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의 낭만
admin
발행일 2010.03.26. 00:00
3월의 마지막 목요일 저녁 7시. 봄이라고 하기엔 다소 쌀쌀한 저녁 공기를 맞으며 사람들이 연희문학창작촌 울림동 지하1층 문학미디어랩으로 모여들었다. 오늘은 한 달에 한번 꼴로 열리는 연희목요낭독극장이 있는 날이다. 연희목요낭독극장은 연희문학창작촌에서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저녁에 열리는 낭독무대로, 신간을 펴낸 작가들의 육성을 통해 작품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래나 춤, 극을 통해 보다 확장된 작품을 경험할 수 있다. 하나의 작은 종합예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월 25일 [첫, 느끼다! 토끼다?]를 시작으로 한 이 낭독극장은 역사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벌써 많은 시민들에게 알려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낭독극장, [봄, 온통 네 속에서 살고 있어]는 이대흠 시인과 전경린 소설가의 신작을 다뤘다. “전자파로 인해 암이 유발될 수 있으니 휴대전화는 꺼주세요~”라는 사회자의 위트 넘치는 주의사항과 함께 낭독극장이 시작되었다. 낭독극장의 모든 춤과 연극, 음악은 해당 작가들의 신간 내용에서 영감을 받아 연출된 것인데, 이번 낭독극장의 연극은 다양한 사랑과 이별을 다뤘다. 연극에 나오는 사람들은 다양한 사랑과 이별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막 사랑한 사람과 이별한 남학생 광희도, 광희를 짝사랑하는 여학생 성지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여학생도 말이다. 광희와 성지, 그 둘 사이 서서히 시작되는 사랑은 전경린 소설가의 신간 [풀밭 위의 식사]의 통화 장면 낭독으로 표현되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여학생의 마음은 이대흠 시인의 [어머니라는 말]이라는 시로 표현되었다.
낭독에 이어 하이미스터메모리밴드는 [울엄니]라는 곡을 통해 자식 걱정 때문에 돌아가셔도 맘이 편치 않을 어머니의 심정을 노래했다. 모두가 숨죽여 노래를 들었다. 갑자기 떨어지는 눈물에 사람들은 안경을 벗어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싼 채 고개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극의 후반에서 여주인공 성지는 소설 [풀밭 위의 식사]의 여주인공인 누경과 오버랩 되며 짝사랑 하는 사람의 슬픔을 잘 표현했다. “내가 없어도 그의 심장은 변함없이 뛸 것이다”라는 대사와 함께 슬픔이 어린 현악기의 연주가 시작되었고, 무용가는 이룰 수 없는 무언가를 잡으려는 듯 간절히 플라멩코를 추었다. 슬퍼할 필요는 없었다. 결국 광희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성지를 여자로 느끼게 되어 또 다른 사랑이 시작되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연극으로만 진행됐다면 평범했을 낭독극장은 극 중간에 다양하게 개입되는 요소들로 신선함을 꾀하기도 했다. 사회자가 갑자기 연극을 끊고 나타나 연희창작촌과 목요낭독극장에 대해 설명을 해 주기도 하고, 해당 소설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기타를 든 가수가 줄거리를 설명해주기도 했다. 작가와 함께 인터뷰를 하기도 했는데, 특히 사전에 관객들이 직접 작성한 질문 포스트잇 중 몇 개를 택하여 답하는 인터뷰 방식은 작가와 독자와의 거리를 더욱 가깝게 하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 연극이 다 끝나고 나서, 작가의 작품 하이라이트 낭독 시간이 있었다. 다시 한번 귀기울여 들으니 알 것 같았다. 봄이 왜 내 속에서 살고 있는지 말이다. 혹시 우리 속에 존재하는 봄은 ‘사랑’이 아닐까? 모든 종류의 사랑 말이다. 사랑, 그것은 우리의 마음에 봄꽃을 가득 피우는 따사로운 봄 햇살과도 같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마음에 찾아온 봄으로 춥지 않았던 이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오늘, 평소에 사랑하던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한 마디로 봄볕을 선사해보자. 영 쑥스럽다면 다음 달 마지막 주 목요일 연희목요낭독극장을 찾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다양한 감성을 함께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서로의 마음 속에 꽃이 피어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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