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양탄자와 황실 문장, 영국 왕실을 느끼다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유미희

발행일 2012.10.09. 00:00

수정일 2012.10.09. 00:00

조회 2,922

[서울톡톡] 제5회 '서울문화의 밤'이 진행하는 다양한 축제 중에는 이색공간을 공개하는 '오픈하우스서울'이 있다. 평소에 가 볼 수 없었던 서울의 감추어진 장소들을 엿보며 즐기는 별난 체험이다.

주한영국대사관이 서울시민에게 대사관을 열었다. 시청 전철역에서 내려 덕수궁 대한문을 지나 돌담길을 끼고 걸으니 주한영국대사관 쪽으로 가는 표지판이 보인다. 세실극장을 지나고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과 담을 맞대어 주한영국대사관이 있다.

대사관 대변인실의 안내로 투어가 시작되었다. 먼저 눈에 띈 것은 1992년에 지어진 현대식 대사관 건축물이다. 영국의 찰스왕세자와 다이애나 비 방한 당시 신축을 기념했다는 초석이 방문자를 맞이한다. 돌담을 따라 왼쪽으로 올라가니 2호 관저가 나오는데 빨강과 검정색 벽돌로 지어진 2층 건물이 아담하다. 대사관저와 2호 관저는 독립문, 명동성당, 정동교회 등과 함께 우리나라에 몇 개 남아있지 않는 19세기 건축양식이란다. 경사진 돌담길을 따라 조금 더 걸어 올라가니 투어의 주요 장소인 영국대사관저에 이른다.

오래되어 아름다운 2층 벽돌집

영국의 빅토리아여왕 시대인 1890년에 지어진 이 관저는 120년이 지났지만 낡았다는 느낌보다는 오래된 것이 주는 안정감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주한영국대사관은 대한민국에서 영국 정부가 소유한 유일한 땅으로 처음 지어질 당시 부지를 225파운드(약 40만 원)에 매입했다고 하니 세월의 흐름이 실감난다. 처마 밑에는 여느 집과 다름없는 소박한 토분에 꽃들이 자라고 있다. 현관에 들어서자 영국의 조각가 헨리무어의 조각품이 보이고 작은 탁자 위에 방명록과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사진이 있다. 벽에는 황실의 문장들이 걸려있고 복도를 지나서 붉은색 톤의 양탄자가 깔린 작은 홀이 나온다. 천장이 높아서 시원해 보이지만 겨울에는 추운 것이 단점이란다.

위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보이는데 2층은 대사 가족의 생활공간이고 1층은 손님들을 맞이하는 공간으로 쓰인다. 우리나라의 거실처럼 쓰는 다이닝룸은 정원을 향해 나 있는데 손님과 대화하고 차를 마시는 공간으로 사택의 개성이 가장 많이 느껴지는 곳.

드러나지 않지만 세련된 공간배치와 벽에 걸린 명화, 작은 소품들로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길게 세로로 난 창문으로 아름다운 정원이 보이고 밝은 빛이 들어온다. 이런 사소한 다름이 이국풍의 건축물이란 것을 깨닫게 한다.

영국식 정원에서 한국의 멋을 느끼다

다이닝룸에서 테라스를 통하여 정원으로 나오니 서울 한복판에 있는 장소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고요하여 평화롭다. 정원을 잘 가꾸기로 유명한 영국이지만 대사관저의 아담한 정원에서 오히려 한국적인 멋이 느껴지는 것은 정원을 가꾸는 사람이 한국인이라서 일까. 이 정원은 무엇이든 잘 자라서 허브와 동·서양의 꽃들이 조화를 이루어 피어나는데 봄과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테라스에서 잔디로 내려오는 계단엔 라벤더가 무성하게 자라 향기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넓지 않은 이 정원에서는 크고 작은 행사들이 벌어진다. 영국여왕 즉위 60주년(다이아몬드 주빌리)기념 리셉션에는 400여 명이 참석하였고 때로는 연주회도 열리는 등 이 정원은 관저에서 가장 사랑받는 공간이다. 오후의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는 잔디밭을 걸어 나오며 오래된 것이 주는 기품과 온화함을 몸으로 느낀다.

로마네스크양식의 성공회서울주교좌성당

영국대사관을 나오니 담장 너머에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이 있다. 성공회신자들은 흔히 서울대성당이라 부르기도 하는 곳이다. 이 성당은 대표적인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영국적 외형에 한국적인 특징이 잘 반영된 건물로 유명하다. 화강암과 적벽돌로 지은 이 건축물은 붉은 기와지붕이 무척 아름답다.

