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로 미술관을 걷다

시민기자 이나미

발행일 2014.05.27. 00:00

수정일 2015.05.12. 12:58

조회 2,545

[서울톡톡] 산과 물이 맑고, 인심까지 맑다는 뜻이 담긴 도로 '삼청로'. 광화문 삼거리에서 동십자각 바로 뒤부터 시작되는 삼청로는 경복궁 동쪽 담장을 시작으로 삼청공원, 삼청터널까지가 구간이자 사직로와 율곡로의 교차도로다.

삼청로의 다른 명칭은 '미술관의 거리'다. 이 명칭이 붙여진 데는 1980년대부터 작업실과 갤러리들이 이곳에 모여들기 시작하며 비롯되었다. 현재는 작업실들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카페, 음식점, 의류매장들이 차지하고 있지만, 갤러리들만은 여전히 삼청로를 지키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이곳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까지 개관하면서 삼청로는 대한민국 현대미술의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삼청로 수많은 갤러리들 중에서 필수로 방문해야 할 만큼 현대미술 트렌드를 이끄는 주요 갤러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들 갤러리들만 찾아 한 바퀴 돌아도 따로 미술 공부할 필요 없이, 대한민국 현대미술을 한 번에 알 수 있다.

대한민국 현대미술의 역사, 갤러리 현대

경복궁 동문담장 맞은편 삼청로 초입에 위치한 '갤러리 현대'(www.galleryhyundai.com)는 국내 민간 갤러리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갤러리 현대 본관, 갤러리 현대가 운영하는 '두가헌'이란 이곳은 갤러리와 한옥 와인 레스토랑을 갖춰져 있다

1970년 인사동에 '현대화랑'으로 문을 연 갤러리는 5년 뒤 이곳으로 이전한 뒤 현재까지 자리하고 있다. 오늘날 삼청로가 미술관의 거리로 불리게 된 데에는 갤러리 현대의 숨은 공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갤러리는 개관이래 박수근, 이중섭, 천경자, 백남준 등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원로와 중진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기획전시를 주로 열고 있다.

더불어 우리나라 대표 작가를 국내를 넘어 해외로까지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해외작가로 장-미쉘 바스키아, 데미언 허스트, 아이 웨이웨이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전시도 선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국내와 서계 미술계의 과거부터 현재, 미래 흐름을 보여준다. 갤러리 현대는 3개 층의 전시 공간을 갖췄는데 신관과 2개 층의 전시공간을 갖춘 본관이 있으며, 신관 뒷마당에는 전통공예 작품들을 전시하는 두가헌 갤러리와 한옥 와인 레스토랑 두가헌이 있다.

세계 미술의 핫 트렌드, 국제갤러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바로 옆에 위치한 '국제갤러리'(www.kukje.org)는 한국에서 세계 미술의 핫 트렌드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삼청로에 위치한 갤러리들 중 동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해외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국제갤러리

또한 국제갤러리는 1988년부터 국내작가들의 해외홍보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세계의 주요 아트페어에 참여해오고 있다. 수많은 전시와 국제무대 참여로 쌓아온 해외 미술관, 갤러리의 큐레이터, 미술비평가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갤러리는 국내작가들의 해외진출을 이끄는 역할에 앞장서고 있다.

실제로 이 갤러리를 통해 세계무대에 소개된 많은 국내작가들이 베니스 비엔날레, 리옹 비엔날레, 광주 비엔날레 등과 같은 국제적인 비엔날레에 참여하였고, 해외 주요 미술관에서 개최되는 개인전이나 그룹전에도 초청받아 작품을 널리 알리는 기회를 얻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국내 최초 전속작가 시스템 도입, 아라리오 갤러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바로 오른쪽에 위치한 '아라리오 갤러리'(www.arariogallery.com). 이 갤러리의 시작은 천안에서였다. 2002년 문은 연 아라리오 갤러리는 미국 팝아티스트 키스 해링 개인전, 독일 라이프치히학파 예술가 잔체전, 극사실주의 추상으로 유명한 강형구 개인전 등의 기획전을 통해 지역 미술계의 플랫폼 역할을 물론, 국내 미술을 세계에 알리는 데도 일조하였다. 갤러리는 천안을 기점으로 서울과 중국 베이징, 제주도로 갤러리를 확장하고 있다.

