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읽는 격동의 반세기
발행일 2014.03.05. 00:00
[서울톡톡]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 온 느낌이었다. 우리 역사와 문화가 담긴 그 시절 1960년대 초반부터 현재의 모습을 한 자리에서 다 볼 수 있다니 신기할 뿐이다. 지금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전시관 1층에서는 한국사진기자협회가 주최하는 제50회 한국보도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2월 28일~3월 17일까지 열리는 이 사진전은 <삶의 기억, 시대의 기록>이란 주제로 한국 포토저널리즘 50년을 조명한 사진 300여 점과 자료 100여 점으로 전시되어 있다. 사진 속에 담긴 기록과 설명을 한 줄이라도 놓칠 새라, 관람객들은 깨알 같은 글자에도 불구하고 한 장 한 장의 사진 앞에 한참이나 서 있었다. 그 한 장 한 장의 사진마다 지난 50년간의 국민들의 회한과 아픔, 국가의 영광을 고스란히 재조명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국가와 개인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이 담겨있는 사진들
한 장의 사진이 주는 생생한 현장감은 기자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과 기다림 속에서 얻어낸 소중한 역사와 자료가 돼 있었다. 그 자료들 속에는 국가와 개인의 희노애락(喜怒哀樂)도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예전에 함께 환희를 느꼈던 그 시절을 다시 만났다.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 김연아 선수의 올림픽 출전 금메달 시상, 2002년 월드컵 4강에 진출한 홍명보 선수의 환한 미소가 담긴 사진 등 기쁨이 있는가 하면, 2010년 이산가족 1차 상봉, 1998년 정주영 회장 소떼 방북 등 남북 간의 얼어붙은 관계 속에서 새로운 소통과 만남을 기대할 수 있었던 사진들도 눈에 띄었다.
국민으로서 분노와 슬픔이 가슴 밑바닥부터 올라오는 사진들도 보였다. 얼굴에 최루탄이 박힌 채 물위로 떠오른 김주열 학생의 시신, 아웅 산 묘소 폭파 사건, 김현희 KAL기 사건, 숭례문 방화현장, 자유당 정부를 몰락시킨 경무대(청와대 전 이름)앞 발포현장, 5·18 광주 민주화운동, 육영수 여사 피살사건 등의 사진들도 있었다. 어떤 것은 수 십 명의 아까운 생명을 앗아간 분노로 우리 기억 속에 머물러 있고, 또 어떤 사건은 당시 언론의 입을 막아 싣지 못한 사진들이 거기 있었다.
5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재난과 화재도 끊이지 않았다. 와우 아파트 붕괴, 시민회관 붕괴, 대연각 호텔 화재사건, 이리역폭약화차 폭발, 삼풍붕괴, 성수대교 붕괴 등으로 인해 아비규환이 되어 있는 현장의 사진들은 이미 수십 년이 지난 사건이지만, 지금 방금 일어났던 일처럼 사진을 보는 내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특히 대연각호텔 화재 사건 중 메트리스 하나에 몸을 맡기고 불이 활활 타오르는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투숙객들의 모습은 생명을 향한 인간의 본능적인 갈구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느끼게 해 안타까움과 함께 뭉클함마저 느끼게 했다.
사진전을 둘러보는데 사진기자들이 사용한 당시의 카메라들과 전송기, 취재완장, 취재증 등도 진열되어 함께 관람할 수 있었다. 각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촬영과 관계된 기구들의 변천 과정도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그 시대를 걸어 온 아버지가 아들에게 사진에 담긴 사건들을 보충하여 설명해 주는 모습들도 눈에 띄었다.
전시관을 나오며 "역사기록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한 것"이라는 문구에 수긍이 갔다. 돌이켜보니 만약 이런 역사의 증언이 될 수 있는 사진들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후손들이 그 시절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수긍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 시대를 겪어 본 기성세대 역시 그 시절을 돌아보고 지금의 현실을 반증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는 사진기자의 현장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진기자의 생생톡'도 마련돼 있다고 하니 사진 관람과 함께 기자들의 생생한 증언들을 들어봐도 좋을 듯하다.
■ 전시안내 전시기간 : 2014.2.28.~3.17 * 전시기간 중 휴관 없음 전시장소 : 세종문화회관 전시관 1층 관람시간 : 10:30~20:30 * 오후 8시 입장 마감 관람문의 : 0505-300-5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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