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간의 디자인 세상이 열렸다

admin

발행일 2009.10.11. 00:00

수정일 2009.10.11. 00:00

조회 3,799

지난 9일 2시, 드디어 서울디자인올림픽2009가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막을 올렸다. 이날 개막행사에서 디자인계 인사들과 시민들을 포함한 약 1,500명의 초청객들은 자신들이 앉은 자리에서 머리 위로 빨강, 파랑, 노랑, 초록, 검정의 오색 대형 공들을 무대 위로 전달하는 집단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그것은 다시 다섯 명의 시민대표들 손에 이끌려 등장한 대형 보자기로 이어졌고, 그것을 펼치자 서울디자인올림픽2009의 심볼이 나타나며 하늘로 두둥실 떠올랐다. 묘한 감회를 안기는 순간이었다. 20여 년 전 올림픽 개최지로서 서울이란 이름을 처음 세계 만방에 소개했던 바로 그 장소에서, 시대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세계적인 도시로 비상하고자 하는 서울의 달라진 위상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화려함과 규모를 과감히 절제한 개막식 진행은 ‘우리 모두가 디자이너다’라는 슬로건에 더없이 잘 어울렸다. 오히려 외형보다는 내실을 기해 프로그램의 양과 질적인 면에 만전을 기한 서울디자인올림픽2009. 제대로 즐기기 위한 몇 가지 팁을 전한다.

이 많은 볼거리가 한 자리에? 감탄 또 감탄

이런 별천지가 또 있을까. 올해 처음 서울디자인올림픽을 방문하는 시민들이라면 저으기 놀랄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죽어가던’ 도심 스포츠시설을 초대형 갤러리, 놀이터, 그리고 아트숍들이 공존하는 전무후무한 공간으로 둔갑시킴으로써 완벽하게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재생’시켜 놓은 현장을 둘러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관람객들이 위의 좌석에 앉아서 아래 트랙의 이벤트를 동시에 내려다보는 경기장이라는 공간 본연의 암묵적 원칙은 완전히 역전됐다. 잠실주경기장 2만 55개의 관람석은 오히려 대형 설치미술의 전시장으로 변신하여, 관람객들은 잔디밭으로 덮인 과거의 트랙에서 전시장을 올려다보다가 맘에 드는 부문을 선택해서 걸어 올라가게 된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설치물들의 다른 감상 포인트들이 속속 드러난다. 관람석을 따라 죽 한 바퀴 돌아도 좋지만, 중간의 출구를 아무 곳이나 선택해 ‘나가면’ 이번에는 도넛 모양의 요지경속 갤러리로 ‘들어가는’ 셈이 된다. 왼쪽이건 오른쪽이건 한 방향을 정해 그 둘레를 따라 걸으면서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끝없이 새로운 볼거리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거기서 또 바깥 쪽 출구로 나가면 다시 경기장을 둘러싸고 도넛 모양의 갤러리가 또 펼쳐진다. 관람 방식 자체가 신선하고 재밌는 경험이다. 이것부터가 벌써 디자인의 위력이랄까?

그러나 자칫 발길 닿는 대로 다니다 보면 디자인의 미로 속에서 헤매다 지쳐버릴 수도 있다. 무료 전시지만 하나같이 우수한 작품들인데다가, 프로그램 중 한 섹션만 떼어놔도 갤러리의 몇 달 전시를 채울 정도의 양은 될 테니 놓치기엔 아까운 기회다. 게다가 7개 분야의 86개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작년에 비해 약 2배가 늘어난 올해의 프로그램에는 그만큼 전시하는 작품 수도 증가했다. 효율적으로 제대로 즐기자면 사전 계획이 필요할 것 같다. 먼저 입구에서 받은 지도를 살펴볼 것, 그리고 편한 옷차림과 신발을 준비하는 것은 필수라 하겠다.

관람 스타일을 디자인하라! 단축코스냐, 전체 관람이냐? 수집가냐 혹은 학구파냐?

