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까지 따뜻해지는 연극 한 편
admin
발행일 2010.01.14. 00:00
‘소외계층과 함께 셰익스피어의 따뜻함을 나누고자......’ 기자는 추운 겨울, 소외계층과 따뜻함을 나누는 데 왜 셰익스피어일까 골똘히 생각하며 세종문화회관으로 향했다. ‘이미자 콘서트’도 아니고, 두툼한 겨울옷을 전달하는 행사도 아니고……. 더욱이 그 대상은 상록야학, 로뎀나무 보육원 사람들이라니! 아무튼 현장으로 달려가서 팸플릿이라도 받아보고, 사람이라도 만나봐야 할 것 같은 생각으로 서둘러 미리 도착하였다. 공연장소인 ‘세종 M씨어터’에는 벌써부터 명단을 들고 일행을 챙기는 아저씨 한 분과 아주머니들, 역시 학생들을 챙기는 선생님들로 부산했다. 공연장 입구에 설치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틈 사이를 오가며 한껏 즐기는 아이들, 눈 결정체를 그려 겨울 느낌을 낸 투명한 비닐 장막 속에서 술래잡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 극장측의 배려로 마련된 작은 문고 앞에서 책을 읽는 아이들까지 여느 극장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한국 연극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시극단은 지난 봄에 [마라, 사드]를, 가을에는 [다윈의 거북이]를 무대에 올렸다. 그리고 올 겨울, 서울시극단의 키워드는 바로 [셰익스피어]다. 서울시극단의 어린이 셰익스피어시리즈는 서울시극단에서 2009년부터 매년 한 편씩 선보일 특별기획 시리즈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 풍부한 감성과 이성, 지성을 갖추어 전인적 인격형성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가족 모두가 뜻깊은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준비한 특별 기획물"이라고 밝혔다. 셰익스피어는 언어의 마술사로, 보석같이 아름다운 단어를 만들기 때문에 그만큼 등장인물을 통해 개성 있고 창조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는 일찍부터 어린이에게 셰익스피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이제라도 서울시극단에서 어린이 셰익스피어시리즈를 매년 선보인다는 사실이 참 다행이고 반겨야 할 일이라는 것을 알고 기자도 더 깊은 관심을 가졌다. [겨울이야기]는 지난 해 여름 세종문화회관의 ‘함께 해요, 나눔 예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서울시극단 단원들이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공연하면서부터 시작되었고, 이렇게 좋은 작품을 완성하기까지는 김석만 단장과 모든 단원들의 구슬땀 덕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과연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초대받은 학생들과 아주머니들에게도 서울시극단의 희망대로 어린이와 가족에게 셰익스피어가 제공하는 재미와 감동을 제대로 선사할 수 있을지……. 섣부른 기우로 자리에 앉았다. 역시 기우였다. 연극에는 흥겨운 뮤지컬도 있고, 마술사, 짝퉁장사도 등장하며, 해설도 관객을 무대로 끌여들이는, 한시도 관객을 방치하지 않은 흡인력을 갖고 있어, 아주 진솔한 관객의 반응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따뜻한 사랑방 같은 분위기여서 더 좋았다. 그리스·로마신화를 많이 읽은 요즘 학생들에게는 실제 제우스, 포세이돈, 아폴론 신 이야기가 중간에 나오기도 하여 셰익스피어 작품이지만 신화적인 요소가 많아서 더 친근감이 있고 쉽게 느껴졌나 보다. 연극이 끝나고 광화문광장의 야경에 탄성을 질러대며 자리를 뜰 줄 모르는 아주머니들, 단체사진을 찍는 모습들, 인근식당으로 향하는 학생들, 아마도 그들의 겨울이야기는 2차에서 더 재미있게 이어질 것이다. 공연 전의 바깥 풍경과 공연이 끝났을 때의 바깥 풍경은 완전히 다르다. 야경에 흠뻑 젖어있는 아주머니들은 공연이 재미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황무지에 버려진 리온 왕의 갓난아이 퍼디타 공주가 선덕여왕 덕만이 같았다며, 셰익스피어 작품은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나 보는 연극인 줄 알았다며 흐뭇해 했다. 저 멀리 북악산의 희끗희끗한 설경과 가까이 세종대왕상 주변의 야경 등 다양한 겨울풍경들로 어우러진 배경으로, [겨울이야기]는 더 풍요롭고 따뜻했다. 너무너무 재미있다며 행복해 하는 것은 휘경초등학교 4학년 한소연 학생도 마찬가지였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거의 다 읽었다며, 셰익스피어에 대해서는 박사나 다름없다는 인상을 주어 꼬치꼬치 캐물었더니 만화로 읽었다고 한다. 만화면 어떠랴. 만화에 익숙치 않은 기자에게는 만화로 다독하는 아이들이 정말 기특하다. 꾸러기 공부방에서 단체로 왔다는 광명 광문초등학교 4학년 이가희 학생도 이런 연극을 처음 봤다며 몹시 상기된 표정이었다. 물론 몇몇 5~6학년 남학생들은 [베니스의 상인] 정도는 읽었을 거라는 생각으로 던진 질문에 의외로 셰익스피어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하여 당황케 했다. 하지만 이번 연극으로 많은 학생들이 셰익스피어 작품뿐만 아니라 문학서에 대해 좀 더 폭넓고 깊은 이해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0년에 다시 돌아올 겨울에는 제2탄 [베니스의 상인]이 상연될 예정이라고 한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소외계층과 함께 하는 특별공연이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는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한편 서울시극단은 잡지나 학습지 제외한 어린이용 서적 헌책들을 한 권 이상 공연관람 때 가지고 오면, ‘겨울 이야기’ 프로그램북 한 권을 주는 행사를 진행한다. 기증된 도서는 공연기간 동안 로비에 전시해두었다가 공연이 모두 끝난 후 ‘아름다운 가게’를 통해 판매해 그 수익금을 소외된 아동들에게 지원할 예정이다. 공연은 1월 21일까지다. 시민기자/이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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