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술, 낯설지만 재밌네~

시민리포터 이정윤

발행일 2013.02.12. 00:00

수정일 2013.02.12. 00:00

조회 2,100

[서울톡톡] 한 주 동안 받았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수단, 혹은 잊고 있던 예술적 감성을 깨워주는 공연과 전시들. 요새는 한국에서 만들어낸 작품들도 많이 눈에 띄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의 전시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서구권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과 수교를 맺은 지 20년이 되었는데도 아직 우리에게 중국의 예술작품들은 생소하기만 하다. 이번 주말 멀리 떨어져 있는 중국에 가는 대신 가까운 동숭동에서 변화하는 중국과 그 예술세계를 느껴보자.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이하여 열린 <신중국미술>전

지난 2월 5일(화)부터 3월 31일(일)까지 동숭동 아르코 미술관에서 <신중국미술>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중수교 20주년을 기념하여 아르코미술관과 중국 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 중국 현대 미술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는 대표 작가 8인의 눈으로 동시대 중국의 모습을 조망하였다. 작품들은 개방 이후 급격하게 변화를 겪는 중국의 모습과 불안감, 미래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였다. 또한 과거 자본주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며 배척되었던 서양의 문물과 음악들이 자유롭게 작품에서 표현되고 더 나아가 일상생활에서 소비되고 있는 새로운 중국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제 1전시장과 2전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1전시관은 서양의 모더니즘을 도입한 현대주의적인 청년 미술 사조인 '85 신사조 미술'의 세례를 받은 중견작가들이 참여, 사회참여적, 역사적 작품들로 구성되어있다. 2전시관은 중국의 한가구 한자녀 정책으로 일명 '소황제'라 불리는 80년대생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볼 수 있다. 1전시관의 기성세대 작품보다는 밝고 젊은 감각으로 개인의 감정과 작가 주변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1전시관

1전시관을 들어가는 입구는 깜깜하다. 그 끝에서 자리하고 있는 리후이의 'V'. 벽에 레이저를 설치, 바닥에 비스듬히 부착된 거울에 반사된 빛은 오른편 벽으로 쏘아져 그 빛의 모습이 마치 알파벳 V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작품이다. 레이저의 빨간빛과 레이저를 보다 더 잘 구현하기 위해 나오고 있는 안개는 우리가 생각하는 중국의 이미지와 크게 다를 바는 없지만 뭔가 더 모던한 느낌이다. 모순과 갈등 속에서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국 사회의 단면을 내비치면서 미래의 낙관과 비관 사이에 위치한 개인의 불안감을 드러낸 작품이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작품을 맞이하게 된다. 언뜻 보면 우리에게도 친숙한 한자 족자 같이 보이는 이 작품의 정체는 중국의 아방가르드 1세대 작가인 쉬빙의 '새로운 영문 서예필법'으로 '춘강화월야'라는 중국의 옛 시문을 영문으로 표현하였다. 알파벳은 쉬빙이 개방한 독특한 필법으로 한자처럼 보이지만 사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글자라고 한다. 각 한자는 영단어 하나씩 읽히게 되는데 해석하면 아름다운 시 한편을 읽게 되고 시각적으로 바라보면 힘 있는 필력에 감탄하게 되는 작품이다.

뉴미디어 아트의 대표주자 마오샤오춘은 5면이 비디오로 구현되는 정사각형체로 '네오큐비즘-무중유생'이란 작품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중국의 과거와 대도시로 상징되는 중국의 현재를 연결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는 유기성을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바흐의 음악을 따라 여러 개의 사건들로 구성된 아름다운 서사구조로 편집되었다. 라파엘의 '아테네 학당',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쾌락의 정원'등 작품에서 새롭게 해석된 서양미술 걸작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외에도 왕웨이가 100년 넘은 베이징 동물원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유리조형인 '선전 파빌리온', 정면에선 중국어로 '왜?'라는 물음을 던지고 보는 각도에 따라 부엉이가 새가 보이는 재미있는 작품인 '왜'도 눈길을 끈다.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2전시관

원링의 '8PM'은 2전시관에서 가장 흥미로운 작품. 자신이 겪는 일상을 만화로 풀었다. 작품은 중국과 한국에서의 하루를 이야기한다. 먼저 중국에서의 작가는 기상시간부터 컴퓨터를 켜고 작업을 한다. 그리고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의 일상생활을 돕고 다시 자신의 일로 돌아가는 구성이다.

한국에서는 호텔에서 나와 자신의 핸드폰에서 인터넷 접속을 하고 지하철을 통해 음식점을 가는 등 정말 평범한 하루 일상을 다루고 있다. 원링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일상의 묘사를 넘어 인터넷,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등을 통해 예술표현의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된 작품을 자세히 보면 '혜화'란 지명이나 '고맙습니다'같은 한국말이 나오는데 이 또한 작품을 관람하는 한국관객들과의 양방향 소통을 위한 그의 노력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송이거는 감각적인 회화로 풍요로운 현실과 그 이면의 어두운 공간을 간직하고 있는 중국 젊은 세대의 감수성을 드러내었다. 그의 회화는 배경 대신 몽환적이고 은유적인 '공간'을 제시하는데 이번 전시 된 작품은 총 두 작품이다. '하늘 사다리'에선 튀어나온 듯한 계단, '뒷마당의 정원'에선 어지럼증을 주는 꼬불꼬불 이어진 길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그의 회화는 평면적 회화를 뛰어넘어 입체적 작품을 추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 중 가장 어린 84년생인 위앤위앤의 설치미술인 '물거품', 천웨이의 '새 한마리의 소생을 기다리며' 등이 전시되었다.

전시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 전시설명을 들을 수 있는 도슨트 시간은 평일은 2시, 4시에 진행되고 주말은 2시, 4시, 6시이다. 관람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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