보통 성인의 보폭으로 계산했을 때 올해 서울디자인올림픽을 모조리 섭렵하려면 5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 없거나 혹은 자칭 디자인의 문외한이어서 맛보기 관람부터 원하는 경우라면 주최측이 추천한 1시간 30분 단축코스를 권장한다. 잔디밭 양쪽에 설치된 대형 에어돔 두 개를 둘러보는 코스로, 먼저 'i-Dome West'라고 써 있는 왼쪽의 에어돔으로 진입해서 ‘디자인장터전-월드디자인마켓’을 거쳐 나머지 다른 에어돔으로 들어가 ‘인덱스어워드특별전-서울미래비전-한중일생활문화, 일상에서의 休’ 전시까지 보고 나면 다시 출발점으로 나오는 여정이다.

‘디자인장터전’에서는 ‘장터’라는 친근한 어감처럼 우리 문화의 원형을 바탕으로 한국적 디자인을 재해석한 11개의 방을 통과하게 된다. 이 여행을 마치고 나면 자연스럽게 ‘월드디자인마켓’으로 진입한다. 이곳은 세계적인 디자인 트렌드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외 디자이너들이 직접 자신의 작품과 명함을 가지고 소비자인 시민들을 만나는 ‘국제 시장’ 형식의 전시 공간이다. 물론 팬시용품 가게나 아트숍에 들어가면 지갑을 열고야 마는 수집가들에게는 최고의 놀이터이기도 하다. 호기심 가는 작품이 있으면 기발한 아이디어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물건의 용도는 무엇인지 등 디자이너들에게 편안하게 질문도 던져볼 수 있고, 맘에 들면 현장에서 바로 구매하거나 주문할 수도 있다. 이번 행사에는 해외 기업의 바이어들도 많이 초대됐다고 한다. 혹시 내가 점찍었던 디자이너의 그 물건이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지목돼 내년 세계 시장에 진출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i-Dome East'라고 불리는 또 다른 에어돔에 들어서면 특별한 초대전이 기다리고 있다. 세계에서 디자이너에게 가장 큰 상금을 수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덴마크의 ‘인덱스 어워드’ 수상작들과 최종심사작들 전시가 바로 그것이다. 빈곤층과 장애인, 환경 등을 위한 고민에서 출발해 아주 저렴한 제작비로 최고의 시각적 완성도와 기능성을 겸비한 경지에 도달한 디자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디자인이 배부른 자들의 사치라는 선입견을 반성하면서 디자이너들에 대한 존경심마저 생길 것이다. 반가운 것은 여기 한국 디자이너의 작품도 4개나 포함됐다는 사실.

미래 서울의 청사진을 보여주는 ‘서울미래비전’을 거쳐, 한중일 3국의 일상적 공간을 비교 전시한 ‘한중일 생활 문화, 일상에서의 休’까지 보고 나면 단축코스 관람은 일단락된다. 첫날부터 체험 행렬이 길게 늘어선 ‘서울미래비전’은 자전거 장착 의자에 앉아 3D 영상을 보는 등 예상 밖의 신선한 기획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한중일 생활 문화, 일상에서의 休’ 전시는 보는 전시만이 아닌, 평상이나 바닥에 앉아서 쉬어도 무방한 휴식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축제는 즐기는 자의 것. ‘디자인장터’와 ‘월드디자인마켓’에서 관람을 끝내고 곧바로 ‘i-DESIGN 놀이터’로 직행해도 행복한 가족 나들이로는 충분할 것이다. 아니면 이 기회에 창조와 혁신으로 자신의 삶을 가꿔온 명사들의 비전과 최신 트렌드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싶다면 ‘서울디자인컨퍼런스’가 제격이다. 특히 ‘시민 디자인 포럼’은 일상생활의 이야기를 디자인과 결합시켜 재밌고도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이제, 당신만의 관람 스케줄을 짤 차례다.

문의: 서울디자인올림픽 콜센터 ☎ 02) 414-1258, http://sdo.seoul.go.kr/

하이서울뉴스/조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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