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admin

발행일 2008.09.10. 00:00

수정일 2008.09.10. 00:00

조회 3,236

어릴 적 항상 어머니가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운동해라, 담배 피지마라, 술 먹지마라, 살 찌지마라, 싱겁게 먹어라, 기름기 많은 음식은 왜 먹니?” 등등.
이런 말만 잘 지켰어도 지금은 최고로 건강한 내가 되어 있을 지도 모르겠다. 당시는 그렇게도 듣기 싫던 그 소리가 이제는 환자분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되어가고 있다. 고혈압의 모든 해법이 어머니가 항상 하셨던 그 말씀에 담겨져 있다. 어머니는 어떻게 정답을 아셨을까? 공부를 하셨던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정말 정답일까? 하나씩 따져보자.

첫째, 운동해라.
규칙적인 운동은 혈압을 감소시키고 체중을 감소시킬 수 있다. 환자분 중 헬스클럽에서 측정한 혈압을 가지고 와서 ‘이렇게 낮은데...’ 하면서 약물을 줄여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혈압이 운동 후에 측정한 혈압이라면 평소에 지속적인 환자분의 혈압은 아니다. 실제로 운동 시작 후의 혈압은 올라가지만 혈액순환 증가와 혈관의 확장 등으로 운동 후의 혈압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거꾸로 말하면 계속 운동을 한다면 자신의 몸을 적응시켜 계속 낮은 혈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운동은 대개 본인의 유효 맥박수 (210-나이)×0.6 로 계산된 분당 100~110회 정도가 가장 좋은 유산소 운동이 될 수 있다. 런닝 머신으로 운동한다면 시간 당 6~7km의 속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둘째, 술 먹지마라.
본인 스스로도 술을 좋아하는 까닭에 환자분들에게 술 먹지마라는 이야기는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단지 과음을 피하자는 말 정도는 한다. 과음 후 다음날은 탈수현상으로 혈압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두 잔의 술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특히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를 낮추는 것으로 되어 있어 고혈압에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말 역시 한국정서에서는 환자에게 금기이다. 대개의 환자분들은 집에 가서 한두 잔이라는 말은 빼고 “주치의가 술은 먹어도 된데”는 말만 강조해서 부인들의 항의를 꽤 많이 받게 된다.

셋째, 담배 피지마라.
두말할 필요도 없다. 담배로 인한 뇌경색, 후두암, 폐암, 협심증, 위암, 방광암, 혈관질환 등등 열거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질환이 담배에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협박으로도 많은 환자들은 제대로 끊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한 가지만 권장한다. 저용량의 아스피린이라도 먹자. 최소한 심혈관계 위험도를 30~50% 정도는 낮춰주기 때문이다.

넷째, 살 찌지마라. 역시 당연하다.
온 나라가 다이어트 열풍에 쌓여 있고 살찌면 사람대접을 못 받는 세상이 온 것 같다. 체중을 3kg 줄이면 혈압이 5mmHg정도 떨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대개의 고혈압 환자가 50대 이상의 연령에서 많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체중을 줄여 혈압을 떨어뜨리는 환자는 보기 드문 것 같다. 그래도 효과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다섯째, 싱겁게 먹어라.
미주 햄버거, 일본 스시, 항상 염분이 많아 비교되는 음식물이다. 하지만 한국의 국물, 찌개, 젓갈 등 역시 만만치 않다. 최대한 염분을 줄여 노력하면 혈압을 5 mmHg 떨어뜨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체중을 3kg 빼는 것과 같은 효과다. 오늘부터 한 번 더 생각해 실천 해 보자 ‘설렁탕 먹을 때 소금 한 숟가락 덜 넣자’ 어머니가 어릴 때부터 가르쳐 주신 이런 정답을 너무 잊고 살아온 것은 아닐까... 어머님께 다른 것은 많이 못 해드리더라도 이정도 만이라도 지켜서 본인 스스로의 몸도 지키고 효도도 해보자.

글_김석연_서울의료원 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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