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사람들도 휴식을 취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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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10.23. 00:00
시민기자 박동현 | ||||
"아빠, 저기 새들 봐요. 강가에 떼지어 몰렸어요. 50마리, 100마리는 넘을 것 같아요.” 조류전망대에는 부모 팔에 안긴 간난 젖먹이, 유모차를 탄 아이, 다정하게 양산을 받쳐든 부부와 노인에 이르기까지 쉴새없이 몰려들었고, 차례를 기다리며 먼저 온 순서대로 전망대 작은 창문으로 다가갔다. 전망대에 서서는 혹시나 큰 목소리에 주변의 생물들이 놀라기라도 할까봐 모두 호기심 어린 눈으로 조심스럽게 관찰했다. 만물이 붉게 익어가는 계절. 강서구 개화동 소재 강서습지생태공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곳 명물인 강서지구와 건너편 난지지구를 잇는 주홍빛 방화대교와 습지생태공원의 각종 식물들이 방화(放火)로 불타오르듯 주홍빛으로 물들어 함께 어우러진 아름다운 모습은 다문 입을 활짝 열게 하며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었다. 게다가 햇살에 반사되어 눈부시도록 자태를 뽐내는 가을의 상징, 고개 숙인 갈대가 빚어낸 선율과 은빛 향연 역시 그림이었다. 바람에 좌우로 넘실대며 춤추는 갈대들의 모습은 발랄한 금발 단발머리 소녀의 찰랑대는 머리카락 모습 같기도 하고, 지휘봉을 상하좌우로 열심히 흔드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손놀림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월드컵 경기장에서 한몸으로 펼치는 관중들의 카드섹션 장면처럼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감동을 더하고 아름답기만 했다. 습지생태공원 내 작은 담습지 곳곳에서도 이름 모를 새떼들이 한가롭게 헤엄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저습지 물 속에서는 이름 모를 작은 생물들이 찾아온 반가운 손님에게 자기도 여기 있노라 자랑하듯 쉼없이 헤엄치며 놀고 있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었다. 조금 먼 거리에서 살포시 한쪽 다리를 접고 또 다른 한쪽 다리에 몸을 의지한 채 긴 목을 내밀며 주위를 주시하다 먹이를 찾아 물 속에서 부리를 흔들어대는 흰 백로의 모습은 한폭의 동양화 동영상을 옮겨놓은 듯 아름다웠고 홀린 느낌에 나그네 역시 함께 멍하니 섰을 수밖에 없었다. 공원 곳곳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에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과 연인들, 노부부에 이르기까지 긴 줄이 이어졌고, 오랜 추억으로 간직하기 위해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이에 버드나무 숲속 까치들이 날아와 인사하며 반겨주기도 하였고, 겁없는 잠자리는 상의 팔소매며 긴 바짓자락에 눌러 붙어 친구하자고 날개짓했다. 결혼기념일 2주년을 맞은 김민식(30) 씨 부부는 “처녀총각 시절, 이곳이 단골 데이터 장소였어요. 공원 산책로를 손잡고 거닐며 때묻지 않은 주변 꽃과 풀처럼 순수한 사랑이 싹텄고, 조류전망대에 올라 창 사이로 펼쳐진 한강과 그곳에서 짝을 이루어 노는 새들을 바라보며 우리도 저렇게 행복하게 살자고 다짐하며 결혼하게 되었어요”라며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김씨는 데이트를 하면서 조류전망대에 올라 강물에 한가롭게 헤엄치며 놀고 있는 어린 새떼들을 보면서 혼자의 욕심으로는 결혼 후 많은 아이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고백도 처음으로 털어놓았다가 아내에게 손등을 꼬집히기도 했다. 초등학생 어린 딸과 함께 이곳 습지생태공원을 찾은 박보미(35) 씨는 “처녀시절 시골에서 살다가 서울로 시집 와 도심에서 차와 사람들에 치여 정신이 없었는데, 이곳 공원을 찾으면 시골처럼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젖어들어 마음의 평온을 되찾을 수 있어 좋아요. 어린 딸아이에게는 자연공부와 생태체험 현장으로도 안성맞춤이라 주말마다 찾는데 그 때마다 색다름을 느껴요”라며 이제는 공원전도사가 되어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늘어놓았다. 날씨가 더 차가워지기 전에 먼길로 단풍놀이를 떠나기보다 아이들을 데리고 습지생태공원을 찾는 것도 좋겠다. 저습지 수생식물, 각종 조류들과 친교하며 자연관찰 학습 기회를 부여하고 가족 건강도 누리는 일석이조의 행복하고 단란한 시간을 도심 생태공원에서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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