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과 광화문의 전기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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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10.19. 00:00
시민기자 정연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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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교의 본래 명칭은 ‘영이별다리’, ‘영영건넌다리’라고 전해집니다.” 청계천에서 만난 전기수(傳奇叟)는 상궁 복장을 차려 입고 사람들에게 영도교의 전설을 이야기했다. “영이별다리는 단종과 그의 비 정순왕후 송씨의 이별에 얽힌 명칭으로, 12세 단종이 삼촌인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로 귀양을 떠나는 날, 단종의 비 정순왕후 송씨가 단종과의 이별을 슬퍼하며 가슴 저리게 운 곳이 바로 이 영도교입니다. 영도교는 당시 청계천 다리 중에서 가장 동쪽에 있던 다리로, 정순왕후로서는 자신이 배웅할 수 있는 가장 먼 거리까지 온 셈인데요. 이를 지켜본 백성들이 둘의 이별에 가슴아파하며 ‘영이별다리’라고 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청계천에서 이야기꽃을 피워내는 전기수 차재연 씨는 “2008년 10월부터 이곳에서 전기수로 활동한 8명 중 한명입니다”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옛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글을 몰랐지요. 그 시대에는 글을 아는 사람이 글을 읽어 주는 겁니다. 무성영화의 변사처럼. 글을 쭉, 읽어주다가 클라이막스에서 글 읽기를 딱, 중단하고 돈바구니를 돌리죠. 하하하! 그 사람을 전기수라고 불렀습니다.” 그가 설명하는 전기수의 유례다. 이어서 1950~70년도까지는 파고다 공원에 가면 온갖 재담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던 전기수가 실제로 있었다며 전기수의 역사도 설명해 주었다. 지난 16일, 전기수가 활동하고 있는 청계천과 광화문광장 중, 먼저 청계천의 전기수를 만났다. “지금 보시는 이곳이 팔석담입니다. 전국 팔도의 돌로 만들어진 곳이죠. 가운데로 물이 내려가는 이유는 통일이 되었을 때, 가운데로 화합되라는 의미입니다.” 차씨는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청계천의 역사를 설명해 나갔다. 어우동의 이야기가 있는 ‘광통교’, 임꺽정의 전설이 숨어 있는 ‘장통교’, 영조의 청계천 사랑이 숨겨 있는 ‘오간수교’, 단종과 정순왕후의 이별의 아픔이 있는 ‘영도교’, 전기수가 가리키는 곳에는 돌 하나, 다리 난간 하나에서도 조상의 손길과 눈물의 사연이 되살아 나왔다. 투어 참여자 중 한 분은 “청계천을 여러 번 찾아왔는데 별 의미 없이 바라보았던 이곳의 역사를 전기수를 통해 들으니 새롭게 보이네요!”라고 열심히 메모한다. 설명을 듣던 또 다른 참가자는 “청계천 와서 물에 발 담그고, 사진 한번 찍고, 청계천 구경 다 했다 했는데, 곳곳에 역사가 숨어 있을 줄 몰랐습니다”라며 전기수의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기자는 또 다른 전기수를 만나기 위해 이번에는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했다. “광화문광장은 얼마 전 완공되어 이야기 거리가 별로 없지 않습니까?”라는 기자의 첫 질문에 전기수 이정용 씨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펄쩍 뛴다. “광화문 광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심 되는 광장으로 만들어 놨어요. 옛날, 이곳은 높은 사람만 다니고 백성은 다닐 수가 없었지요. 그 후 100년간은 자동차들의 차지였던 광화문 광장이 지금은 높은 사람도 몰아내고, 차들도 몰아내면서 615년 만에 광장 한가운데를 우리가 차지하게 되었는데, 왜 이야기 거리가 없겠습니까?” 포도대장 복장을 입은 그는 광화문광장 곳곳에는 조선의 역사가 담겨 있다고 했다. 1392년 조선 건국부터 지난해까지의 역사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377m ‘역사물길’ 을 비롯해, 행정의 중심지였음을 나타내주는 ‘육조터’ 표시, 여기에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12척으로 133척의 왜적을 격파)과 23전 23승을 표현한 ‘12ㆍ23분수’, 그리고 조선의 한양천도 날짜인 1394년 10월 28일부터 광장 개장일까지 기간인 22만 4537일을 그대로 보여주는 ‘플라워 카펫’ 등 다양한 이야기 거리가 가득한 곳이 광화문 광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기수가 진행하는 광화문광장 이야기에는 학생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전기수가 전하는 역사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을 인솔하는 윤재인 선생님(상록수 초등학교 공부방)에게 소감을 물어 보았다. “그동안 몰랐던 역사를 배우게 되어서 참 좋네요. 주변 사람들에게 전기수를 홍보를 할 생각입니다.” 전기수의 질문에 답변을 잘해서 구경꾼들을 놀라게 했던 박예찬(상록수 초등학교 공부방) 어린이는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공부방 선생님이 역사공부를 많이 가르쳐 주셨는데 오늘 배운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청계천에 이어 광화문광장에는 이렇게 걸어 다니는 역사 교실, 전기수가 활동한다. 매주 금, 토, 일요일 오전 10시, 12시 그리고 오후 2시, 4시에 그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광화문 중앙광장에서 출발하는 역사 대장정은 오는 11월 15일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선비복, 포도대장, 궁녀 등의 의상을 차려입은 전기수를 청계천과 광화문에서 만나면 역사공부도 하고 함께 사진도 찍으면서 좋은 추억거리로 남겨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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