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동시 체험, 짧지만 긴 여운

admin

발행일 2010.05.25. 00:00

수정일 2010.05.25. 00:00

조회 2,084

한빛 미디어갤러리에서 디지로그 기획전 ‘춘몽’ 개최? 궁금했다. 전시회 장소도 생소하고, 디지로그란 말도, 춘몽도……. 현장을 찾아 가니까 의문이 술술 풀렸다. 디지로그(Digilog)는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의 합성어다. 디지털 부문과 아날로그 부문, 두 가지로 전시가 되고 있는데, 디지털 부문에는 'Shadow Vision In Namsan'(2010, 오동훈)과 'Illust Mirror'(2010, 최영주&윤희조)가, 아날로그 부문에는 1탄 [리본아트 전]이 종료되고, 2탄 '퀼트 전'이 시작되어 한국국제퀼트협회 퀼트핸즈 회원들의 작품 5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방문한 시각에 사진동호회 회원들이 사진 강의를 듣고 있었고, 또 다른 동호회 회원들이 사진촬영과 퀼트 감상에 빠져 있었는데, 한 곳에 멈춰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는 일행들 곁으로 가봤더니 그것이 바로 ‘일러스트 미러’였다. 앞에 서 있으면 부분적으로 모자이크처럼 변형시켜 놓아 표정과 몸매 등을 정확하게 보여주지 않아 부담 없이 서 보기도 하고, 멀리 서서 모습이 보이는가를 실험도 해 보았다. 그러는 사이 벽면 전체 대형화면을 장식하고 있는 'Shadow Vision In Namsan' 앞에서 여성 모델이 포즈를 취하자, 사진동호회 회원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촬영을 하느라, 전시장 분위기가 마치 취재진들이 몰려온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회원들과 함께 어울려 두 가지 체험을 하느라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벚꽃이 휘날리는 것처럼 수많은 꽃잎들이 대형화면에서 가득 떨어지는 '시추에이션'이 아닌가! 여자 회원 두 명이 꽃잎을 받아보려는 듯 두 팔을 벌리자, 화면 안에서는 실제로 꽃잎들이 팔에 떨어지고 있는 것 같은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래서 '춘몽'인가!

잠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퀼트핸즈 회원들이 테이블에 직접 앉아서 다소곳이 퀼트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얘기를 나누었다. 오기 전에는 그저 생활소품들을 테이블에 늘어놓거나 벽면에 기대놓은 소박한 전시회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한 작품 한 작품이 여성들의 손에 의해 완성된 수예품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대형이고 정교했다. 퀼트의 다양한 기법을 활용한 트래디셔널 퀼트, 컨템포러리 퀼트라는 낯선 용어를 접하면서 동양예술의 또 다른 영역으로 충분히 거듭날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을 알았다. 그 재료(천)에 따라서 얼마든지 천차만별의 작품이 가능하겠다는 것도 확인했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도시의 일상,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현대인은 지친 현실에 순응하여 묻혀 삽니다.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소망을 담아 ‘서울, 느림의 미학 퀼트’라는 주제로 잠시나마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리려 합니다. 바늘 한땀 한땀, 오랜 시간 정성과 애정이 담겨 우리 문화 정서로 태어난 퀼트가 디지털미디어 작품과 한자리에서 만났습니다. 퀼터, 그들만의 잔치가 아닌, 누구나 함께 즐기고 잠시 쉬며, 재충전 할 수 있는 서울 속 작은 안식처가 되길 바랍니다.” 퀼트전 초대글이다. 참 멋진 기획이다.

아주 짧은 휴식을 제공해 주지만 그 여운은 길다. 불과 3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의 디지털과 아날로그 동시체험은 정말 독특했다. 2010, 봄날이 따분하고 지루했다면, 정반대로 봄 냄새를 맡을 겨를도 없이 봄이 훌쩍 떠나버렸다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면, [디지로그 기획전 ‘춘몽’]으로 가길 바란다. 5월 30일(일)까지니 아직 충분하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오후 9시이고, 관람요금은 무료다.

문의: 한빛미디어갤러리 02) 720~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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