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거울과 빗살무늬토기, 진귀한 유물 다 모였네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박분

발행일 2013.03.29. 00:00

수정일 2013.03.29. 00:00

조회 2,745

[서울톡톡] 한강변의 수려한 풍광을 배경으로 구석기와 신석기, 청동기 시대의 유물을 한자리에 전시한 '선사고대유물 특별전람회'가 강서구에 있는 겸재정선 기념관에서 열리고 있다. 2천 년에서 많게는 1만 년의 시공을 넘어 여느 박물관에서도 쉽게 볼 수 없었던 유물들이다.

구석기 시대의 뗀석기(타제)인 돌화살촉과 돌도끼, 신석기시대의 세석기 몸돌과 별도끼 등 의 돌도구에서 시작해 청동기시대의 토기와 청동검, 옥장식품 등의 유물까지 망라해 총500여 점이 풍성하게 전시돼 있다.

제일 먼저 관심을 끄는 것은 전시장 한 복판에 있는 빗살무늬토기 3점이다. 자그마치 8천 년 전에 빚은 토기라는 사실도 놀랍지만 교과서에서도 이미 수차례 소개 돼 우리 눈에도 친숙한 이미지의 토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잿빛깔의 '갈지(之)자7단 빗살무늬쌍이호'는 그 수려함이 가히 국보급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현재 소장하고 있는 5000년 전의 가야토기인 '쌍록유공장경호'와 흡사한 주황채색의 '쌍록채색장경호' 역시 전시된 선사유물 중 진수로 꼽힌다. 제작기법은 물론 16.1cm의 높이도 가야토기와 같아 '쌍록채색장경호'는 고고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학예사가 귀띔을 해주었다.

충청도의 한 과수원에서 출토됐다는 청옥 유물인 진묘수(무덤을 지키는 짐승)또한 명품으로 분류된다. 발을 얌전히 모은 채 오두마니 앉아 있는 모습은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지키는 스핑크스와는 대조적으로 처량한 모습이다. 정확한 연대 측정이 어려워 초기 철기시대로 유물로 추정하고 있다. 신석기인들이 화살촉으로 사용하거나 노리개로 쓰였을 뼈조각 유물도 150여 점 전시돼 있다. 그 중엔 새 뼈로 만들어진 뼈강아지와 뼈망아지 같은 작고 귀여운 노리개도 있다. 3센티 될까한 이 노리개의 임자는 예쁜 소녀가 아니었을까? 이 앙증맞은 액세서리를 몸에 지니며 멋을 부렸을 일만 년 전, 신석기인을 상상해보기도 재밌다. 낙랑시대(2천년전 중국 한대) 호족들의 무덤 속 부장품으로 추정되는 청동 유물들도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탑처럼 생긴 곡식창고와 우물과 부뚜막 위의 솥 모두가 부장품이라는데 실물 크기보다 많이 축소돼 있어 어찌 보면 아이들 소꿉놀이감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전시품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서, 즉 낙랑시대 고분 벽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삼 그 시대의 신비한 장례문화에 빠져들게 된다. 실제로 황금이 입혀졌다는, 당장에라도 달릴 태세를 갖춘 화려한 광택의 황금마차는 관람객들의 눈을 한눈에 사로잡을 정도로 압권이다. 우물에서 물 떠 배불리 밥 지어 먹고 비싸디 비싼 황금마차를 탄 채로 영혼은 어디를 향해 가려는지…. 사후세계를 믿으려는 인간의 욕망이 유물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죽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영생불사의 관념이 쉬 발길을 돌리지 못하게 한다.

그 외 어른 손바닥 크기의 청동거울, '의자손수대경'에 새긴 동물문양의 정교함이며 팔 벌린 채 포범을 딛고 올라 선 풍요의 여신상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부시다.

