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때나 볼 수 없는 최고의 명품 감상
발행일 2012.10.25. 00:00
[서울톡톡] "고려비색이 천하제일이다."
즉, 고려청자가 천하제일이라는 말이다. 이는 중국 송나라 학자인 태평노인의 수중금이라는 책에 나온 구절이다. 그는 이 책에 당시 최고의 명품을 몇가지 꼽아 기록을 해두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고려청자였던 것이다. 세계 제일이라 칭송받던 중국의 자기를 제치고 천하제일에 꼽힌 것이다. 이쯤되면 고려청자를 한류 문화를 이끌던 원조격이라 봐도 무방할 듯 싶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고려청자 특별전 '천하제일 비색청사'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보 18점, 보물 11점에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두 점 등 총 350여 점의 완형 청자가 선보인다고 한다. 역대 최고 수준의 청자 전시라 하니, 한류 문화의 원조격인 고려 청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획기적인 발명품, 청자
인류는 꽤 오랜시간 토기를 사용해왔다. 이러한 토기는 물이 닿을 경우 일정 정도 흙이 풀려나오게 된다. 당연히 음식 맛도 떨어졌을 것. 낮은 온도에서 굽는 도기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당시 이들에게 1,250℃ 이상 높은 온도에서 구워만든 양질의 자기는 어쩌면 세상을 바꾼 놀라운 발명품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서양의 경우 18세기나 되어야 자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갖게 되니, 꽤 오랫동안 자기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 밖엔 없었다.
고려청자가 나오기 이전까지 우리 선조들도 중국으로부터 자기를 수입해왔다. 차와 술을 즐기던 고려인은 수입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들게 된다. 초기 중국의 영향을 보였으나 고려만의 독톡한 미의식이 반영된 도자문화를 만들게 된다.
1부 전시실에서는 청자 발생기부터 변화과정을 되짚어볼 수 있도록 시기별 고려청자를 만날 수 있다. 또한, 3부 전시실에서는 중국 도자와 그의 영향을 받은 초기 도자, 그리고 고려만의 독특한 미의 세계를 보여주는 상감청자를 함께 묶어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청자로 엿보는 고려인들의 생활
청자는 실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던 공예품이다. '천하제일 비색청자' 2부에는 고려인들의 생활방식을 알 수 있는 청자들이 전시되어있다.
전시장에는 우려낸 차잎 등 음식물 찌꺼기를 버리는 용도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타호' 등 여러 청자 식기 등도 전시되어 있다. 또한 현존하는 청자벼루 중 가장 아름답다는 '청자상감 신축명 국화모란문벼루'(보물1382호) 등 문방사우, 여성들의 화장용기, 향로, 베개 등도 전시되어 있다. 딱딱한 청자 베개를 실제 사용했을까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여러 정황상 실제 비단 등으로 감싸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려인들은 바둑을 무척 즐겼다고 하는데 이곳 전시장에는 바둑돌도 전시되어 있다. 한쪽에는 청자로 만든 휴대용 변기도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또한, 이곳에는 휴대용의자 등도 전시되어 있다. 의자와 유사해보이지만 위쪽에 구멍이 나 있는 전시물의 경우 의자라기보다는 화분대가 아니었을까 추정하고 있다. 이렇듯 유물들이 실제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을까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이곳 전시장에는 불교관련 용구도 전시되어 있다. 특히, 노승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는 '청자 퇴화점문 나한좌상 (국보 173호)'은 고려청자 명품전에 출품된 후 일반에게 공개된 예가 없는 작품이니 이번 기회를 꼭 감상해보도록 하자.
실제 고려는 불교사회이긴 했지만, 왕실과 중앙귀족을 중심으로 도교가 성행했다고 한다. 전시장에서는 '청자 인물형 주자 (국보 167호)' 등 도교와 관련된 유물도 만나볼 수 있다.
천하제일 비색청자를 만나다
3부 전시실에서는 고려만의 독특한 도자 장식 기법인 상감기법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상감은 백토와 자토가 흑백대비를 이루어 화려한 장식효과를 극대화 한 것이다. 양각이나 음각 등의 청자들과 비교해보면 은은하게 베어나면서도 장식효과가 뛰어난 상감기법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상감 기법 장식의 우수한 효과를 확실하게 느끼려면, 한발 물러나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4부에서는 그야말로 천하제일로 꼽을 만한 고려 청자 22점을 선별하여 모아 두었다.
중국의 영향을 받았으나 고려적인 미감을 드러내고 있는 '청자 사자 장식 향로'(국보 60호)는 눈여겨 볼 전시물이다. 자연스런 곡선미와 귀여운 사자 모습이 인상이다. 기운찬 조형미를 보여주는 '청자 구룡형 정병'(일본 중요문화재) 또한 잊지말고 감상하도록 하자.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고려 청자로, 조형미가 뛰어나다. 정감어린 조각의 '원숭이모양 연적'(국보 270호) 오사카 시립동양도자미술관의 '청자동자·동녀형 연적' 등과 함께 보며 고려 청자의 다양한 조형미도 느껴보도록 하자. 그밖에 '청자 투각 칠보문 향로'(국보 95호),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국보 68호) 등도 감상할 수 있다.
고려 비색청자는 태양광 아래에서 보는 빛깔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이곳 4부 전시실은 자연광에 가까운 조명 효과를 내도록 마련되어 있다. 최고의 청자 작품의 가장 멋진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기획특별전 '천하제일 비색청자'는 고려 청자의 역사, 다양한 청자의 용도, 상감으로 이어지는 청자의 기법 등 고려청자의 면면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천하제일 명품과 만나는 흔치 않은 기회이니 놓치지 말고 들러보는 것이 좋겠다. 전시는 12월 16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간송미술관 소장품인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국보 68호), '청자 상감 포류수금문 정병'(국보 66호), '청자 원숭이 모양 연적'(국보 270호) 등은 11월 4일까지만 전시된다.
■ 전시 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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