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쟁이 폴 스미스 할아버지, 창조의 비밀은?

시민기자 이지석

발행일 2010.11.02. 00:00

수정일 2010.11.02. 00:00

조회 2,917

영국의 대표적 아티스트 폴 스미스(Paul Smith, 1946∼)는 패션디자이너, 사업가, 수집가, 포토그래퍼인 데다 싸이클링까지 다양한 분야로 눈길을 보내고 있다. 대림미술관(www.daelimmuseum.org)의 '인사이드 폴 스미스' 전시는 9월 2일부터 11월 28일까지 21세기 패션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폴 스미스의 철학과 창의력 원천을 알아 볼 수 있는 아트 컬렉션을 전시하고 있다.

10월의 마지막 날 가족들과 개구쟁이 아티스트 폴 스미스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대림미술관으로 갔다. 2층 전시실에는 그의 유화그림과 드로잉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메모북으로 스케치를 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익살스러운 모습의 당나귀가 테이블에 앉아 별, 달, 도형 모양을 앞에 두고 심각한 표정으로 우리를 반겼다.

전시실의 중앙에는 '겨울정원 시리즈' 8장의 그림이 우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흰 눈을 배경으로 붉은 꽃, 초록 잎, 보라색 줄기 등으로 화려한 원색의 향연을 선사하는 그림이었다. 'More tea, Sir?'는 몽환적 분위기의 정원에 폴 스미스의 친구들이 모여 차를 마시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멕시코시티 2' 사진은 더 넓은 광장에 수천 명의 남녀 모델이 누드로 대열을 맞춰 서 있는 장면이고, '루돌프 호수, 아이와 악어'는 열 대명의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거대한 악어와 놀고 있는 다소 충격적인 사진이었다.

폴 스미스의 그림에서는 팝아트의 분위기를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전시장에는 비틀즈의 모습과 담배를 피우는 뮤지션의 얼굴, 독재자와 댄서, 엘리자베스 테일러, 펩시와 영국 여왕 등 초상화 그림들이 많이 있었다. 3층에는 폴 스미스의 남다른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과 오피스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그 곳에서는 사진촬영이 가능했다. 그의 사진 작품들은 자연스럽게 그의 패션디자이너의 컨셉으로 재탄생되고 있었다. 폴 스미스는 런던, 맨체스터, 파리, 뉴욕 등 42개 지역에 200여 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전시장에는 폴 스미스의 ‘코벤트 가든 스튜디오’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 폴의 오피스에는 장난감과 페인팅, 사진, 수많은 책, 그리고 오브제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그 곳을 어떤 이에게는 동화 속의 나라처럼 멋진 곳, 또 다른 이에겐 악몽과도 같은 곳이 될 거라고 했다. 그곳은 폴 스미스에게는 샘 솓는 영감의 장소이며 창의력의 저장고이다.

대림미술관은 지난 10월 18일에 폴 스미스의 삶과 직업관, 예술철학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Paul's Talk'를 마련했다. 그리고 폴 스미스는 tvN의 ‘백지연의 피플 INSIDE’에 참여하여 장난꾸러기 예술가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강연회와 인터뷰에 참석한 사람들은 그의 창의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 유쾌하고 개구쟁이 같은 창의력 거장 폴 스미스의 답변은 의외로 간단했다. 매일 매일을 즐겁게 흥미로운 도전을 즐기고, 심플한 디자인 속에서 내면의 특별함을 강조한다고 했다. 물론 농담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그냥 공중에서 똑! 딴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 창조력의 비밀을 모조리 밝혀내기에는 이번 초청 강연회와 TV 인터뷰로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내일이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는 그의 긍정적인 마음가짐에 힌트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남들이 시도했고 이미 걸어간 길은 가지 않는다는 그 고집스러움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창조력은 그가 항상 지니고 다니는 아이디어 수첩과 카메라에 있는 것 같다. 창조력은 타고 난다기보다는 모든 사람들에게 잠재되어 있는 창조의 샘물을 어떻게 길러내는가에 달려 있다. 학자, 음악가, 화가, 디자이너, 경영자 등 모든 창조력의 대가들은 하나 같이 메모광이라는 사실이다.

아지랑이 같이 떠올랐다 신기루 같이 사라지는 수많은 나의 생각들……. 순간순간 자신의 메모북에 낚시를 하듯 낚아채야 할 것이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축적되는 것이라고 한다. 매일 매일 창조력의 근육을 단련하는 자, 그 비밀의 문을 열지니! 대림미술관 주위에는 은행나무가 가을을 맞이하여 노란색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우리를 맞아 주었다.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고 생명의 끈을 이어가는 삼라만상이 바로 창의력 원천이요, 신비의 근원이라 할 것이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