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보다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이다은

발행일 2011.10.21. 00:00

수정일 2011.10.21. 00:00

조회 2,375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바람은 어떻게 그리지?”
“이렇게 막~ 그리면 되지요.”
바람을 그리라는 주문을 받으면 어떤 생각부터 드는지? ‘보이지도 않는 걸 어떻게 그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생각 해 보자. 보이지는 않아도 마음으로 느끼면 그려내지 못할 것이 없다고.

10월 19일, 미술작품초대 전시회 <마음으로 봐주세요>가 종로구 공평동에 위치한 공평갤러리 1층에서 열렸다. 여느 미술전과 다름없어 보이는 이 전시회는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 출품된 작품들이 모두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게 뭐가 특별해?’라고 한다면, 이건 어떤가? 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바로 ‘인천 혜광학교’, ‘청주 맹학교’, ‘충주 성모학교’라는 점이다. 그렇다. 이들은 바로 모두 시각장애학생들이고, 이들이 이 전시회에 출품된 모든 작품을 직접 그리고 만든 것이다.

MBC에서 주최하고 (사)동의난달 운숙미술회에서 주관한 이 전시회는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을 해소하고, 시각장애 아동들의 꿈과 희망, 느낌이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기 위해 열리게 됐다. 비록 잘 보이지는 않아도 여느 아이들처럼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들. 이 아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들은 총 세 가지 파트로 전시되어 있다. ‘꿈’, ‘꽃’, ‘감(feeling)’이 그것이다.

따뜻한 햇살을 느끼며 빨간색을 배우고, 차가운 바닷물과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파란색을 배웠고, 푸른 숲을 느끼며 녹색을 배웠다. 보이지는 않아도 마음으로 느끼지 못할 것은 없었다.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을 만들고 싶어 인형을 만지며 그 촉감으로 용을 재현해 냈다. 그 결과로 일궈낸 아이들의 작품들은 정말이지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수준이었다. ‘누가 옆에서 도와준 게 분명해’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너무 멋진 작품들이었다.

'시각장애학생들의 작품'

아이들은 볼 수 없는 대신 순수함을 잃지 않고 있으며, 그 순수함 속에 자신만의 세계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작품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완성시켰다. 다만 전맹이거나 시력이 거의 없는 경우에는 채색에 있어서 약시인 친구들의 도움을 얻기도 했다. 전시회를 통해 아이들은 매번 자신감을 얻는다. 보이지 않는다는 제약을 뛰어 넘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고, 그것을 남에게 보여주고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수동적인 수혜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문화 창조자로 거듭난다.

전시회 담당자인 MBC 윤남숙 큐레이터는 “장소가 그렇게 크지 않아 모든 아이들의 작품을 다 전시하지 못한 게 아쉽다”며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전시장 한편에서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도움으로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 ‘체험부스’도 진행된다. 이곳에서는 점자로 자신의 이름을 새겨 휴대폰 고리도 만들 수 있고, 점자 스티커, 점자 명함도 만들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무료로 진행된다. 하지만 전시장 입구에 놓여있는 기부함에 기부하면 기부금이 시각장애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고 하니, 아이들이 마음을 다해 우리에게 보여준 작품을 보고 느낀 만큼 우리도 우리의 마음을 전하면 그들도 우리의 마음을 전해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전시회는 10월 31일까지 계속된다고 하니 따뜻한 가을 햇살 맞으며 마음으로 그림을 느끼고 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문의 : 02-368-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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