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전쟁 이야기

admin

발행일 2010.07.15. 00:00

수정일 2010.07.15. 00:00

조회 1,665

청계9가 지나서 청계천을 따라 걷다보면 청계천문화관을 만날 수 있다. 지난달부터 청계천문화관에서는 6.25 발발 60주년을 맞이하여 '보이지 않는 전쟁, 삐라'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아무데서나 쉽게 볼 수 없는 색다른 전시다. 전쟁을 잘 모르는 어린아이들에서부터 전쟁에 대한 아픔이 있는 세대까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문화관의 기획전시장을 둘러보면 어떨까. 1950년부터 1960년까지의 소리 없는 전쟁 이야기가 생생하게 숨쉬고 있다.

문화관 정문 앞에는 실제의 대포가 전시되어 있어서 눈길을 끈다. 견학 나온 어린이들이 마냥 신기해한다.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천장에 가득 매달린 삐라의 광경이 이채롭다. 삐라를 살포하는 현장감을 시민들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중에 매달아 놓은 듯했다. 전시실 오른쪽 벽면을 가득 채운 포스트잇도 눈에 띄었다. 통일에 대한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메시지들이었다.

전쟁에서 심리전 도구로 가장 주목되는 것이 ‘삐라’라고 하는 전단지의 살포였다고 한다. 남과 북은 서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전쟁기간 동안 한반도의 UN군 측에서 25억장, 공산군 측에서는 3억장 등 약 28억장의 삐라를 뿌렸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문화관에서 육군사관학교의 육군박물관과 공동 기획하여 6.25 전쟁기간 동안 뿌려진 심리전용 전단지인 삐라 445점을 최초로 공개했다.

전시된 삐라는 UN군이 북한군과 북한주민을 대상으로 살포한 삐라와 중공군을 대상으로 살포한 삐라, 북한에서 UN군을 대상으로 살포한 삐라로, 6.25 당시 실제 사용된 것들이었다. ‘공산주의는 굶겨 죽이는 길이다’, ‘어서 도망하라!’, ‘하늘에는 벼락! 땅에는 진동!’, ‘7,500-무려 칠천오백개 중대 전멸’, ‘경고-목숨을 살려라’, ‘당신이 목숨을 거는 동안 그들은 돈을 긁어 모은다’, ‘자아비판모임’ 등 삐라에 담긴 글과 그림은 상대방을 비방하고 모략하는 내용들로 가득했다.

지난 시절을 상기해 보면 전쟁이 주는 처절한 고통과 자유와 평화에 대한 간절한 갈망들로 죽어간 넋들이 삐라라는 한 장의 엽서를 통해 울부짖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번 특별전은 전쟁과 평화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통일이 됬으면 조켔다.” 어떤 시민이 힘주어 써 붙여 놓은 포스트잇이 삐라 한 장처럼 내 가슴에 꽂혔다.

'보이지 않는 전쟁, 삐라'전은 청계문화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8월 22일(일)까지 전시한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문의: 국번없이 120/ www. cgcm.go.kr)

특별전을 감상한 후, 지하2층에서 지상4층에 이르는 청계천문화관의 전시관 전체를 관람해 보자. 2005년에 문을 연 쳥계천문화관은 기획전시실 외에도 상설전시실과 교육실, 강당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청계천 복원공사와 복원 후 도시의 변화된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문화관 외부로 나가면 바로 맞은편에 ‘청계천 판자집 테마존’이 있다. 1950년대에서 60년대 청계천변에 있었던 판자촌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여 그 당시의 생활 모습과 물품을 전시하고 있다. ‘닥종이 인형 전시’, ‘또리 만화방’, ‘광명상회’, ‘청계연탄’, ‘옛날교복’ 등 어릴 적 추억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하다.

또한 청계천문화관에서는 시민들을 위해 다양한 문화 행사도 열리고 있다. 7월 28일(수)부터 8월 6일(금)까지 '2010 청계문화관, 도심 속 바캉스 영화제'도 개최한다. 매일 2편의 영화가 3층 강당에서 무료로 상영된다. 7월 12일부터 7월 26일까지 예약신청하면 된다. 1인당 4매까지 신청이 가능하다. (문의: http://yeyak.seoul.go.kr/→ 공연/전시→ 바캉스영화제)

시민기자/석성득
ssd63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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