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이 콘서트장이 된다!

시민기자 황인호

발행일 2013.07.11. 00:00

수정일 2013.07.11. 00:00

조회 1,417

[서울톡톡] 'The House Concert(이하 하우스콘서트)'는 말 그대로 집에서 열리는 음악회다. 2002년 7월,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박창수 씨의 자택에서 시작한 하우스콘서트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 음악회로 공연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켜 왔다. 현재까지 350회가 넘는 공연에 1,400명이 넘는 연주자가 참여해오며 명실상부 국내 살롱콘서트를 대표하는 음악회로 자리매김했다. 11년 동안 이를 이끌어온 하우스콘서트 박창수 대표를 만나보았다.

시대를 앞선 예술가

그는 하우스콘서트의 주인이기에 앞서 작곡가이자 즉흥음악 피아니스트이다.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욱 널리 알려진 그는 일찍이 6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했다. 범상치 않은 재능을 가진 그였지만 항상 '문제아' 꼬리표를 달고 다니기 일쑤였다.

"중학교 2학년 때였을 거예요, 이웃집 대문에 선지를 바르고는 그 앞 공터에 불을 피워 의식을 치른 후 집집마다 대문을 두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저의 첫 퍼포먼스였죠."

기행으로 불릴만한 그의 작품활동은 서울대 음대에서도 계속되었다. 서울대 음대 건물을 검은 천으로 뒤덮거나 공연 중 피아노를 부숴 버리는 등 그만의 예술적 실험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어느 시대에나 실험정신은 예술 발전에 분기점이 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향 때문에 음악계에서는 이단아 취급을 받기도 했지요."

새로운 도전, 하우스콘서트

그의 이러한 실험정신은 예술가로서의 활동에만 그치지 않았다.

"서울예고 시절 친구들의 집을 오가며 연습을 해왔는데, 그 때 집에서 직접 듣는 음악의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집에서 열리는 음악회를 만들겠다고 마음먹었죠."

지난 2002년 그의 연희동 자택에서 1회 하우스콘서트가 열렸다. 그에게 하우스콘서트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다.

"저에게 음악회를 만드는 일은 곡을 쓰는 것과 같습니다. 하우스콘서트 각각의 공연은 물론이고 전체적으로도 모든 공연들이 하나의 구조를 이루고 진행되어가고 있는 음악이라 생각하고 하우스콘서트를 기획해오고 있습니다."

350회가 넘도록 이어져 온 하우스콘서트는 그의 또 다른 실험적 도전이자 작품인 셈이다.

하우스콘서트에 없는 것들

하우스콘서트에는 으레 공연장에 있는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의자이다.

"이곳에는 관객들을 위한 의자가 없습니다. 바닥에 앉기 위한 방석만 있을 뿐이죠. 관객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겠지만 이는 음악을 듣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입니다. 바로 마룻바닥을 통해 음의 진동을 느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관객들에게 방석마저 빼고 앉아 음악을 들어보라고 권하기도 합니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는 것 또한 하우스콘서트의 가장 큰 특징이다.

"무대가 곧 객석이고, 객석이 무대가 되는 공간입니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연주자의 땀과 숨소리를 보고 들으며 직접 교감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오감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음악이죠."

이 뿐만이 아니다. 하우스콘서트에는 연령과 사진촬영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음악을 즐기는 데에 특별한 제약을 두고 싶지 않았어요. 격식에 대한 반발심이기도 하지만, 많은 제약들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일반적으로 클래식 공연의 경우, 악장과 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관례가 존재하지만 하우스콘서트에서만큼은 언제든 원할 때 박수치는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이는 어린 관객들의 입장이나 사진 촬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죠."

바닥에 앉은 몸은 다소 불편할지언정 마음만은 내 집만큼이나 편한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반대로 다른 공연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지만 하우스콘서트에 있는 것도 있다. 바로 본 공연이 끝나고 이어지는 와인파티다. 와인파티에서는 모두가 어우러져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는다. 때로는 연주자나 관객이 즉석에서 연주를 시작하여 예정에 없던 2부 공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집 나간 하우스콘서트, 전국으로 뻗어나가다

올해 7월로 하우스콘서트는 11살 생일을 맞는다. 11년의 세월 동안 이를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경제의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예술의 순수성을 지켜왔던 점과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 왔던 것, 그리고 연주자들과 관객들의 변하지 않는 신뢰 때문이죠. 한마디로 이야기 하자면 '꾸준함'이 아닐까 싶네요. 이제 앞으로의 10년을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것들에 머무르지 않고 더욱 큰 가치를 찾아 도전하고 실험할 것 입니다. 아마도 함께 해온 우리 스태프들이 더 고생할 것 같네요(웃음)."

그의 새로운 도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지금껏 서울을 벗어나본 적이 없는 하우스콘서트가 전국의 공연장으로 향했다. 작년 하우스콘서트 10주년을 맞아 펼쳐졌던 '2012 프리, 뮤직 페스티벌'이 그 첫 걸음이다. 일주일 동안 전국 8도의 23개 공연장에서 총 100회의 공연을 만들어냈다.

그는 올해에도 커다란 도전을 앞두고 있다. '2013 : 원 데이 페스티벌'이 바로 그것이다. 7월 12일 저녁 7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전국 38개 시·군에 위치한 65개의 문화예술회관과 대안공간에서 동시에 열리는 원 데이 페스티벌은 클래식을 비롯해 재즈, 국악, 실험예술 등 다양한 장르의 연주자 290여 명이 참여한다. 유례를 찾기 힘든 대규모 프로젝트다. 서울에서는 강북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하여 9곳의 소공연장과 5곳의 대안공간, 그리고 사전공모를 통해 모집한 2곳의 가정집이 원 데이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또한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홍대 거리에서 플래시몹이 펼쳐질 예정이기도 하다.

"순수예술이 발전해야 이를 바탕으로 대중예술이 커 나갈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뿌리가 되어야 할 기초문화가 탄탄하게 자리 잡지 못하였습니다. '연예'가 넘쳐나고 '문화'는 사라져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장르의 수준 높은 음악가들의 연주를 생생하게 즐기는 것을 통해 기초문화를 다져나가고자 합니다. 보다 큰 가치를 찾고 건강한 공연예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저와 하우스콘서트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큰 도전을 앞두고 있는 그는 유난히 피곤해 보였지만 눈빛만큼은 유독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이것이 하우스콘서트의 10년 후를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하우스콘서트: http://www.freepiano.net/
원 데이 페스티벌: http://thc-proje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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