숨을 내걸 만큼의 관심이어야 비로소 재능이 될 수 있다는 것! 고집스럽고 끈질기게 자신의 삶 전부를 던지지 않으면, 손끝에 닿을 듯 닿지 않는 별에 끝끝내 가까워질 수 없으리라는...... 가혹한 진실이다.

문화예술계의 척박함이 온 세상에 소문난 지금도 이따금 글을 쓰고 싶다, 연극을 하고 싶다, 만화를 그리고 싶다. 밴드를 하고 싶다는 젊은 친구들을 만난다. 하고 싶으면, 하면 된다. 아니, 해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하고 싶다는 말만 중얼거리며 망설이는 까닭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먹고 살기 힘들까 봐, 그리고 자신의 재능을 믿지 못해서. 전혀 다른 이유인 듯하지만 기실 그것은 둘이 아닌 하나다. 정녕 목숨을 걸 만큼 절박한 관심이라면, 굶어죽든 그 거대한 파고에 풍덩 빠져죽든 두려울 것이 없을지니. 내게 그런 재능이 있는지는 오직 스스로 물어봐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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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 #재능 #열정 #천재 #에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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