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의 `나의 소원`, 여기서 집필했어요!
발행일 2013.03.19. 00:00
[서울톡톡] 간밤에 먹은 게장이 배를 쿡쿡 찔렀다. 아무래도 탈이 난 모양이다. 열도 바짝 오르는 게 심상치 않다. 약을 먹어도 현기증만 날뿐이다. 이러다 쓰러지겠다 싶어서 급하게 찾아간 병원 응급실이다. 이런저런 검사를 복잡하게 하고 몇 시간 째 주사만 맞고 누웠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던 몸 상태는 천천히 회복되고 있었다.
병원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다 '이 근처에 근현대 문화재가 있다고 했는데 어디지?'라며 중얼중얼 혼잣말을 해본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걸어다닐만한가보다. 밤을 꼬박 새우고 집에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와 보니 오래된 건물이 한 채가 보인다. 그 건물은 새 단장 중인지 큰 글씨로 경교장이라고 쓰여있다.
3월 2일 개관, 혹시나 3.1절과 관련된 건물인지 호기심이 생겼다. 건물 주위를 뱅뱅 돌다 개관시간이 9시인 것만 확인하고 집으로 갔다.
다음 날 아침 9시가 되자 경교장에 대한 궁금증에 탈이 난 배를 잊은 채 다시 응급실로 달려갔다. 이제 막 개관을 해서 관람은 가능하지만 4월부터 해설할 수 있다고 한다. 여러 가지 궁금함을 가득 안고 아쉬운 대로 주변에 놓여있는 안내판을 통해 지하 1층부터 1층 2층에 걸친 건물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병원에 둘러싸여 있었던 일본강점기 건물은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다. 삼성병원 일부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3월부터는 근현대사를 살펴볼 수 있는 역사적 현장으로 바뀌었다.
변형되어버린 역사의 흔적들이 이제야 비로소 세상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경교장은 우리의 아픈 역사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 나라를 구하겠다는 신념으로 애국 운동을 하신 김구 선생님께서 서거하신 곳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활동공간이다.
1938년 일본강점기 당시 금광으로 돈을 번 최창학이 지은 일본식 건물로 원래 이름은 죽첨장이었다. 8·15광복 이후 최창학이 김구 선생님의 거처로 제공하였다. 김구 선생님께서 죽첨장이라는 일본식 이름 대신 근처에 있는 경교라는 다리이름을 따서 경교장으로 개명하였다. 최창학은 친일부호로 김구 선생님께 집을 내어주긴 하였지만 수시로 집과 가구를 확인하러 경교장에 들렀다고 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고 한다.
지하 1층부터 시작하는 전시관은 현재도 일본강점기와 김구 선생님을 기억하고 있는 분들께서 생생한 증언을 해주시는 화면을 볼 수 있다. 어두운 시대에 나라를 빼앗긴 원통함으로 중국, 시베리아 등지에서 독립운동을 하셨던 애국자 김구 선생님과 상해정부 요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1층에는 경교장에 대해 전반적으로 설명해주는 영상실이 준비되어 있다. 복원된 회의실, 귀빈식당 등은 그 당시 1층은 김구 선생님께서 업무를 보는 장소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관람객이 외부와 내부로 수시로 드나드는 곳이라 산만하다고 생각된다면 천천히 살펴보면 된다.
2층으로 올라가니 일본식 다다미방으로 꾸며져 있었다. 여러 방으로 나뉘어 있었고, 제일 안쪽으로는 김구 선생님께서 거처하셨던 공간이 나온다. 이곳에서 김구 선생님께서 '나의 소원'을 집필하셨다. 또 선생님 일생의 마지막을 맞이하셨던 곳이기도 하다. 김구 선생님의 서거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당시 군인 안두희의 총에 돌아가시게 되었다. 비록 재현된 것이지만 경교장 창문에 깨진자국으로 남아있는 총알 2발이 그 당시의 현장을 생생히 전해준다.
매섭게 시린 현실에도 네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라의 독립이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으신 민족애국자 김구 선생님! 그를 회상 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경교장이다. 엉뚱하게도 병원에 에워싸여 있지만, 지금이라도 복원이 되어 대한민국 내 나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장소로 국민에게 다시 돌아와 천만다행이다.
■ 경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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