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았다! 고덕생태공원

admin

발행일 2009.11.26. 00:00

수정일 2009.11.26. 00:00

조회 2,757



시민기자 장경아




꼭꼭 숨어있던 탓에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던 고덕생태공원. 그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동네 사람도 잘 모를 만큼 불모지였다. 이름을 부르고 나니 그 안의 생명력이 보이기 시작한다. 제 멋대로 뿌리 내린 나무가 주인이고, 한강에서 멱 감는 철새와 배설물로 만나는 동물들의 흔적, 억새와 이름 모를 풀과 꽃, 그리고 곤충들이 더부살이하고 있다. 계절에 따라 오고가며.

약으로도 쓴다는 독고마리가 바지자락을 붙잡고 산책에 따라 나선다. 이제 멱 감는 것이 지겨웠던지 철새의 날갯짓 소리가 적막을 깨뜨린다. 강변 따라 걷고, 작은 능선을 따라 오르니 두더지 화장실이란다. 두더지 배설물에 뒤섞인 은행나무 씨가 뿌리내렸다. 흡사 은행나무 묘목을 옮겨 심은 듯하다. 한 뼘 정도 자란 가지에 매달린 여리디 여린 은행잎을 보는 것도 쉽지 않은 일. 가로수 은행나무의 거대함을 상상해보시라.

자연이란 오고 가는 것. 이 순환의 법칙에 순응한 나뭇가지가 삭으면서도 생명을 보듬고 있다. 바로 지렁이 가족. 이곳에서 자란 지렁이는 다른 곳에 비해 검붉고 튼실하다. 손바닥에 놓여지니 꿈틀거림 또한 세차다. 길을 잃은 지렁이가 시멘트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볼 때, 그 처연함과는 대조적이다. 여기저기 지렁이 가족이 배설한 흙들이 봉긋봉긋 솟아 땅에 숨구멍을 만들어주고 있다. 그렇게 그들은 묵묵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에게 사람은 어쩌다 만나는 객에 불과했다. 안중에도 없다. 그 곁을 찾은 사람에게 내어줄 자리는 없다는 듯, 가느다란 오솔길만 허락한다. 명백히 공원인데도 말이다. 공원이라면 시멘트도 깔고, 층층 계단도 만들고, 감상하기 편한 조명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비가 내리면 흙탕물이 질퍽거리고, 맑은 날에는 흙먼지를 뒤집어쓸 것 같은데, 오솔길마저 이름 모를 풀 속에 가려 어디가 길인지 모를 정도다.

그렇다. 여긴 그런 곳이다.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하지 않는 곳. 동물이 다니는 길은 자유로워도, 사람이 다니는 길은 좁고 협소하다. 이곳에서는 오히려 사람의 존재 자체가 부자연스럽고 조심스럽다. 나름대로 구축한 그들 삶에 ‘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여 행여 피해를 줄까 소심해진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말 그대로 생태공원인 것. 그들이 존중 받고 있다는 뜻이리라. 자연과 동물이 조화를 이룬 터전에 사람은 잠시 에너지를 얻어갈 뿐. 그러니 그들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지 마라. 그들만의 질서를 깨는 것은 인간의 욕심이다.

이제, 탐험만이 남았다. 그것도 아주 조심스럽게. 분명 '뭐야? 별것도 없잖아'라고 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도심공원에 익숙했던 탓이다. 깔끔하고 정갈하고 걷기 편한 공원 말이다. 하지만 여긴 다른 곳임을 기억하길. 자연의 가치와 질서를 존중하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즐기는 것은 찾는 이의 몫이다.

그래도 혹시, 선뜻 내키지 않는다고? 걱정 마시라. 이곳도 다른 생태공원처럼 부대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생태공원을 넉넉히 둘러보는 데 도움이 되는 해설가가 상주한다. 자연의 선물로 작은 소품까지 만들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앞으로 한강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가 완성되면 생태공원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 숲과 강의 풍경에 매료된 트레킹의 시작, 조심스럽게 고덕생태공원을 찾아라. 전화(☎ 426-0755)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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