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재발견하는 곳, 하이서울뉴스

admin

발행일 2009.11.19. 00:00

수정일 2009.11.19. 00:00

조회 3,426

인터뷰어, 인터뷰이가 되다

시민기자 김정상

편집부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2기 시민기자 활동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써 줄 수 없겠냐는 것이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나는 나를 인터뷰하기로 했다. 바쁜 오전 시간을 보내고, 잠시 한가한 틈을 타 딴 생각을 하고 있는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불렀다.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쭈뼛거리는 모습이 수줍음 많은 고등학생을 떠올리게 하는 그는 사실은 30대를 훌쩍 넘은 사내다. (아마도 정신연령은 고등학생이 아닌가 한다.)

1년 전 서울시로부터 한 통의 메일이 발송됐다. 그 메일은 서울시의 소식을 담은 작은 메일이었고, 그 안에서 변화의 새로움을 느낀 그는 하루하루 배달되어 오는 메일을 클릭해 보기 시작한다. 그것이 하이서울뉴스와의 첫만남이었다.

그는 기사에 대해서 댓글을 달다가, 그 대부분의 기사가 시민기자들에 의해서 작성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을 하게 되고, 시민기자가 되면 취재하고 싶은 일들을 목록으로 정리했다. 사람들의 말을 듣는 것을 좋아하던 그는 듣는 것처럼 쓰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무작정 지원서를 넣었고, 얼마후 합격통지를 받았다.

그때 서울시는 간단한 서류심사를 통해서 180명을 선정했다. 우연히 그 숫자에 들었지만, 사실 운이 있었을 뿐 실력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시작은 더욱 쉽지 않았다. 우선은 뭘 써야 할지도 막막했고, 또 어떻게 쓰는 것이 재미있는 지도 알 수 없었다. 하이서울뉴스를 읽는 독자층도 다양했기 때문이다. 먹지도 못할 큰 떡을 삼킨 아이처럼 그렇게 한동안 물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렇게 서울시에서 나오는 뉴스들을 관심 있게 보고만 있던 중, "서울을 아름답게 하는 건 그 안에 사람들 때문일 거야"라는 생각으로 서울시민의 인터뷰 코너를 제안을 하게 된다. 제안을 하고 2주 정도 지났을 때일까. 실제로 서울인코너가 만들어졌다. 그는 당시 어떤 책임감과 함께 자신도 뭔가를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동안 만났던 사람들을 하나 둘 떠올린다. 그 중에는 크리스티나, 김용우 같은 유명인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택시기사, 택배어르신, 이발사 등 묵묵히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이웃들이었다. 그 안에는 어르신도 있었고,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도 있었다. 모두 서울의 얼굴들이었다. 그들과의 만남은 시간을 좀더 가치 있게 써야겠다라고 생각하게 했고, 동시에 평범하고 무료한 일상에 산뜻한 청량제 역할도 해 주었다.

"제게 하이서울뉴스 시민기자는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또 한편으로는 저 스스로도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지는 않지만, 원고료로 친구들에게 술도 한잔씩 사기도 했죠."

그는 사실 처음 시민기자를 하다 보니 사고도 많이 저질렀다.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만들었던 명함이 문제가 되기도 했고, 취재를 통해 얻은 자료를 가공해 다른 곳에 글을 올렸다가도 말썽이 되기도 했다. 그런 지적과 경고도 있었지만, 그에 못지 않게 기사에 대해서 많은 격려를 해 준 곳도 역시 편집부였다.(그는 사고뭉치임에도 우수기자라는 영예는 두 번이나 차지했다.)

그는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만난 분들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한 분들도 그랬지만, 함께 시민기자로 활동했던 많은 어르신들은 그에게 많은 조언을 해 주었고, 그만큼 삶이 더욱 풍요로워졌다. 연말이면 3기 시민기자 모집 공고가 날 터인데, 벌써 2기가 끝났는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고.

"관심을 가지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입니다. 하이서울뉴스 시민기자에 지원해서 서울시민의 자부심을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그는 다음 기수에 시민기자들이 더욱 많이 참여해 서울이라는 보물섬을 끊임없이 새로 발견해 주기를 바란다. 또 그는 6개월 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이 정말 값졌다고 회상한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기회를 누려 보기를 권하는 것이다.

그는 나였고, 또 나는 우리였다.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서울. 이웃과 나누는 좋은 소식들이 늘어날수록 서울은 더욱 행복한 도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건 3기 시민기자들에게 주어진 몫이기도 하다고 그는 말한다.

