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에 이런 사연이…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14.02.14. 00:00

수정일 2014.02.14. 00:00

조회 2,556

(좌)은행나무 모습, (우)보호수 지정 팻말

[서울톡톡] 불가의 '염궁문(念弓門)'이라는 말이 있다. 수행자의 마음이 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가 보다. 바쁜 일상으로 지난 20여 년 동안 수없이 지나 다녔던 우리 가양동에 400여 년의 역사의 향기를 간직한 '성주우물과 은행나무'가 있었다니.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3번 출구에서 한강 쪽으로 3분 정도 직진하다가 2번째 골목에서 우회전하여 50m 정도 걸으면 오른편에 작은 공원이 보인다. 비교적 잘 다듬어진 이 공원의 언덕에는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고 그 아래쪽에는 옛 '성주(城主)의 우물터'가 있다.

이 은행나무는 약 440년 된 나무로 이 동네 유지들이 이 나무를 처음 발견하였고 바로 옆에 '성주우물'이 있어서 '성주우물 은행나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발견 당시 나무는 죽어가는 상태여서 이 나무를 살리려고 '성주우물 은행나무 보존회'가 결성됐고, 1,200만 원이라는 큰돈을 모아 외과적 시술을 한 결과 비교적 건강하게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은행나무와 관련해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 한 선비가 이곳을 지날 때 큰 구렁이가 까치 새끼를 덮치는 것을 보고 활을 쏘아 그 구렁이를 죽이고 새끼를 살렸다. 그런데 그날 밤, 선비의 꿈에 구렁이 한 마리가 나타나서 '당신은 내일 한강을 건널 때 큰 풍랑이 일어나 배가 뒤집혀 죽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낮에 당신이 죽인 그 구렁이는 바로 내 남편으로 함께 승천하기로 되어 있는데 이제 남편을 잃고 말았다. 오늘 밤에 한산사 종소리를 듣지 못하면 나는 영영 구렁이로 끝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종소리를 듣게 되면 당신은 무사히 강을 건너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다음 날 선비는 아무 탈 없이 한강을 건넜고, 어제 밤 꿈속의 일이 생각나서 한산사로 올라갔다. 한산사의 종 주위를 살펴보다가 머리로 종을 치고 죽어간 까치가 있었다."

이는 치악산의 까치전설과 비슷하며 지금도 인근에 그 선비가 건넜다는 공암진 나루가 있다.

또한 이 나무는 영조 16년에 65세의 나이로 '양천 현령'으로 부임한 '겸재 정선'이 현령 재임 중에 남긴 '경교명승첩'에 그려져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지금도 인근 주민들은 이 은행나무를 신목(神木)으로 여기고 존중하고 있으며 이 나무 아래에 촛불을 켜고 치성을 드리는 일이 흔히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강서구에서는 1988년 4월 18일자로 이 나무를 '구 보호수(서16-9)'로 지정하였다.

이 은행나무 아래에는 '성주우물터'가 있다. 옛날 어떠한 가뭄에도 마른 적이 없고 물맛이 좋기로 소문난 샘물로 이 고장을 다스리던 수령을 '성주'라고 불렀던 시대에 성주가 사용하면서 '성주우물'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성주 우물터 모습

우물은 생명, 정화, 농경, 왕권 등의 상징성을 가진 곳으로 물자를 교환하고 정보를 주고받는 마을공동체의 중심공간이었다. 우물을 함께 사용하는 사람들끼리는 '두래패'을 결성하여 노동 나눔의 문화센터가 되기도 했다. 오늘날은 상수도 보급으로 인하여 우물을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이 함께 만나는 일은 옛 추억이 된지 오래다.

아름다운 전설을 간직하고 서 있는 은행나무와 공동체 삶의 중심공간이 되었던 우물이 함께 있는 '가양동의 소공원'. 앞으로도 잘 보존되고 관리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현재 구청에서 '성주우물 은행나무'의 유래를 알리는 안내판 하나가 설치되어 있지만, 은행나무의 까치전설과 옛날의 우물이 우리 조상들의 삶에 어떠한 역할을 했었는지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해주면 어떨까. 그렇다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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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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