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가을 여행

시민기자 허혜정

발행일 2013.11.07. 00:00

수정일 2013.11.07. 00:00

조회 2,514

한용운 선생님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만해당

[서울톡톡] 예년과 달리 길었던 여름이 지나가니, 야외에서 활동하기 좋은 가을은 어쩐지 짧게 느껴진다. 가로수에서 잔잔히 내린 은행잎으로 길은 노랗게 변하고 산새는 붉게 변했다. 손에 쥔 책을 한 장씩 읽어 내려가다 보면 가을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드는 것만 같다. 떠나가는 가을,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남겨진 문인의 발자취를 따라 사단법인 국제펜클럽 한국본부와 함께 <서울 시(詩)문학기행>을 다녀왔다.

시인 김경식 선생님의 해설과 함께 시작된 이번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는 북촌. 이곳은 오래된 한옥이 아름답게 보존된 곳으로 국내뿐 아니라 국외 관광객들까지 즐겨 찾는 곳이지만, 일본 강점기라는 민족의 아픈 역사와 함께한 작가들의 흔적도 간직돈 곳이다.

일제 강점기 때 한국의 전통 불교를 수호하고 사찰정책에 저항했던 선학원. 백담사에서 수행하던 민족시인 한용운 선생님은 당시 경성에 오면 이곳에서 숙식하며 일제에 저항하기 위한 고민을 하셨다고 한다. 북촌의 계동 43번지 만해당과 함께 한용운 선생님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어 찾은 만해당은 1918년 9월에 창간된 잡지 <유심>이 발행된 곳으로 최린이 한용운 시인을 찾아 불교계를 3.1운동에 참여하게 만든 곳이다. 현재 만해당의 간판은 걸려있지만, 우리 역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안타깝게도 개인이 운영하는 한옥 홈스테이 장소로 남았다.

외세가 밀려오던 구한말, 국내의 선각자들은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으로 나라를 구하겠다는 뜻을 품고 학교를 세우기 시작했다. 당시 구국 정신으로 세워진 중앙고등학교는 북촌 계동 골목길 끝에 자리 잡고 있다. 3.1운동의 발상지인 중앙고등학교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저항시인 이상화와 은유법이 탁월한 <국화 옆에서>의 서정주 시인을 배출한 근대문학의 중요한 장소이다. 지금도 고등학교로 남아 있어 주말에만 내부 관람이 가능하다.

서울 북촌의 서쪽 입구에 있는 정독도서관은 현재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경기고등학교의 터로 1976년 강남 개발 정책에 따라 이전하게 되었다. 심훈, 한설야, 박헌영은 모두 경기고등학교 출신으로 3.1운동 당시 만세운동에 참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시인부락]의 산실지인 보안여관(좌), 서울 시문학기행에 함께한 사람들의 사진(우)

문학이 표현되는 도구는 언어이다. 특히 한글은 세계의 어떤 언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쉽고, 편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 임금님이 태어나신 곳이 청와대 건너편 마을의 효자동으로 3년 전부터 서촌이라 불리고 있다. 현재 가옥은 남아있지 않지만, 표지석으로 그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문학작품을 읽다 보면 독특한 작가의 개성으로 인해 뇌리에 기억되는 작품이 있다. 형이상학적인 시를 창작하여 한국문학을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이상은 통인동에서 살며 <오감도>, <날개> 등의 작품을 남겼다. 특히 <오감도>의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라는 구절의 배경이 된 류가헌 골목길이 이 근방에 있어 생생한 문학의 현장을 찾아볼 수 있었다.

경복궁 영추문 건너편에는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건물이 보인다. '보안여관'이라는 간판이 홀로 지키는 이곳은 일제강점기인 1936년에 <시인부락>이라는 문학지의 산실이자 가난한 예술가들이 주로 드나들던 장소이다. 서정주, 김동리, 오창환, 김달진 등 문학동인지 <시인부락>을 만들기 위해 이곳에서 작업했다. 특히 서정주는 이 여관에서 장기투숙을 하며 한국 현대문학의 본격적인 등장을 이끌어 냈다.

서울 시문학기행은 지난 10월 17일부터 시작되어 앞으로 시인의 묘소와 유적지를 탐방하는 기행이 남아있다. 관심있는 시민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사무처 전화(02-782-1337~8, 김경식 시인) 또는 이메일(dmin@penkorea.or.kr)로 연락하면 된다.

■ 서울 시문학기행 향후 일정
회차 일정 탐방 장소
제4회 11.14(목)
10:00~16:00
<시인의 묘소 탐방>
한용운,방정환,김상용,박인환(망우동), 오상순(삼양동)
제5회 11.28(목)
10:00~16:00
<시인의 유적지 탐방>
윤동주(연세대핀슨홀,시인의언덕,윤동주문학관),김지하(싸롱마고),
김소월(배제학당박물관), 박인환(북촌 고택,경기고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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