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공원에서 만난 열녀문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4.05.21. 00:00

수정일 2014.05.21. 00:00

조회 1,537

신월동 장수공원에 있는 열녀문과 숭정각

[서울톡톡] 아파트 담장 너머로 넝쿨을 뻗은 장미꽃 송이가 더없이 사랑스런 5월의 끝자락이다.

관심을 두고 보질 않아 그렇지 주위를 둘러보면 머잖은 곳에 전설 같은 사연이 서린 서울의 명소들이 숨어 있다. 양천구 신월동 동네 공원에 있는 열녀문도 그 중의 하나다.

지하철 2호선 신정네거리역 2번 출구를 나와 신월동 쪽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신록이 우거진 장수공원이 나온다. 공원 끝자락에 다다르면 서울에 현존하는 유일한 열녀문(烈女門)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전각인 숭정각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열녀문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1994년 '서울 정도(定都) 600년 기념 명소'로 지정됐다. 과연 어떤 사연이 있을까?

숭정각 안 현판

열녀문은 지아비를 일편단심 섬긴 여인의 굳은 절개를 높이 사 임금이 내리는 문으로 이곳의 열녀문은 1729년 영조 임금이 원정익의 부인 전의 이씨(全義 李氏)에게 내린 문이다. 명문가에서 태어난 이씨는 남편 원정익과 혼인한 뒤 남편을 정성껏 섬기고 시부모를 극진히 모시며 살았다. 어느 날 남편이 중병으로 앓아눕자 백방으로 약을 구하며 지극정성으로 간호했으나 곧 남편은 세상을 떠났고, 3년 상을 치른 후, 그리움에 식음을 전폐하다 20대 후반 꽃다운 나이에 남편의 뒤를 따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조정에서 '열녀 원정익의 처 전의 이씨의 문'이라 기록된 현판을 단 열녀문을 하사해 부인 이씨의 높은 뜻을 기렸다.

열녀문의 행적을 새긴 표석비

후손들은 대대로 이 열녀문을 보존해오다 지난 2004년 이씨 부인의 10대 손인 원재연 옹이 원주 원씨 종친회와 함께 양천구청에 기증했다.

이때까지 현판만 남겨진 열녀문은 원재연 옹의 자택인 신월2동 가옥에 걸려 있었다. 양천구는 2005년 5월 열녀문을 장수공원으로 이전·복원했고, 숭정각과 표석비도 세워 하나의 문화역사 공간으로 조성했다. 누구나 쉽게 보게 하려는 뜻에서 도로변으로 옮겼다. 일편단심, 지아비를 향한 부인의 마음을 기리려는 듯 숭정각 둘레는 온통 곧은 잣나무 숲이다.

여인의 수절을 큰 덕목으로 알던 시절이었다. 현대에 더 이상 존재할 것 같지는 않아도 열녀문은 분명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5월 21일은 여성가족부가 정한 부부의 날이다. 부부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의미에서 부부가 같이 열녀문을 한 번 찾아가 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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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익부인 #열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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