고칠 곳이 없을 때가 가장 두렵다

시민기자 장경아

속된 말로 팔자에 없는 글을 쓰고 있다. 아니, 팔자에는 있었지만 알지 못했기에 돌고 돌아왔다고 나름 정리해버렸다. 그래야 속이 편하니까. 아주 오래전, 점집을 찾아갔었다. 동자 신을 모신다는 내 나이 또래의 점쟁이가 그랬다. 글을 쓰라고. 그래서 그런가. 낯설지만 왠지 익숙한 길을 걷는 랑데뷰처럼 늘 글을 써왔던 느낌이다. 하지만 속도는 더듬더듬 나아간다. 30, 31, 32, 33……킬로미터. 계기판에 빨간 실눈금의 간격만큼이나 더디다. 뒤에서는 빵빵거리고, 옆에서는 손가락질에 욕하며 지나가도 개의치 않는다. 그런들, 어떠리. 때론 눈물을 찔끔거리고, 때론 씩 웃는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차 뒷 유리에 붙어 있는 메모를 보라고. ‘꿈꾸고 있음. 보험처리 됨!’

어느날 문득 글을 써볼까란 생각을 가졌었다. 점쟁이 말처럼. 그런데 무슨 글을 어떻게 쓴단 말인가. 너무 막연했다. 난 얼굴도 예쁘지만(?) 성격도 좋다. 안 될 것 같으면 빨리 포기하고, 현실 앞에서는 타협도 빨랐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 죽고 사는 문제 외에는 급할 게 없었다. 왜냐고. 인생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이 고장 났으니까. 더구나 나이보다 조숙했다. 삶이란 어떻게든 살아질 테고 시간은 흐를 것이란 평범한 진리를 일찍 깨우친 탓이다. 그리고 그 평범함도 아무나 가질 수 없다는 사실, 나는 알아버렸다. 그런데 살다보면 문득 이런 날이 있지 않은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 서있는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죽을 만큼 얻기 위해 노력했는가? 의문형이 머릿속을 꽉 채우는 날. 그런 날에는 하늘을 봤다. 맑고 청명하고 높은 하늘을. 어떤가, 꽤 폼나게 철학적이지 않은가.

아, 얘기가 길었다. 하지만 이렇게 설명하지 않고는 이해하지 못하리라. 여기서 더 구구절절 풀어놓으면 삼류영화 시나리오쯤 될 터. 그래서 각설하고, 그 즈음, 그러니까 6년 전이다. 서울시청 시민기자 모집공고를 봤다. 정말 우연이었다. 마침 진로를 바꿔 글쟁이가 되었거나 했을 무렵으로 기억된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글쟁이를 흉내 내고 있었다. 쓰고 싶지 않은 글을 쓰고 있을 때, 쓰고 싶은 어설픈 글을 시민기자 게시판에 올렸었다. 완전 초보자였다. 벌써 6년의 세월이다. 6년을 하루같이 열심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그때보다 지금 더 열심히 한다. 왜냐고? 단순하다. 글에 대한 평가와 격려가 있기 때문이다. 편집실에서 원고가 고쳐질 때면 ‘왜 나는 이 표현을 생각 못했던가’ 더욱 분발하게 된다. 아마도 고쳐지지 않는 그날까지 쭈욱 이어질 것이다.

나는 지금을 즐긴다. 그리고 내가 머문 이곳에서 써야할 소재들을 나답게 써나갈 수 있는 이 글쓰기를 즐긴다. 마음만 먹으면 잡히는 것이 소재고, 과장 좀 해서 팔을 뻗으면 모두 내 영역 안이다. 전철이나, 버스로 이동하기도 쉬워 마음과 행동이 일치하는 합일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나에겐 예쁜 조카들이 4명이나 있다. 그들의 성장과 발 맞춰가며 추억을 기록하고 싶어 자주 동행한다. 물론 부모님을 모시고 갈 때도 있었다.

다른 기자가 추천한 곳도 가보고, 기사거리 찾아 미리 가보기도 하고, 동행이 여의치 않으면 취재하고 돌아와 다시 찾기도 했다. 갔지만 쓰지 않은 곳도 있다. 이럴 땐 외출일 뿐이다. 그들의 반응에 따라 기사의 말미도 달라진다는 것, 재미있다. 치우친 내 시각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시각이 곧 독자들의 시각이기도 했으니까.

나는 글을 쓰면서 고칠 곳이 없을 때가 가장 두렵다. 물론 없는 경우는 흔하지 않지만, 내 지식이 바닥을 보이는 것 같고, 내 자신을 다 내보인 것 같아 부끄럽다. 그래도 한발씩 뗄 수 있는 건 나는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느린 속도로. 어느 문장학자의 말을 오늘도 되새긴다. “짧게 쓰라, 그러면 즐겨 읽어 주리라. 쉽게 쓰라, 그러면 곧 이해해주리라. 그리듯이 쓰라. 그러면 오래 기억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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