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바로 봅시다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유태웅

발행일 2012.03.14. 00:00

수정일 2012.03.14. 00:00

조회 2,278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서울시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경내에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은 지난 3월 9일부터 오는 6월 3일까지 성철스님(1912~1993) 일대기를 주제로 특별전시회를 열고 있다. 올해로 성철스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스님의 일대기를 모두 7개 주제별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지난 3월 11일 오후 2시엔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퇴옹당 성철 대종사 탄신 100주년 기념법회’가 열렸다.

성철스님은 1912년 음력 2월 19일 경남 산청군 단성면 목곡리에서 태어났다. 속명이 이영주였던 스님은 ‘영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세 무렵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했다. 이후 25세 때인 1936년 해인사 백련암에 주석하고 있던 동산스님에게 출가해 평생 구도의 길을 걸었다.

1947년에는 20여 명의 젊은 수좌들과 함께 문경 봉암사에서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결사를 시작했다. 1955년부터는 팔공산 파계사 성전암에서 두문불출하며 10년 동안 오로지 수행에만 정진했다. 1967년에는 해인사 총림 초대 방장에, 1981년에는 조계종 제6대 종정에 추대되었다.

전시회는 성철스님의 탄생과 출가 시기부터 입적에 이르기까지, 올해로 대한불교 조계종 50년을 맞이해 종단에 큰 발자취를 남긴 큰스님들을 소개하는 전시공간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성철스님이 남긴 각종 유품과 관련 자료는 당시 스님들의 수행과 삶의 모습을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고 할 수 있다.

40년 동안 기워 입은 두루마기와 고무신, 청빈한 삶

첫 전시공간인 ‘탄생과 출가’엔 ‘이영주 서적기’ 등을 전시하고 있다. 서적기는 성철스님이 20세 때인 1932년 무렵에 적어놓은 책 목록이다. <행복론>,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역사철학>, <신구약성서>, <자본론>, <유물론>을 비롯해 약 70여 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 제목이 적혀 있다. 출가 전 성철스님의 관심사를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보통학교 학적부와 사미계를 받아 승려가 됐다는 도첩, 비구계를 받았다는 금강계첩, 도첩과는 별도로 출가한 절에서 관리하는 승적첩 등을 전시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불가에서 종단의 스님들을 관리하는 일종의 인사시스템을 살펴볼 수 있는 셈이다. 이밖에 스님의 ‘오도송’과 오늘날 대한불교 조계종의 형식과 질서의 초석으로 평가되는 ‘공주규약’, 서원문과 법문 교재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전시장 중앙엔 성철스님이 40여 년 동안 손수 기워 입은 누더기 두루마기와 오래도록 신어 닳고 닳은 양말, 고무신을 전시하고 있다. 청빈한 삶을 살다간 스님의 대표적인 이 유품들은 차고 넘치는 물질문명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욕심 많은 현대인들에게 깊은 교훈을 준다. 뒤편엔 성철스님이 30여 년을 머문 해인사 백련암 염화실의 소박하고 단촐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스님이 사용했던 필기도구와 친필이 담긴 각종 문서들도 전시하고 있다. 스님은 평소 책을 진리의 세계를 담은 보배로 생각해 ‘법계지보(法界之寶)’라고 했다. 책을 읽다가 법문에 필요한 내용이 보이면 바로 메모하고 옮겨 적었다고 한다. 

벽면에는 원고지 위에 남긴 성철스님의 친필 법어인 ‘자기를 바로 봅시다’가 마지막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이 법어는 바쁘게 살아가는 불자와 현대인들에게 자기성찰의 기회와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물결이 멈출 때에야 비로소 물속이 들여다보이듯, 사람도 때론 잠시 멈추고 고요히 내면을 응시해야 자기를 바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이 성철스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이번 특별전시회는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한 불가의 세계는 물론, 철저한 구도정신과 청빈한 삶을 살다간 성철스님의 연대기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 할 수 있다. 불교중앙박물관 홈페이지(http://museum.buddhism.or.kr/)에서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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