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전시회가 좋은 이유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이나미

발행일 2013.04.02. 00:00

수정일 2013.04.02. 00:00

조회 2,587

[서울톡톡] 우리가 전시를 보기 위해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찾아가는 건 굳은 의지 없이는 쉽지 않다. 세상은 바쁘고, 미술은 이해하기에 너무 어렵다. 개인적으로 미술은 일상 속에서 친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고민들을 덜어주는 게 바로 백화점이다. 아직은 미술관과 갤러리 방문이 부담이라면, 먼저 백화점부터 찾아가보자. 여기서 많은 이들이 궁금할지 모른다. '왜 백화점일까?', '백화점과 미술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사실 백화점은 미술과 꽤 긴밀한 사이였다. 오래 전, 이 서울에서 말이다.

백화점과 미술의 친밀한 관계

리포터는 백화점과 미술이 긴밀한 사이였다는 걸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되었다. 바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김한용 작가의 '서울풍경'전에서였다. 1960년대 서울 설경을 담은 그 사진에는 낯익은 신세계 백화점 본관도 있었다. 해당 설명자료를 보니, 촬영 당시 백화점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전이 열렸다고 한다. 세계적인 작가의 기획전이 지금처럼 대형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아니고 백화점에서 열렸다는 게 놀라웠다.

다시 백화점 갤러리에 관한 옛날 신문기사들을 찾아보았다. 정확히 1966년. 백화점 전시관(현재는 신세계갤러리) 개관 해인 4월, 제1회 어린이 그림잔치가 개최되었다. 문화 행사가 적었던 당시, 백화점은 시민들이 미술 작품을 볼 수 있던 유일한 문화공간이었다.

백화점이 운영하는 갤러리의 장점은 접근성이 좋으며 입장료가 없고, 사진촬영도 가능하다. 또 갤러리 주변으로 전문식당과 카페, 옥상공원이 마련되어 있다. 때문에 시종일관 서서 침묵을 지켜야 하는 정적인 관람보단 쇼핑 하면서 차를 마시는 동적인 방법으로 자유롭게 작품을 볼 수 있다. 이같은 생활밀착형 문화공간을 내세우는 서울 시내 주요 백화점 갤러리별로 각 특성을 알아보았다.

충무로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신세계갤러리'는 오랜 전통을 내세우고 있다. 갤러리는 1930년대 개점한 미스코시백화점이 마련한 화랑으로 출발했다. 해방 후 동화백화점으로 바뀌면서 '동화화랑'이 되었다가, 1963년 신세계백화점이 설립되면서 '신세계갤러리'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1966년 국내백화점 최초로 본점에 상설전시장을 개관하여 본격적인 미술전문공간으로서 역할을 했다. 미술 행사와 전시들이 드물었던 시기에 이 갤러리는 국내외 유명작가 등의 기획전을 열어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특히 이 백화점에는 갤러리가 마련한 기획전 외에도 매장 안은 물론, 본관 옥상공원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백화점 본관 트리니티 가든 앞에는 최근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제프 쿤스의 작품부터 루이즈 부르주아, 헨리 무어, 알렉산더 칼더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조각 작품들이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갤러리는 매년 9번의 기획전을 마련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300~400명의 관람객들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갤러리에서는 프랑스 현대미술작가 '디디에 망코보니'의 'Playing with Colors' 전이 22일까지 열린다. 전시는 봄에 어울리는 오색빛깔 컬러들의 화려한 잔치를 볼 수 있는 자리로, 드로잉에서 회화, 모빌 등 총 30여 점을 볼 수 있다.

삼성동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Gallery H'는 로비와 벽이 하나의 갤러리를 이룬다. 갤러리는 문화센터 로비 가운데와 벽면 곳곳에 작품들이 전시된 구조다. 특히 고객들이 쇼핑을 하거나 문화센터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작품을 접할 수 있다. 이 공간 구조는 저절로 미술과 고객 사이의 벽을 없애준다.

Gallery H는 자사 백화점 개점 후 창사 기념전시회로 '부르델 조각전(1990)', '모딜리아니와 에꼴드 파리전(1993)'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들을 기획전으로 열었다. 갤러리는 미술사에 중요한 세계적인 작가 기획전과 국내 신진작가 발굴 지원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최근 무역센터 갤러리에 마련된 기획전('Spring Flowers - 봄의생동' - 강주영, 최지윤 초대전)은 서양화가 강주영의 화려한 색채와 한국화가 최지윤의 간결한 색채가 대조를 이뤄 봄의 생동을 담아냈다.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롯데갤러리'는 백화점 개점 해(1979년)에 함께 개관했다. 이 갤러리는 12층 엘리베이터 앞에 일부 작품들이 진열되었고 이어 14층에 갤러리에 나머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평균 20여 회 기획전을 기획하는 갤러리는 연간 10만 명이 방문한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최근에는 283년 전통을 자랑하는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 '로얄 코펜하겐'의 제품들('덴마크 헤리티지, 꽃으로 피어나다' 전)을 선보였다. 뒤이어 찰스와 레이 임스, 부르노 무나리 등 디자인 거장들이 만든 생활소품 101점을 6개의 공간(1#싱글남, 2#싱글녀, 3#신혼부부, 4#여자아이, 5#다이닝룸, 6#리빙룸)에 선보인 'Design Your House' 전이 이달 15일까지 열린다.

미술은 특별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며, 삶과 예술이 별개로 존재하지도 않는다. 지금 우리가 백화점에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고르고, 입어보는 과정 자체도 바로 미술의 범주다. 마찬가지로 작품을 볼 때, 꼭 해석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버리고 자유롭게 접근하면 된다. 그럼 어느 순간, 미술은 우리 삶에서 '행복한 일상'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백화점은 시민들이 가장 쉽고 즐겁게 예술을 접하는 예술복합공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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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예술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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