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이라면 이런 음식물 쓰레기는 염소나 소를 주면 해결되는데 말야." 잠깐 우리집에 다니러오신 친정어머니께서 사과를 먹고 남은 껍질을 보면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어머니 말씀대로 아직도 시골은 동물 뼈나 생선뼈들은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던져주면 그만이고, 과일껍질이나 푸성귀들은 소나 염소 우리에 넣어주면 그만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밖의 음식물 쓰레기는 논밭 한 구석에 모아두면 자연적으로 퇴비가 되어 농작물을 키우는 데 매우 유용하다.
5년 전 봄에 나는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음식물쓰레기처리장을 견학한 적이 있다. 그때, 건물 입구에서부터 풍겨나오는 악취는 손사래를 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버린 엄청난 양의 음식물쓰레기를 거기서 처리해준다고 생각하니 더 없이 고마웠다. 그곳에서는 음식물퇴비화 시설을 설치하여 음식물을 퇴비로 만들어 판매하거나 주말 농장 등에 무료로 공급해 준다고 했다. 사료화는 수익성도 높고, 이곳에서 처리된 음식물쓰레기들은 거의 100%에 가깝게 재활용된다니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런 작업을 하는 데는 간혹 고충이 뒤따른다는 말을 들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잘 분류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혼합 배출한 경우란다. 이쑤시개부터 심지어 숟가락, 젓가락까지 나와 처리하는 과정에 커다란 방해가 된단다. ‘나 한 사람 정도야’하고 버린 혼합배출이 그 곳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얼마나 많은 수고를 끼치게 하는 행위인지를 꼭 생각해 봐야겠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도 참 중요한 것 같다. 언젠가 골목길을 걸어가다 길가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 속에서 개봉도 안 된 어묵봉투를 발견한 적이 있다. 이렇게 장보기를 계획적으로 하지 못하여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마트 전단지의 할인 유혹에 넘어가 계획 없는 식재료들을 한꺼번에 구입했다가 유통기한을 넘기게 되자 쓰레기로 버린 것이다. 이렇듯, 식단을 계획적으로 짜지 않고 음식재료를 대충 구입하다보면 음식물쓰레기의 양은 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식단짜기를 생활화하여 계획에 없는 식재료를 미리 구입하는 실수를 줄여야겠다.
환경부가 밝힌 우리나라 국민 전체의 1년간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비용은 약 15조원. 이것은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70개를 건축할 수 있고 1년간의 자동차 수출액과 맞먹는 비용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경제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뒤집어 생각하면 국민 개개인이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이처럼 어마어마한 금액의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그 날 견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함께 견학한 이들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었다. "여기는 우리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견학와야 해요. 만약 이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물쓰레기들이 처리되는 과정을 본다면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음식물쓰레기를 배출했던 자신들의 행동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거예요."
무슨 생각에선지 어머니는 도마를 가져오시더니 먹고 남은 과일껍질들을 또각또각 썰기 시작하신다. “뭘 하시려구요?” 의아해하면서 어머니께 묻자 어머니는 싱긋 웃으시면서 말씀하신다. “아까 빌라 옥상에 올라갔더니 토끼가 한 마리 있더라.” 친환경적인 사랑이 몸에 배인 친정어머니의 마음은 아직도 여전하신가보다.
시민기자/서형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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