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오면 이것은 꼭 먹어야 한다?

서울톡톡

발행일 2013.04.03. 00:00

수정일 2013.04.03. 00:00

조회 3,736

[서울톡톡] '음식을 알면 문화가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이번부터는 서울음식을 연속으로 소개하는 페이지를 마련해 서울의 역사와‧문화까지 엿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음식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설렁탕. 김이 모락모락 나는 뽀얀 설렁탕에 잘 익은 깍두기를 얹어서 먹으면서 행복감을 느껴보자.

설렁탕은 잘 익은 쇠머리·쇠족·쇠고기·뼈·내장 등을 모두 함께 넣고 장시간 푹 고아서 만든 곰국을 말한다. 국물이 뽀얗고 맛이 농후하다 하여, 눈'雪', 농후할 '濃'을 써서 설농탕(雪濃湯)이라고 하거나, 설렁설렁 잘 끓는다 해서 설렁탕이라고 한다. 또는 고려 말에 육식민족인 몽고족의 고기를 맹물에 끓이는 조리법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설렁탕이 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즉 몽고에서는 이를 슐루라 하는데 이 슐루가 설렁탕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둣 설렁탕이라는 하나의 음식에 관련된 유래는 다양하다. 그만큼 우리 민족이 오랜 세월 즐겨온 음식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서울음식으로 가장 먼저 설렁탕을 떠 올린다. 왜 그럴까?

역사 속 설렁탕 이야기

설렁탕을 서울의 명물음식이라고 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역사적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설렁탕의 기원이나 그 이름의 유래는 선농단(先農檀)에서의 친경행사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이래 선농제를 지내왔다. 조선시대에는 태조 때부터 왕은 세자를 비롯하여 정승판서 등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생쌀·생기장과 소·돼지를 통째로 잡아 제단에 희생의 제물로 올리고 제사를 지냈다. 실제 <성종실록>에는 성종 6년에 원산대군과 재상 신숙주 등을 대동하고 선농단에 제사를 지낸 뒤, 백성을 위로해 함께 음복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신하가 임금에게 "살찐 희생의 소를 탕으로 해 널리 펴시니 사물이 성하게 일고 만복을 고루 펼치나이다."라는 시를 바쳤다고 한다.

선농단의 친경행사에서 왕은 스스로 농사를 지음으로서 천지신명께 풍년을 기원함과 동시에 백성들에게 농사의 본을 보인다. 이 행사가 끝나면 소를 잡아 끓였는데 신에게 바친 신성한 희생 제물이므로 어느 한 군데도 버리지 말고 통째로 끓였다. 이렇게 끓여낸 쇠고기 국을 왕을 비롯하여 선농단에 참례한 문무백관과 인근 마을 구경꾼 중 환갑이 지난 노인, 심부름하던 노비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나누어 먹었다. 많은 사람에게 고기로는 골고루 나누어 줄 수 없었기 때문에 쇠고기 국에 밥을 말아 양을 늘려 많은 사람이 먹도록 한 것이니 '나눔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왕이 나서서 백성들에게 솔선수범하면서 다 같이 만들어 먹은 '소 한 마리' 설렁탕은 선농제가 없어진 후에는 우리 삶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그 맥을 이어내려 온다. 즉, 대중음식점에서 사골, 소머리, 내장, 도가니 등속과 잡육을 끓이고 족은 쪄서 팔았는데 그 뒤 민간 사이에 퍼져 나가 가장 사랑받는 대중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서울음식의 특징, 짜지 않은 담백함

한국음식이 매운 음식이라는 최근의 통념은 적어도 서울음식에는 통하지 않는다. 원래 서울 음식은 간이 짜지 않고 자연재료의 맛을 살린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소 한 마리를 통째로 맹물에 끓여내는 설렁탕은 그야 말로 뿌리와 껍질까지 전 재료를 사용하는 건강요리를 지칭하는 마크로비오틱 요리*의 전형이다. 거기다 전혀 양념을 하지 않고 천연의 국물 맛을 즐기는 음식이다. 물론 간을 위해 소금을 넣기도 하지만 요즈음에는 건강을 위해 소금을 넣지 않는 습관을 들이면 고소한 국물 맛을 더 즐길 수 있다고 하여 그냥 즐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러니 간결한 자연의 담백미를 가진 설렁탕이야말로 대표적인 서울음식이라 할 만하다. 거기다 값도 비싸지 않아 대중들도 마음 놓고 사랑할 수 있는 음식이다.

■ 마크로비오틱(macrobiotic)'이란?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자연식의 건강밥상이다.

병의 회복 돕고 면역력 길러주는 풍부한 영양가

설렁탕의 재료는 쇠머리 · 사골 · 도가니 그 밖에 뼈 · 사태고기 · 양지머리 · 내장 등을 재료로 쓰며, 10여 시간 푹 끓이면 국물에 살코기와 뼈의 가용성분이 우러나와 국물이 유백색의 콜로이드성 용액 상태를 이루고 살코기만을 곤 국과는 다른 독특한 풍미가 난다. 사골이나 도가니 뼈를 푹 고운 국물은 단백질이 풍부해 겨울철 영양식으로 즐겨 먹게 되고, 단백질이 많이 들어있어 병의 회복에도 도움을 주고 면역력도 길러준다. 오랫동안 푹 고운 사골국물에는 칼슘도 풍부하여 뼈를 튼튼하게 만들고 골다공증을 예방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설렁탕에는 대파를 넣어서 먹는데 대파는 육류의 비린내를 없애주며 파에는 유화알릴이라는 성분이 있어 항균작용도 하고 또한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니 파를 듬뿍 넣어 먹으면 맛도 영양도 다 챙기는 셈이 된다.

글_정혜경 교수(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출처 : 서울식품안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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