아라리오 갤러리

특히 아라리오 갤러리는 국내 갤러리 중 최초로 체계적인 전속작가 시스템을 도입하여 신진작가 발굴과 후원에 주력하고 있다. 해외 미술 중에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세계들을 다른 갤러리보다는 더 많이 만나볼 수 있다. 한국 미술을 해외에 소개하는데도 앞장서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내를 넘어 '아시아 대표 갤러리'를 지향하고 있다.

뿌리가 있는 현대성, 학고재

아라리오 갤러리에 나와 왼쪽으로 몇 걸음 걷다보면 한 한옥건물을 마주하게 된다. 이 한옥건물은 '옛것을 익혀 새것을 만든다'라는 학고창신에서 따온 갤러리 '학고재'(hakgojae.com)다.

학고재 본관과 제2관 모습

건물 외관에서 보여주듯이 옛것과 새것의 교감은 학고재의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한옥 건물과 그 뒤에 위치한 2층 붉은벽돌 건물로 이뤄진 학고재는 '뿌리가 있는 현대성'을 강조하고 있다. 1988년 고서화 전문화랑으로 문을 연 학고재는 미술문화재전문 출판사로 시작하여, 현재는 출판사와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다.

학고재 대표 출판물로는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최순우의 스터디셀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와 김훈의 <남한산성>이 있으며, 이 분야에서는 학고재 종이, 판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술과 출판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장소와 장르의 끊임없는 실험, 아트선재센터

1998년 설립된 '아트선재센터'(www.artsonje.org/asc)는 젊고 실험적인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사립미술관으로 국제적인 수준의 기획전과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아트선재센터는 다양한 전시 형태를 실험한다는 점이 특징인데, 미술과 음악, 문학, 건축, 무용, 패션 등 타 분야와의 협업으로 새로운 방식의 예술을 선보이는 기획전시를 볼 수 있다.

아트선재센터, 아트선재센터는 로비를 전시공간으로 활용하는 시도가 이뤄지는 곳이다(사진:아트선재센터)

전시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려는 시도도 아트선재센터만의 장점이다. 이를테면 지하 주차장을 전시장으로 활용한 주차장 프로젝트와 미술관 로비에 월 페인팅을 제작하는 카페 프로젝트, 미술관이라는 틀을 벗어나 다양한 공간의 장소성을 적극 반영하는 외부 프로젝트 들은 아트선재센터 실험과 도전을 보여주고 있다.

역량과 독창성을 갖춘 국내 '원석' 발굴에 힘쓰는, 이화익 갤러리

아트선재센터 앞 골목길을 거닐다 보면 낡은 2층 양옥을 개조한 아담한 갤러리가 만날 수 있다. 전문 큐레이터 출신 대표가 운영하는 작지만 내실있는 이 갤러리는 바로 2001년 '이화익 갤러리'(www.leehwaikgallery.com)다. 2005년 북촌에 위치한 풍문여고 뒤쪽 골목길에 전시 공간을 확장하면서 빠른 시간에 국내 미술계의 영향력 있는 갤러리로 성장했다.

이화익 갤러리

이화익 갤러리는 국내에서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중진 작가들을 중심으로 전시를 기획하고 홍보하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창의성과 역량이 돋보이는 젊은 작가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발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해외 유수 갤러리들과의 교류 는 물론, 각종 국제 아트페어와 해외 유명 옥션의 참여를 통해 국내 작가들의 해외 진출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세계 미술의 흐름에도 동참하고 있다.

외국 스타급 작가들을 전시하는 다른 갤러리들과 달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히 국내작가를 발굴해 소개하는데 힘써왔다. 눈앞에 '그림시장'에 맞추기 보단, '원석'인 전도유망한 국내 작가를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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