3대 교구장인 조마가 주교는 고딕양식의 성당을 원했으나 영국인 설계사 아더 딕슨이 고딕건축물은 주변의 덕수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하여 초대교회의 단순함과 위엄을 나타내는 바실리카식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축하게 되었다.

성당은 위에서 보았을 때 큰 십자가 모양의 건물이다. 1922년 착공을 하였으나 일제강점기로 원설계도의 형식인 장십자가형으로 짓지 못하고 일부가 축소되어 미완의 건물이 되었다. 그러던 중 1993년 영국의 한 도서관에서 원설계도를 찾게 되었고 1996년 현재의 연결된 십자가형 성당으로 완공되었다.

성당 내부에 들어서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앙부에 밝게 빛나는 황금색 모자이크 제단화였다. 아치형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는 웅장하고 단아하다. 기둥은 엔타시스(배흘림)형식으로 내·외부의 모든 기둥에 사용되어서 건축물에 통일성을 주고 있다. 성당 내부에는 파이프오르간의 맑고 풍부한 선율이 아름답게 울리고 있다. 안내를 맡은 정창진 요한 부제를 따라 지하로 내려가니 세례자요한 성당이 있다.

아침 저녁으로 예배가 드려지는 곳이라 한다. 바닥에는 조마가 주교의 유해가 동판 아래 안장되어 있다. 지하 성당에서 위층 제단과 종탑으로 이어지는 나선형의 아름다운 계단도 인상적이다. 밖으로 나오니 영국대사관 쪽에 검은 기와지붕을 덮은 한옥스타일의 서울교구주교관이 있고 그 앞에는 6.10민주화항쟁 기념비가 놓여 있다.

영국풍 성당에 한옥 주교관이 무척 이채롭다. 주교관 한끝으로 이어지는 곳에 '양이재'라는 늠름한 한옥 한 채가 보인다. '경운궁 양이재'인데 지금의 덕수궁인 경운궁을 고쳐 지을 때인 1905년 세운 것으로 한때는 황족과 귀족자제의 교육을 전담한 수학원으로 쓰였다. 대한성공회는 1920년에 이곳을 사들여 현재는 교구 사무실로 쓰고 있으며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제267호이다. 주교관의 다른 한쪽으로는 성가수도회의 수녀원이 있는데 정원은 역시 아름답고 정갈하다.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은 방문객을 향해 열려 있다. 주중에는 오전 11시~오후 4시까지 개방하여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관람할 수 있다.

서울시 주최로 2008년부터 시작된 '서울문화의밤'은 풍성한 문화행사로 구성되어 명실상부한 서울시민의 축제로 발전하고 있다. 이번 제5회 서울문화의 밤은 10월 4일부터 6일, 13일에 열린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seoulopenweek.com/index.html)를 방문하거나 운영사무국 (02-6939-7859)으로 문의하면 된다.

아랍 건축미가 돋보이는 오만대사관

(시민리포터 박칠성)

영국대사관 탐방과 같은날 열린 오만대사관 투어. 오만대사관은 2012년 5월 신축된 건물로 규모는 대지 793.4㎡에 건평 396.57㎡의 돔 탑을 포함해 6층으로 통유리창과 아라비아 풍 정원으로 구성된 아랍 건축미가 돋보이는 외교 공관이다. 오만대사가 직접 환영사를 하면서 오만이 어떤 나라인지 궁금해 하는 시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답사 전 건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건물의 설계와 디자인을 맡았던 프랑스인 전문가가 나와 설명을 해주었다. 이어 오만에 대한 자연, 문화, 관광 안내 등을 동영상으로 보았다. 간식으로 중동지역의 대추나무 열매에 커피까지 제공받았다.

정식 명칭은 오만 이슬람왕국으로 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 및 아랍에미리트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수도는 푸스카트이고 공용어는 아랍어이나 무스카트·마트라 등에서는 우르두어·힌디어 등도 사용하고 영어도 통용된다고 한다. 북측만 내륙지방으로 전형적인 사막기후이나 삼면이 오만 만과 아라비아 해에 접한 고온다습한 해안지방에 주민들이 많이 모여 산다. 특히 이곳에서 생산되는 유향은 성서에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러 온 동방박사가 가지고 온 선물 중 유향이 바로 이 나라 생산품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와는 1974년 3월 28일 외교관계를 수립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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