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래가 다 모였다

admin

발행일 2010.03.29. 00:00

수정일 2010.03.29. 00:00

조회 3,785

"서울! 서울! 서울! 아름다운 이 거리!"
"아름다운 서울에서, 서울에서 살으렵니다!"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대중가요. 그 중에서 서울을 주제로 한 노래는 꽤 많은 편이다. 서울을 직접적으로 부른 곡부터 시작해 동네 명칭, 정류장, 역, 다리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통계로 따졌을 때 서울을 노래한 곡 숫자만 1,142곡에 이른다고 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서울을 담은 노래와 서울을 노래한 가수에 관한 자료를 다수 접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평소 가요사(史)에 관심이 많은 기자는 전시회가 열린 청계천문화관을 찾았다. 지난 23일부터 시작해 5월 23일까지 청계천문화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서울 대중가요-서울을 노래하다 전(展)'은 서울에 관한 대중가요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문화사적으로도 아주 의미 있는 전시회다.

노래에는 그 시대의 애환이 담겨 있다고 한다. 시대의 아픔을 달랠 때도, 그리고 기쁨과 환희를 표현할 때도 노래만한 것은 없다. 그래서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감정이나 생활상이 어떠했는지를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것이 노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역사와 문화가 가장 잘 반영돼 있는 것이 바로 노래라는 얘기다.

서울을 반영한 노래도 마찬가지였다. 1908년, 경부철도가부터 시작된 서울 대중 음악의 역사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함께 바뀌며 102년이 지난 2010년, 오늘에 이르렀다. 때로는 '단장의 미아리 고개'처럼 민족의 아픔이 담겨있는 노래가 많은 사람들 사이에 불렸지만, 때로는 '서울 아가씨', '럭키 서울' 같이 자유와 즐거움을 노래를 통해 풀어내기도 했다. 주제나 장르 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던 70~80년대 이후에는 서울 노래 역시 대중화되며 많은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게 됐다.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심어보자' 같은 독특한 가사부터 '아름다운 거리', '서울을 사랑하리라' 등 서울에 대한 사랑을 직접 표현한 노래도 적지 않았다. 최근에는 10~20대들이 선호하는 발라드, 댄스, 록 등에도 서울이 자주 사용됐다. 신형원이 부른 '서울에서 평양까지'는 통일의 염원을 담은 노래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서울을 노래한 가수들의 면면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서울 서울 서울'을 부른 조용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며 여전히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로 손꼽힌다. 역시 대표적인 국민가수로 꼽히는 나훈아와 이미자는 서울에 관한 노래를 가장 많이 부른 것으로 알려진 가수들이다. '제3한강교'를 부른 혜은이, '신사동 그 사람'을 부른 주현미, '59년 왕십리'를 열창한 김흥국, '광화문 연가'를 불렀던 이문세 등도 서울에 관한 노래를 불러 대표적 히트곡을 남겼다. 아시아의 별, 보아는 '서울의 빛'이라는 노래를 불렀으며,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수 윤하 역시 '오늘 서울은 하루 종일 맑음'이라는 노래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가수 외에도 코미디언 이주일이 '서울참새 시골참새 소풍가는 날'을 부르는 등 서울을 주제로 노래한 사람만 7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수도 다양하고, 노래를 통해 저마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도 다르지만 결국 공통적으로 서울이라는 공간이 그만큼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곳임을 보여준다. 시대를 망라해 그만큼 서울이 문화적으로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그 의미가 엄청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대중가요가 전국적으로 누구나 부르는 애창곡으로 여전히 인정받고 있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서울 노래를 직접적으로 들어보고, 느껴보며 색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전시회가 바로 이번 '서울을 노래하다 전'이다.

지금은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주목을 받고 있는 이른바 LP판, 레코드판을 비롯해 노래 가사가 수록된 가사집, 노래를 부른 가수의 사진 자료 등을 눈으로 직접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흥미를 유발시킨다. 직접 가사를 보며 노래를 흥얼흥얼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가수같은 기분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60~70년대에 유행했던 음악다방이 청계꽃다방이라는 이름으로 재현돼 잠시나마 옛 추억을 회상해볼 수 있다. 기자가 찾은 날에는 한 중년 여성이 다방에 앉아 옛 노래를 들으며 낭만에 빠져든 듯한 모습을 보여 꽤 인상깊었다.

시대가 자유로워졌다고 하지만 노래는 오히려 판에 박힌 듯한 느낌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걸그룹, 아이돌 그룹이 판을 치며 댄스 음악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그 때문에 더욱 다양해져야 할 노래들이 오히려 댄스 장르에만 국한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전시는 옛 추억과 노래에 대한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노래 역사, 그리고 문화의 전반적인 흐름을 되새겨보고, 대중가요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데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전시회라고 본다.

◈ 서울 대중가요- 서울을 노래하다 전(展)

장 소: 청계천문화관 기획전시실
개관시간: 평일 09:00~21:00 / 토, 일, 공휴일 09:00~19:00 (월요일 휴관)
관 람 료: 무료
문 의: 02) 2286-3410, www.cgc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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