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있는 결혼식, 어떻게 준비할까?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4.07.09. 00:00

수정일 2014.07.09. 00:00

조회 1,459

결혼사진

[서울톡톡] 결혼과 동시에 빚을 지며 시작하는 신혼부부들이 늘어나며 웨딩푸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택 마련 비용을 제외한 결혼 비용만 1인당 평균 5,198만 원. 응답자의 85%가 우리 사회 결혼문화의 호화사치 풍조가 존재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전한 결혼문화 개선이 무엇보다 절실한 때인 듯싶다. 지난달(6월 28일) 서울시민청 태평홀에서는 '작고 뜻깊은 나만의 결혼식 만들기'라는 주제로 상반기 예비부부교육이 있었다. 결혼 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웨딩전문가와 선배부부의 사례를 들으며, 예비부부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자리였다.

친환경 드레스에서 마을공동체 결혼식까지, 결혼의 의미 찾기

한 해 동안 결혼식으로 버려지는 쓰레기 량 등을 설명하는 이경재 씨

시민청 태평홀은 예비부부들의 다정한 모습에 어느 때보다 화사한 분위기였다. 이날 예비부부교육 첫 강연자는 <잇츠마이웨딩> 저자 이경재 씨. 자신을 변화시킨 한 장의 사진으로 강연을 시작하였다. 세계 밤 사진 지도 속 우리나라의 환한 불빛들을 보며, 국토 면적 세계 109위임에도 세계 7~8위 수준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현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매년 우리나라에선 대략 34만 쌍의 결혼식이 치러지는데요. 1년 동안 170만 건의 합성섬유 웨딩드레스가 버려지고, 2억 송이 이상의 꽃들과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쓰레기가 버려지고 있습니다. 이를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해 보면, 대략 493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30년산 백합나무 4억 5,650만 그루를 심어야 간신히 정화되는 양입니다."

이러한 문제 인식은 쉽게 썩지 않는 합성섬유 드레스를 대신할 친환경 드레스를 만들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2005년 옥수수전분 드레스 시작으로, 천연한지, 쐐기풀 등을 이용한 친환경 드레스를 제작 보급하고, 나아가 2010년 사회적기업을 설립, 친환경 결혼식을 기획·보급하는 친환경 웨딩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버려지는 꽃 장식 대신, 화분이나 계절과일 등으로 장식해 하객답례품으로 활용하고, 뿌리가 살아있는 부케로 결혼식이 끝난 후 화단에 심어 키울 수 있도록 했다. 청첩장 또한, 액자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하고, 웨딩드레스 또한 원피스로 활용 가능하도록 만들어 주고 있다. 피로연도 유기농 재료로 만든 음식에, 일회용품 없이 차려내고 있다.

시민청 `제1호 한식 결혼식`을 올린 이민수·신혜성 부부

이날 강연에서는 그동안 이경재 씨의 손을 거쳐 탄생한 소박하고 의미 있는 결혼식 사례를 소개해 주었다. 시민청 1호 결혼식, 청와대 앞 광장이나 상암월드컵경기장 등에서 선보인 야외결혼식, 이효리·이상순 커플의 소박한 결혼식, 마을공동체 결혼식 사례까지... 환경을 생각하고, 허례허식 없는 결혼식을 만들어간다는 가치도 중요하지만, 결혼식을 치르는 두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 본인들의 형편에 맞게 설계하고 만들어간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복태와 한군의 은혜 갚을 결혼식

노래를 들려주는 `복태와 한군`

이어 부부밴드 '복태와 한군'의 '은혜 갚을 결혼식'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2011년 결혼 당시, 프러포즈에서 웨딩 촬영, 결혼식 진행까지 전 과정을 가감 없이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많은 분들이 웨딩업체로부터 견적서를 받으면, 과한 비용에 속으로 내심 놀라면서도 아무 말도 못 하세요. 나만 까다로운 사람, 초라한 사람으로 보일까 싶어... 하지만 저흰, 한번 보여주는 결혼식을 위해 쓰기에는 그 돈이 아깝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최대한 줄이는 방법을 선택했죠. 신부 대기실 장식도 빼고, 꽃장식도 결혼식장인 성북구청에 있는 것으로 대신하고... 견적서가 500만 원이었는데, 200만 원 정도로 줄였지요."

복태와 한군의 결혼펀딩

이들 부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결혼펀딩을 시도했다. 두 사람만의 힘으로 결혼을 준비해나가는 과정에서 소셜펀딩으로 부족한 결혼식 자금을 마련한 것. 목표했던 180만 원을 넘어 400여만 원의 펀딩 자금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취업난으로 연예·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오늘날 3포세대 젊은이들에게 적잖은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 모두가 결혼해보자'라는 일종의 결혼 장려 프로젝트로 생각해낸 것이었어요. 실제 펀딩 참가자 중 절반이 전혀 모르는 분들이었는데, 그냥 지지를 보내고 싶어서 참여하셨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저흰 품앗이 결혼 문화를 되살리고 싶었어요. 다행히 주변 친구들이 청첩장 제작이나 피로연 공연 등에 선뜻 재능기부를 해 주셨고요."

이들 부부가 소셜펀딩과 재능 기부로 품앗이 결혼 문화를 이끌어 낸 것도 눈여겨볼 만하지만, 부모의 반대와 두 집안의 서로 다른 종교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 또한, 예비부부들에게 참고가 될 듯싶다.

"결혼 준비에서 실제 결혼 생활까지 원칙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확실하게 선을 긋고, 강단 있게 할 거면 하고, 안 하려면 안 하는 것으로. 그렇다고 너무 자신의 주장만 우기는 것도 좋은 건 아닌 거 같아요. 때론 부모님들의 얘기도 들어드리게 좋겠죠. 간혹 강력하게 나가는 부모님도 계신 데요. 정말 똑소리 나는 대안을 마련하면 별 말씀 못 하시는 것 같아요."

복태와 한군 부부는 평행선으로 치닫던 양가의 종교 차를, 결혼식을 1부 예배, 2부 미사, 3부 피로연 공연으로 치르는 것으로 조율했다. 이번 교육에 참가하는 예비부부들에게 받은 사전 질문지를 보면, 나만의 개성 있는 결혼식을 준비 방법에 대한 문의가 가장 많았고, 부모님 설득 방안에 대한 질문도 제법 많았다.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비슷한 질문이 나왔는데, 이경재 씨는 결혼식 준비가 소통과 조율의 시작임을 강조한다. 한 남자와 한 여자, 나아가 가족과 가족이 만나는 결혼식에서 누구 하나 소외됨 없는 결혼식이 가장 행복하고 잘 치른 결혼식이 아니겠냐는 얘기다.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는 공공기관 결혼식 장소 섭외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도 나왔는데, 국내 공공기관 결혼식 장소 정보는 혼례종합정보센터(http://www.weddinginc.org/)를 참고하면 된다.

시민청

이렇듯 시민청 예비교육은 소박하면서도 뜻깊은 나만의 결혼식을 계획 중인 예비부부에게 보다 실질적인 교육이 되었다. 시민청 상반기 예비부부교육은 총 2회차 교육으로 진행되는데, 남은 교육은 오는 12일 '합리적이고 소박한 결혼준비와 결혼생활'이라는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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