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보상과 목조건축, 선조의 얼을 느낄 두 개의 전시

admin

발행일 2010.04.01. 00:00

수정일 2010.04.01. 00:00

조회 2,102

30년 세월 속에 지구를 세바퀴 반 걸었다

3월 28일, 국립민속박물관은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 투어로 거쳐 가는 코스라 이른 아침부터 북적인다. 봇짐 싸고 등짐 지고 길 위에 인생을 펼치는 장터마당의 풍경이 펼쳐진다. [부보상 다시 길을 나서다] 특별전의 공무제와 놀이 재현이 한창이다.

조선 시대에 지역과 지역을 다니면서 금은동 제품과 필묵, 값비싼 물건 등을 보자기에 싸거나 질빵에 물건을 짊어지고 다니는 봇짐장수 또는 행상을 하는 활동 상인을 부보상이라 불렀다. 이들 걸어다니는 상인들에는 두 종류가 있었다. 일용잡화, 나무그릇, 토기 등을 지게에 지고 파는 등짐장수 부상과 작은 크기의 물건을 봇짐을 만들어 돌아다니며 파는 행상인 보상이었다. 이 둘을 합쳐 부보상 또는 보부상이라고 했다.

길에서 살다가 길에서 따나간 사람들. 5일장에서 가정집에 이르기까지 민초들이 필요한 물건을 공급하며, 병이 나고 어려울 때는 서로 돕고, 죽으면 장례까지 치러주었던 가족과 같은 사람들. 부보상은 상인단체도 만들었고 정부의 지원과 보호 아래 전국 조직이 이루어졌다. 부보상들은 객주라는 중간 상인들을 통해 상품을 사들였고, 객주는 부보상들의 거래를 주선하고 쉴 곳을 제공했다고 전한다. 말과 소가 쉬는 마구간이나 구입한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까지 갖추고 있었으며, 이들이 모이는 곳은 금전이 모이는 곳이라 자금의 이동이 활발했다.

특히 충남 지역은 한반도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어 지리, 문화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이번 전시에는 충남의 부보상 단체가 소장한 민속자료를 유물과 함께 전시한다. 그들의 필수품이었던 도량형 그릇과 등짐 지게는 물론 길 위를 걸었던 이동거리를 다시 보는 기회도 마련했다. 노름을 금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문서도 전시장에 비치돼 있다. 솜달린 패랭이에 쪽지게, 촉작대라는 긴 작대기를 든 부보상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들의 길 따라 펼쳐진 삶에서 우리의 장시문화를 엿볼 수 있다. 유랑 길 따라 박다위로 묶고 조이개로 조이고 봇짐을 쌌던 부보상의 5일장은 한 달에 여섯 번 열렸다. 그래서 일정한 지역마다 하루씩 날을 달리하여 순차적으로 이동하며 장사를 할 수 있었다. 부보상들의 주요 무대인 5일장은 한바탕 축제의 마당이었다. 풍장패와 남사당패 구경도 하고 흥정도 하고, 이웃마을의 소식을 접하고, 오랜만에 못 본 사람도 만나는 종합적인 만남의 장이었다.

장시가 끝나면 다른 장터로 떠나며 걷고 또 걸으면서 장사로 일생을 마친 부보상들은 30년 세월 동안 지구를 세 바퀴 돌고 다시 절반 이상을 걸어다녔다. 보부상 놀이에 이어서 그들의 생을 재조명한 값진 전시회를 둘러보면서 부보상의 길을 함께 걷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 [부보상 다시 길을 나서다] 전시 안내

전시장소: 국립민속박물관
전시기간: 4월 26일까지
관람시간: 09:00~18:00,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은 09:00~19:00, 매주 화요일 휴관
입장료: 무료
교통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5번 출구,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시민기자/이종룡

우리가 아는 목조건축은 조선시대에 국한됐다는 사실을 발견하다

국립중앙박물관 1층 중앙홀에서는 ‘우리 목조건축 어떻게 변해왔나’의 주제로 목조 건축의 짜임새와 중요건축물의 모형과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3월 23일 개장일에 기자들을 초청한 프레스투어에 참가했을 때 박물관 직원들은 조형물의 공간 배치에 마지막 신경을 쓰며 분주했다.

깬돌을 도구로 사용하던 신석기 암사동 움집터 복원도로부터 부족을 형성하는 청동기 집터, 그리고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와 발해의 집 형태를 설명하는 것 같은 토기와 벽화도 볼 수 있었다. 전시에서는 우리 눈에 익은 고려와 조선의 목조건축도 섬세한 조형물을 통해 그 짜임새까지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불에 타 재건 중인 국보 1호 목조건축물 '숭례문'의 과거와 복원될 모습을 재현한 조형물은 관심이 쏠렸다. 경복궁의 옛 사진과 선운사 창담암, 전등사의 대웅전, 법주사 팔상전, 그리고 우문사의 대웅보전 등은 옛 사진과 오늘날의 사진을 비교해 볼 수 있게 돼 있었다. 특징적인 짜임새인 지붕 아래 익공의 모습을 부각시켜 각 건물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고, 조립식인 우리나라 목조건물 양식의 맞물림 기법도 유심히 살펴 볼 수가 있다.

눈에 익은 고려와 조선의 기와집을 보고 나면, 다시 한번 신석기 시대부터 훑어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된다. 동굴이나 바위그늘에서부터 시작된 인류의 거주지가 바닥에 땅을 파서 기둥과 풀, 삼나무 등의 재료를 엮어 집을 만들고, 토기로 추측해 볼 수 있는 삼국시대의 집모양을 따라 눈길을 이어오면, 창원 다호리에서 발견된 가야시대 집모양의 토기를 만난다. 바닥으로부터 높이를 올려 지어 동물들로부터 안전을 꾀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옆에 있는 고구려 덕흥리 무덤벽화에서 보이는 창고의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삼국시대 들어 궁궐과 불교의 영향으로 사찰이 많이 만들어지는데 황룡사 9층 석탑에 이르러 그 절정을 볼 수 있다. 아쉽게도 현존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신비한 황룡사 9층 석탑. 우리 눈에 익은 궁궐 지붕 아래 소의 혀 같기도 하고 새의 날개 모양 같기도 한 조각물도 볼 수 있다. 바로 익공이다. 그 익공의 모양에 따른 우리만의 개성과 다양성에 주목해볼 수 있는 기회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건축양식은 조선의 건축양식임을 새삼 알게 된 전시였다. 그만큼 목조건축만 해도 시대별로 다양한 건축양식이 존재하는데 우리가 우리 것을 제대로 모르고 살아온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좋은 공부인가. 더욱이 국립중앙박물관의 방대한 전시물과 결합하여 둘러본다면 더욱 훌륭한 역사공부가 될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홈페이지 소개를 인용하자면 이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 고려실과 조선실과 연계 전시하여 건축의 변화뿐 아니라 각 시대의 문화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우리 목조건축 어떻게 변해왔나] 전시 안내

전시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중앙홀 '역사의 길'
전시기간: 6월 27일까지
관람시간: 화·목·금 09:00~18:00, 수·토 09:00~21:00, 일요일/공휴일 09:00~19:00
입장료: 무료
교통편: 지하철 4호선이나 중앙선(덕소-용산) 이촌역 2번 출구 용산가족공원 방향 150m


시민기자/정혜란
toufor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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