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이제 예술을 생산한다

admin

발행일 2009.10.08. 00:00

수정일 2009.10.08. 00:00

조회 2,983

금천구 독산동 333-7번지 인쇄공장, 예술창작의 산실로 진화하다

보통 ‘공장’하면 어쩐지 삭막한 기분이 든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쏟아져 나오는 똑같은 물건들. 이렇듯 창의력, 새로움과는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던 공장이 예술을 만났다. 바로 10월 7일에 금천구 독산동에 둥지를 튼 ‘금천예술공장’이다. 1978년에는 전화기 코일공장, 1991년에는 전화명세서 인쇄공장으로 쓰이던 이곳은 공장이 제 기능을 상실하면서 도심 내 유휴공간으로 남게 되었다. 그런데 이곳이 마침내 지역의 3분의 1 가량이 준공업 지역인 독산동 일대를 새로이 변신시키는 출발점이 된 것이다.

금천예술공장은 총 9개월에 걸친 리모델링 끝에 완성되었다. 기존의 창작공간과 비교하자면 ‘글로컬(Glocal)예술’을 실천하는 국제 레지던시 스튜디오라는 독특한 특성을 지닌다. 먼저 '글로컬'이라 함은 글로벌이라는 세계화 추세에 발맞추면서도 로컬이라는 지역성을 동시에 실현한다는 의미. 앞으로 이곳은 글로벌 미학과 로컬의 지역성을 실험하며, 시민의 삶과 관계된 예술가들의 제안을 실현하게 된다. 또한 금천예술공장은 국내외 예술가들에게 안정적인 창작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22개실의 레지던스 스튜디오와 5개실의 호스텔과 공동 작업실 및 연습실을 갖추었으며, 현재 14팀 30여 명의 국내 예술가와 3팀의 단기 외국 예술가들이 입주를 시작한 상태다. 이번에 1기로 입주하는 작가들은 200여 개 쟁쟁한 팀들과의 경쟁을 통해 선발된 실력 있는 예술가들로, 앞으로 입주 작가들은 안정적인 작업여건에서 작품 활동을 진행하고 지역 주민들은 보다 싼 값에 수준 높은 예술작품을 경험하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2010년 10월부터는 ‘가산 예술축제’라는 세계적인 문화 축제가 열릴 예정이니 기대해 볼 만하다.

개관식은 금천예술공장 앞마당의 독특한 퍼포먼스로 시작되었다. 작가의 북소리와 함께 하얀 얼굴의 사람들은 앉았다가, 누웠다가, 갑자기 관객들에게 다가가기도 했다. 마지막에 한 남자가 “저기를 봐. 해가 밝게 빛나고 있어”라고 말한다. 마치 금천구에 예술의 빛 한 줄기가 들어오기라도 한 것 같이 그는 연달아 외쳤다. 이어 아트로봇의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아트로봇은 금천예술공장의 개관을 축하하기라도 하듯 ‘축’자를 써내려갔다.

개관식 이후 관람객들은 자유롭게 금천예술공장을 구경했다. 이곳은 모든 것이 예술로 가득한 공간이다. 쉼터나 식당조차도 다양한 색채를 사용해 생기와 개성이 느껴졌다. 몇몇 입주 작가들이 개방한 작업실에서는 그들만의 뚜렷한 개성을 느낄 수 있었고 마치 작업실이 하나의 전시실처럼 느껴졌다.

3층과 2층 사이의 계단에는 이세욱, 최수환 작가의 ‘Tint for Stairs'라는 미디어아트 작품이 설치되어 있어 보는 사람들의 재미를 더해준다. 또한 지하 1층에서는 멜버른 대학의 아시아링크가 주최하는 순회 전시인 ’Under my skin'이라는 전시회가 11월 7일까지 진행된다. 이 전시회에서는 호주의 현대작가 다섯 명의 예술적 여정이 소개되어 있다. 에밀고와 데이비드 그릭의 영상작품, 별 연관성 없는 물건들을 진열해 중국적 디자인과 색의 미학을 극대화하고자 한 루이스 패러머, 사회의 긴장과 어색한 관계를 다양한 종이 자르기로 표현한 메건 키팅의 작품 등은 기존의 고전적인 미술에서 벗어난 색다른 다양성을 보여준다. 공장 바깥에서도 예술의 공기가 가득 했다. 창고 위에 당당히 서 있는 로봇에서도, 땅에서 빛나는 별에서도, 작가들만의 감각이 느껴졌다.

금천예술공장을 모두 다 둘러보고 나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건물 뒤로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까만 연기대신 양떼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창작과 예술이 빚어낸 연기가 아닐까 생각하며 앞으로 계속 될 금천예술공장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문의: 서울문화재단 창작공간추진단 ☎ 02) 3290-7077

시민기자/고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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