시공을 넘어선 유물 하나하나의 스토리는 볼수록 점입가경으로 두꺼비 형상의 돌 앞에 이르면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만다. 두꺼비에 여자아이의 모습을 음각해 넣은 '떡두꺼비딸' 암각화 때문이다. "1만년 전후로 때는 모계사회였고 딸 낳기를 기원했을 것"이라는 학예사의 설명이 흥미롭다. 단군(샤먼)이 종교의식 또는 기우제를 드릴 때 머리장식품으로 사용했을 것이라고 추정한 말굽 모양의 유물엔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데 신전 의식에서 인간 영혼이 하늘과 통할 수 있도록 상징한다고 설명돼 있다. 전시품 중에는 선사시대의 유물들과는 다른 이채를 띠는 것도 있다. 붉은 천에 '모조수응 불가일무'라는 글귀가 새겨진 수저집이다. 조선조 영의정이 사용했다는 이 수저집의 뜻풀이를 하면 '아침저녁 그 어느 때라도 빠지지 말고 항상 수응하라'이다. 조선조 정승들의 금과옥조였다는 '수응'은 남의 말을 항시 귀담아 듣고 일을 행하는 것을 말한다. 수저집에 써놓고 아침저녁으로 밥 먹듯 되새겼을 선조들의 모습을 수저집을 통해 보면서 현대인들이 잊기 쉬운 덕목을 새삼 엿 볼 수 있겠다.

이번 전시유물의 소장가인 박주식(62 강남구 도곡동)씨는 "유물과 함께 인류학적 시대별 문화의 변천과정도 인쇄물로 소개하고 있으니 읽어보면서 역사흐름 이해하면 더 재밌을 것"이라면서 "특히 우리 민족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는 북방계 유목문화권과 남방계 쌀 문화권의 유물이 대거 선보이고 있으니 유물과 함께 우리 민족의 뿌리 찾기에도 관심을 가져볼 좋은 기회"라며 관람 포인트를 짚어 주었다. 양천향교에서 전통문화 수호를 위한 교육의 일환으로 열리는 이 '선사고대유물특별전람회'에서는 선사시대 도구인 활을 사용해 불을 피워보는 '활비벼 불피우기'와 돌로 된 갈판과 갈돌을 사용해 곡식을 갈아보는 '갈판에 갈아보기' 등의 체험도 무료로 해 볼 수 있다.

전시장 밖 겸재기념관의 '뮤지엄숍'에서는 울산 반구대에 새겨진 선인들의 고래잡이 모습이 담긴 암각화를 재구성한 슬라이드쇼도 펼쳐진다. 옛날 선유도에 종종 출몰했다고 전해지는 고래의 일종인 상괭이를 추억하며 관람객들이 또 한 번 타임머신을 탈 시간이다. 유물전이 열리는 기간과 발 맞춰, 한국 고대사 특강이 겸재기념관3층 다목적실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오후 6시 30분에 열린다. '단군신화와 고구려의 동명신화', '고구려의 천문도와 하늘세계', '광개토왕릉비를 통해 본 고구려사' 등 총 9개 강좌가 진행된다. 임기환 서울교대 교수, 송호정 한국교원대 교수, 김종복 성균관대 박물관 학예관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선다.

학예사가 배치돼 안내를 돕고 있으며 관람료는 없다. 전시 기간 중 겸재정선기념관 입장료도 무료다. 역사 교과서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고대유물을 직접 볼 좋은 기회다. 매주 금요일 오후 2시~5시 사이에 방문하면 전시된 유물의 개인소장가인 박주식 씨로부터 보다 더 상세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주말과 일요일은 관람객이 붐비므로 평일 방문하면 차분히 관람할 수 있다.

○ 위치 : 서울 강서구 가양동 겸재정선기념관 3층 다목적실
○ 운영시간 : 3.15~5.16, 오전 10시~오후 6시(토, 일요일은 5시) ※ 매주 월요일은 휴관
○ 문의 : 02-2659-0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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