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그녀들이 만든 커피 맛은?
발행일 2014.05.22. 00:00
[서울톡톡]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주인공 할머니 직업은 바로 바리스타다. 영화 속 '수상한 그녀'들이 바로 우리 동네에도 나타났다.
양천구 신정동 양천어르신상담센터에 산뜻한 카페가 하나 생겼다. 카페에 들어서면 주황색 앞치마에 주황색 모자를 쓴 바리스타들이 화사한 미소로 맞이하는데 모두 머리 희끗한 할머니들이다. '9988 행복카페'는 '99세까지 건강하고 팔팔하게'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이곳은 지역 노인들을 위한 휴식 공간이자 일자리 마련을 위해 양천구가 조성한 카페다.
지난해 7월 서울시가 공모하는 주민참여예산사업에 지원했고 선정돼 올해 4월에 문을 열게 됐다. 나무껍질로 튼튼하게 짜인 등받이가 기대앉기에 편해 보이는 이곳은 실내 중앙에 유리 미닫이문이 설치돼 있어 소규모 회의나 교육 장소로도 쓰임새가 있다. 아직은 책이 많지 않지만 앞으로 신간도서와 베스트셀러, 잡지 등의 책도 기증받아 비치할 예정이다.
할머니 바리스타가 만드는 차 맛은 어떨까? 아무래도 좀 설겠지 하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제조공정이 까다로운 카라멜마끼야또는 물론 고구마 페이스트에 얼음과 우유를 넣고 믹서에 갈아 순식간에 고구마라떼 한 잔을 만들어 내는 솜씨는 누가 봐도 손색이 없는 공인된 바리스타다. 차 한 잔을 탁자에 사뿐 내려놓으며 "제가 방금 만든 고구마 라떼입니다.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하는 말씨 또한 할머니 바리스타의 멋스러움을 더한다. 초코파우더, 바닐라시럽 등 이름을 꼼꼼히 써 붙인 차 재료가 즐비한 주방은 할머니들이 철저히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음을 가늠케 한다.
행복카페에서는 아메리카노를 비롯한 18개의 음료를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1,000원에 팔며 일반 손님에게는 가격을 높여 2,000~3,000원을 받는다. 아메리카노를 미국커피, 카푸치노는 거품커피, 카페모카를 초코커피라고 친절히 해석한 메뉴판을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할머니들은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주인공 할머니가 아메리카노를 그렇게 부르더라"면서 "재밌기도 하고 또 영어로 된 메뉴를 잘 모르는 손님을 생각해 오랜만에 영어 해석 좀 했다"며 환히 웃었다.
이곳에선 현재 할머니 10명이 하루 3시간씩 서로 교대해 가며 바리스타로서 일 하고 있다. 할머니 바리스타 최은숙(66) 씨는 "카페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하루가 더 빨리 가는 것 같고 더욱 부지런해졌다"고 말했다. 김미강(74) 씨는 "나이 들어 갖게 된 일자리니 만큼 소중하게 느껴진다"면서 "어떻게 하면 바리스타가 되느냐?"며 친구들이 비법(?)을 묻기도 한다고 했다. 양천구 어르신상담센터장 안희정 씨는 "'9988 행복카페'로 인해 노인들에게 일자리 마련과 더불어 소통공간으로서도 바람직한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페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로 토·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문의 : 02-2648-9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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