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고구려정!

admin

발행일 2009.10.05. 00:00

수정일 2009.10.05. 00:00

조회 2,727



시민기자 석성득




서울의 동쪽 끝자락에 거대한 바위산인 아차산이 있다. 요즘따라 아차산을 오르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한결 더 가볍고 설레는 것은 얼마 전 새롭게 태어난 고구려정을 만나기 위함이다. 고구려정은 노후된 팔각정을 철거한 자리에 300년을 견디어 낸다는 금강송과 육송을 사용하여 대들보와 기둥을 세우고 고구려의 건축양식을 재현하여 황토빛 기와를 올렸다. 특히 단청 문양은 쌍영총과 강서중묘 등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표현된 문양을 참고하여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고구려 당시의 건축양식을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야간에는 색색의 조명이 빛을 반사해 화려한 장관을 연출한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세요'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시민 한 분은 “꼭 아름다운 궁전으로 입성하는 것 같아요~”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붉은 빛의 나무계단을 밟고 위로 올라가면 중간에 대들보와 여덟 개의 기둥이 고구려의 화려한 문양들을 떠받치고 있다. 대들보 천장에는 발이 네 개 달린 용 두 마리가 날아오르고 있는데, 마치 고구려인의 힘찬 위상이 꿈틀거리고 있는 듯하다. 고구려정 위에서 바라보는 서울 시내의 풍광은 아주 특별하다. 빌딩 숲 사이로 도도하게 흐르고 있는 한강이 혈맥처럼 뻗어 있다. 고구려인들도 아차산성을 오르내리며 오늘을 사는 우리들처럼 아래로, 아래로 내려다보며 자연에 대해 한없는 겸손과 인내를 배웠으리라.

너무나 완벽한 건축물이라며 감탄하고 있을 때 할아버지 한 분이 호령하는 소리가 들린다. “얘야, 내려다보면 안 돼. 떨어져!”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놀라서 난간에서 물러섰다. 정각 둘레에 아래 칸에는 하늘색 격장 모양으로 안전대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윗칸에는 안전대가 없어서 키가 좀 큰 아이가 머리를 내밀고 내다보면 자칫 부모가 한눈을 파는 사이에 거꾸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바윗돌 위에 세워진 정각이기에 더욱 위험했다. 서울시와 광진구가 막대한 예산을 들였고 학계 교수 등 다수의 고구려 전문가가 참여하여 고구려정 건립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완공된 역사적 예술작품이라는 사실은 지면을 통해 여러 번 접한 적이 있다. 처음부터 시민의 안전을 위해 윗칸까지 하늘색 격장 모양의 안전대를 설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하루 빨리 안전보안 설치를 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아차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인도가 좁아서 그동안 여간 불편하지가 않았는데, 지난 2월 확장공사를 하여 좁은 길목마다 목재데크를 설치하여 유모차까지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되었다. 안전하고 낭만적인 길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길 중간에 서 있는 나무를 잘라내지 않고 그대로 살려서 목재데크 사이로 나무가 서 있는 모습에 자연을 가꾸고 지키려는 사람들의 마음 또한 느낄 수 있다. 또한 동의초 뒤쪽엔 빗물을 재활용한 ‘벽천폭포’가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잠시 쉬어가게 한다.

아차산을 오가는 시민은 평일엔 4~5,000명, 주말엔 10,000명 정도인데 시민들 대부분은 자기가 가지고 온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서 간다. 내려오는 길에 광진문화예술회관 ‘문화사랑봉사단’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문화사랑봉사단’ 시민들이 나와서 아차산 지키는 데 한 몫 하고 있으니 든든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아차산은 소나무숲을 산책하면서 바위산을 올라가 고구려정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나서 아차산성을 돌아오는 코스로 인기가 높다. 산행시간은 약 2시간 가량 소요되며 노인과 어린이도 쉽게 오를 수 있다.

고구려역사를 알리는 고구려 홍보관도 최근에 개관되었으며, 2011년엔 아차산고구려역사문화관이 건립될 예정이다. 그리고 ‘2009 아차산고구려축제’가 오는 10월 15일부터 16일까지 이틀 동안 거행될 예정이다. 축제 첫날 고구려정에서 하늘과 수신에게 한 해의 수확에 감사하고 풍요를 비는 고구려의 제천행사인 동맹제를 시작으로, 개막식에는 ‘천무’가 웅장한 북소리에 맞춰 화려한 무용을 선보일 예정이며, 광진문화예술회관에서 어린이대공원까지 대규모 거리퍼레이드와 광진마라톤대회, 워커힐 민속예술공연, 경서도소리극 ‘온달장군과 평강공주’ 등 다양한 공연이 준비되어 있다. 고구려정은 아차산 만남의 광장에서 등산로를 따라 10~20분 정도 오르면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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