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과 민족, 느껴보시렵니까?

시민기자 이은자

발행일 2010.11.08. 00:00

수정일 2010.11.08. 00:00

조회 2,286

서대문 형무소는 일본강점기 때의 민족독립운동역사뿐만 아니라 민주화운동, 정치적 격변 등 우리나라 광복 60여 년의 사회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국권을 강탈한 일본제국주의는 침략을 본격화하기 위하여 융희원년(1907), 인왕산 기슭 이곳에 '근대적 감옥'을 건축하였는데, 일본인에게 설계를 맡겨 500여 명의 기결수를 수용할 수 있는 560여 평의 목조건물을 짓고 경성감옥(京城監獄)이라 칭했다. 이에 따라 종로의 감옥에 수감되어 있던 기결수를 옮겨왔고, 이로부터 1945년 광복을 맞을 때까지 이 감옥은 일본제국주의가 항일애국인사들을 감금하고, 모진 고문과 박해를 가한 외에, 처형을 일삼은 식민통치의 상징이었다.

한일합방을 강제로 체결한 일본제국주의는 늘어나는 항일 애국인사들을 모두 수감하기 어렵게 되자, 1912년에 일본의 감옥법을 도입하는 한편 현재 마포구 공덕동에 감옥을 새로 지어놓고 경성감옥이라 칭함으로써 이곳을 서대문감옥(西大門監獄)이라고 고쳤다.

이렇게 일제강점기 항일 독립투사와 민주화투사들이 옥고를 겪어야 했던 서대문 형무소가 1998년에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으로 개관을 했었는데, 다시 서대문구가 2008년부터 국비와 시비 등 121억여 원을 들여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의 주전시관과 취사장 등을 원형대로 복원하고 전시물을 교체하는 공사를 해왔다. 새 단장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는 4일부터 7일까지 독립과 민주 올레길 탐방, 심포지엄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펼쳐졌고 6일 기념식 당일에는 역사관을 무료 개방했다.

경술국치 100년,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전시 재개관을 맞이해 11월 4일 독립관 무궁화홀에서는 ‘경술국치 100년 항일민족지도자와 서대문형무소’라는 주제로 학술심포지엄이 열렸다. 재개관일인 11월 6일 오후 3시에는 역사관 내에서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됐던 독립운동가와 민주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과 예술제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독립유공자와 유족들, 관계자, 시민 등 2000여 명이 넘는 인파가 붉게 물든 역사관 마당을 가득 채웠다.

이동형 기획전시 ‘다이나믹 한국현대사’도 눈길을 끌었다. 해방 이후부터 2002년 월드컵까지 격동의 순간을 다양한 사진자료를 통해 패널로 감상할 수 있는데, 첫 번째 코너 '해방공간'에서는 해방 이후 미소군정, 좌우대립 등 자주독립국이 아닌 분단국가로서 대한민국이 성립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두 번째 코너 '한국전쟁'에서는 동족상잔의 비극적인 역사를 되돌아보는 공간을 마련하였다. 세 번째 코너 '민주화 항쟁과 경제발전'에서는 독재정권을 타도하여 민주화를 이루고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끈 우리민족의 저력을, 네 번째 코너 '화합'에서는 진일보한 남북관계, 나아가 전 세계를 하나로 묶은 2002월드컵을 소개한다. 이런 기획전시를 통해 우리나라의 현대사는 분단과 전쟁을 통한 아픔의 상처로 얼룩진 역사이며 동시에 그 굴곡을 빠르게 극복하여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낸 역동과 저력의 역사임을 인식하게 하고자 함이라는 것이다.

보안과 청사로 사용됐던 지하 1층, 지하 2층, 총 1천398㎡ 규모의 주전시관은 1960년대 덧붙인 백색 타일을 제거하고 원래의 적색 벽조로 복원했다. 주전시관 1층은 서대문형무소의 연혁과 역사적 의미를 보여주고, 2층에서는 민족저항운동 자료를 전시하는 등 '독립과 민주'라는 주제에 따라 전시물을 교체했다. 2, 3층 전시 관람을 마치면 지하로 내려가는데, 지하층에서는 특수카메라를 이용해 관람객이 직접 독립운동을 하는 것처럼 합성한 영상을 보여준다. 단순히 천장에 있는 렌즈를 바라봤을 뿐인데, 여러 장면이 그대로 연출된다. 관람객들은 첨단시설로 한층 밝게 꾸며진 전시관과 수감시설을 둘러보고, 대폭 교체된 전시물들을 눈여겨보며 체험도 해 보았다.

KBS 오유경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기념식에서 서대문구청장은 형무소에 투옥된 적이 있고 아직 생존해 있는 독립인사 이병희, 이병호 님과 민주인사 이소선, 이돈명 님 등을 초청해 역사의 발자취를 만들기 위해 풋 프린팅 순서를 마련하고, 이들의 공로를 치하했다. 박형규, 리영희 님은 사전에 자택을 방문하여 풋 프린팅을 해왔다고 한다. 기념식을 마친 다음에는 서대문 형무소역사관 주전시관 지하옥사를 둘러보았고, 올해 93세 최고령인 이병희 여사도 유족들의 부축을 받아가며 역사관의 이모저모를 눈여겨 보았다.

기념식에 이어진 기념예술제는 소프라노 김수기 씨와 테너 강무림 씨가 함께한 김영동 밴드의 국악실내악, 타악그룹 광개토의 타악 퍼포먼스, 해금 솔리스트 강은일 씨의 해금 연주, 가수 신형원의 공연 등이 펼쳐졌다. 서대문구는 서울시, 문화재청과 협의를 거쳐 내년부터 유관순 지하감옥, 수감자 운동장, 담 등을 복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새롭게 개관한 전시장에서 세계 속에서의 우리의 정체성, 역사인식도 새롭게 해볼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안내

문의: 02) 360-8590~1
교통편: 지하철3호선 독립문역 5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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