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눈으로 서울을 다시 본다

시민기자 박매금

발행일 2010.09.08. 00:00

수정일 2010.09.08. 00:00

조회 1,919

서울을 걸으며 서울의 문화예술 명소를 찾아 일상속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서울문화예술탐방을 다녀왔다. 4월부터 10월까지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탐방코스 중에서 이번 탐방지는 역사가 있는 '문학기행'으로 평화시장, 고산 윤선도 생가, 한무숙문학관이었다.

시민탐방단을 태운 버스는 첫 탐방지로 평화시장 전태일 거리와 책방거리에 도착했다. 금년이 전태일이 세상을 떠난 지 40주년이다. 평화시장은 그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던 일터였다. 그리고 그가 세상을 떠난 장소이기도 하다.

1948년 9월 28일 대구에서 태어난 전태일은 평화시장에서 재단사로 일하던 청년노동자였다. 그는 노동환경의 비인간적인 처우를 개선하려고 애를 쓰던 중 정부와 사회의 무관심에 절망한다. 결국 그가 최후로 선택한 것은 자신을 희생하는 것. 22세였던 1970년 11월 13일, 그는 서울 평화시장 앞 길거리에서 몸을 불살랐다. 사회는 경악했고 지성인들의 가슴은 흔들렸다. 문인들도 그를 위한 문학을 준비하면서 노동자문학과 민중문학의 탄생되었다.

전태일거리에는 전태일동상과 추모동판이 새겨져 있다. 화가 임옥상이 제작한 전태일동상이 있는 다리 주변에는 청계천을 따라 약 1.4km에 많은 사람들의 소원이 새겨진 동판이 깔려있다. 이 동판은 2005년 전태일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정성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전태일의 분신장소였던 평화시장 앞은 분주한 상인들의 발걸음으로 부산하다. 40년 전의 전태일, 그의 죽음이 이 평화시장의 노동자들에게 의미있는 희생이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민탐방단은 숙연해졌다.

두번째 탐방장소는 고산 윤선도 생가터. 옛 서울대 문리대 자리인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으로 향했다. 고산 윤선도는 송강 정철, 박인로와 함께 조선을 대표하는 3대 시인이다. 고산 선생은 조선 당대 시조문학을 화려하게 꽃피운 분이다. 학문과 철학을 비롯하여 제가백가 역사에 관한 전문가이기도 했다.

그는 또한 학문과 예술 전반에 걸쳐 조예가 깊고 천문, 음양지리, 의약에 관해서도 전문지식을 갖춘 문인이자 정치가였다. 병자호란 당쟁의 비정한 정치 현실 속에서도 부드럽고 강직한 성품의 선비였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성품은 시조문학의 으뜸으로 꼽히며 '산중신곡'에 수록된 '오우가'에서도 잘 드러난다. 혜화동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윤선도의 생가터를 기념하는 비가 세워져 있다. 그리고 역시나 이 비에는 그의 시조 '오우가'가 새겨져 있다.

임진왜란 이후 혼탁하고 위험한 조선의 정치판에서 올곧은 상소를 올렸으며 그 결과 3차례에 걸쳐 10년 이상의 유배를 당해야 했던 윤선도 선생. 유배를 가서까지도 윤선도는 백성을 사랑하고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시조를 지었다. '오우가'의 물, 돌, 소나무, 대나무, 달의 오우(五友)를 벗삼아 지냈던 그를 조용히 상상해 본다.

세번째 탐방장소인 여류소설가 '한무숙문학관'. 혜화동로터리에서 유일한 한옥이 눈에 띄는데 그곳이 바로 한무숙문학관이다. 이곳은 소설가 향정 한무숙 선생이 1953년부터 작고할 때까지 40년 동안 살았던 옛집이다. 그녀의 가족들은 이 한옥을 한무숙문학관으로 만들어 잘 보존하고 있다.

소설가 한무숙은 심리묘사에 뛰어난 작가이다. 서울에서 출생하여 '신시대'지에 장편소설 '등불 드는 여인'으로 당선되어 작가로 데뷔한다. 1948년 부산의 '국제신보' 장편소설 모집에서 당선된 '역사는 흐른다'도 주목을 받았다. 작품으로는 '유수암', '생인손', '송곳', '빛의 계단', '석류나무집 이야기', '만남'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특히 '만남'은 다산 정약용의 삶을 주제로 쓴 작품으로 1992년 미국에서 영역으로 출간되기도 하였다.

정원이 특히 아름다운 이 한옥은 펄벅, 조병화, 황동규, 가와바타 야스나리 등 국내외 문인들이 방문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한무숙 선생의 장남이신 김호기 관장은 어머니로서의 한무숙선생과 생전의 작가 한무숙을 회고하며 관람객들에게 문학관에 대해 설명했다. 개별적으로 한무숙문학관을 방문하기를 원하는 시민들은 사전예약을 해야 관람할 수 있다.

서울문화예술탐방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이라는 공간을 좀 더 잘 알기 위해 참가해볼 만한 프로그램이다. '우리동네문화탐방'부터 시작해 예술과 문화공간의 대표격인 미술관 탐방과 박물관 탐방, 영화 속에 그려진 서울을 돌아보는 영화·음악탐방, 건축을 통해 서울의 디자인을 돌아보는 건축·디자인 탐방, 문학기행 탐방 등 총 10개의 탐방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서울문화예술탐방으로 서울을 여행해보자. (참고자료 : 서울문화예술탐방 문학기행자료)

문의: 서울문화재단 http://www.sfac.or.kr

시민기자/박매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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