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시대로의 초대

admin

발행일 2010.07.19. 00:00

수정일 2010.07.19. 00:00

조회 2,418

숨가쁜 현대를 살면서 가끔은 느린 걸음으로 태고적 원시림 풍경 속으로 걸어가고 싶은 날이 있다. 선사인들의 삶이 잘 보존된 도심 속의 유적지, 강동구 암사동 선사주거지를 찾았다. 짚으로 지어진 거대한 움집들과 나무로 조각된 신화 속의 빛바랜 동물들이 공원마당에 전시되어 있어서 공원 전체가 전시관이자 박물관인 듯한 그 곳. 암사동 선사주거지는 약 6천여 년 이전에 살았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신석기시대 최대의 유적 주거지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암사동 유적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 하나가 신석기인들의 가옥인 움집이다. 야외전시장에 줄지어 있는 몇 채의 움집을 지나 체험관으로 들어가 보았다. 움집 입구는 야생동물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머리를 숙이고 겨우 한 사람이 통과할 수 있도록 좁고 길게 만들어져 있는 게 특징이었다. 지붕은 추위와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이엉과 짚으로 튼튼하게 덮여 있었는데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짚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반질한 흙바닥과 짚더미 벽에서 마치 원시림의 풀숲 냄새가 나는 듯했다. 겨우 서너 명이 누울 정도의 좁은 집안, 방 한 가운데에 불을 지펴 음식을 익혀 먹었던 화덕과 음식을 저장하는 저장고, 자린고비를 연상케 하는 천장에 매달린 생선 한 코를 보면서 좁지만 꼭 필요한 것은 다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집의 의미가 움집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

선사주거지에서 발견된 대표적인 유물로는 빗살무늬토기가 있다. 중학교 때 국사시간에 빗살무늬토기와 무문토기를 비교하면서 교과서에 밑줄을 그으면서 공부했던 시절이 생각난다. 빗살무늬토기의 ‘빗살’이란 머리 빗는 ‘빗’의 가는 ‘살’로 문양을 낸 것에서 따온 말이라고 배웠다. 생선뼈나 동물뼈를 사용해서 다양한 빗살 문양을 새긴 토기로 밑이 달걀모양으로 생긴 것이 빗살무늬토기의 특징이라면, 무문토기는 무늬가 없는 토기를 말한다. 전시관에는 토기 빚는 과정이 쉽고 간단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점토띠를 만든다→한 단씩 쌓으면서 이어 붙인다→벽을 다듬는다→토기 모양이 완성되면 무늬를 새긴다'. 인류의 주식 변화에 혁명과 같은 신석기시대 토기의 발명, 지금까지도 빗살무늬토기가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제1전시관에는 빗살무늬토기 외에도 돌칼, 돌화살촉, 그물추, 반달돌칼 등 간석기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었다. 또한 실제의 움집터와 선사인들의 생활모습이 담긴 파노라마 벽해설이 인상적이었다. 제2전시관에는 돌무덤, 마찰열로 불 일으키기, 선사문화를 감상하는 상영관과 움집복원모형 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문화해설가의 풍부한 해설과 이야기가 있어서 금상첨화였다. 사진 찍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 분은 이름대신 ‘자원봉사자’라는 커다란 이름표만 확인할 수 있었는데 끝내 음료수 한 캔조차도 사양했다. 희끗한 머릿결의 연륜 만큼 겸손과 절제의 미덕이 진정으로 와 닿았다. 아이들과 유적지 탐방도 하면서 선사인들의 흔적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었던 시간, 원시림이 걷고 싶은 날에는 그곳에 가리라.

여름방학 특별 프로그램 풍성

신석기인들의 발자취가 곳곳에서 숨쉬는 듯한 선사주거지는 선사시대 생활을 주제로 한 알찬 체험 프로그램들로 풍성하다. 특히 이번 여름방학 체험 프로그램으로 외국인 자원봉사자가 영어 해설로 운영하는 '외국인 자원봉사자와 함께 선사역사 알아보기'가 진행될 예정이다. 외국인 자원봉사자를 통해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신석기시대의 생활상 등을 영어 해설로 알아보는 소중한 체험학습이 될 것이다. 체험비는 무료이며 인터넷으로 신청이 가능하다. 7월 31일부터 8월 21일까지 진행되는데 접수기간은 7월 13일부터 8월 20일까지 암사동선사유적지 홈페이지(sunsa.gangdong.go.kr/)로 예약하면 된다.

11월까지 진행되는 '고고(考古) 선사로' 체험프로그램도 있다. 씨오쟁이(씨앗을 담아 두는 짚으로 엮은 물건이나 그릇) 만들기, 움집 만들기, 곡식 갈기, 활·화살 만들기, 사냥하기, 빗살무늬 만들기, 부싯돌 체험, 고기잡기(여름), 토기받침 만들기와 같은 '선사인의 하루 체험하기'와 '신석기 그릇 만들기' 등이 있는데 성인과 청소년이 예약 가능하다. 체험비는 전액 무료이며 예약 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역시 암사동 선사유적지 홈페이지(http://sunsa.gangdong.go.kr/)로 예약하면 되며 궁금한 사항은 문의전화(3426-3857)로 해결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유료 프로그램으로 ‘도자기 목걸이체험’, ‘오카리나 도자기 피리’, ‘액자 꾸미기’, ‘도자기 종’, ‘미니어처 토기’, 3개월간 '외국인 친구와 함께 하는 암사 역사교실' 등이 있다.

선사유적지의 입장료는 성인은 500원, 청소년은 300원이며 주변 시민들을 위해 아침 6시부터 9시까지는 무료로 개방한다. 가는 길은 지하철 8호선 암사역 4번 출구에서 선사주거지 방향으로 도보 15분이면 된다.

시민기자/석성득
ssd63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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