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아’라고 불리는 우리 것을 기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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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10.01. 00:00

수정일 2009.10.01. 00:00

조회 2,056



시민기자 전소영




우리만의 고유한 언어와 전통문화가 조금씩 잊혀져가는 요즘, 도심 속에 숨어 있는 전통 문화재를 찾아가 보면 어떨까. 가을 하늘이 유난히도 푸르른 오후, 기자가 찾은 삼선 공원 안자락에는 조선시대 국방부라 불리는 ‘삼군부 총무당(三軍府 總武堂)'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미 그곳에는 전통 문화재 탐방 수업에 참석 중인 대학생들과 교수님의 열띤 강의가 한창이었다. “조선시대 병권의 중심으로 불리던 이 건축물이 비싸 보이나요?” “그냥 건축물을 바라보면 감흥이 오지 않죠? 하지만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답을 알 수가 있습니다.”

삼군부 총무당은 조선시대 말기의 군사기관이었던 삼군부의 중심 건물로, 관아건물로서는 희귀한 문화재다. 조선시대는 중앙집권적인 왕조로 흥선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병권을 장악하기 위해 흩어졌던 삼군부를 통합하였다. 왕실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모든 군사력을 집대성한 것으로 삼군부는 군무를 통솔하고 숙위문제를 총괄하는 동시에 변방에 관한 일체의 사항까지 관장하는 것이었다. 삼군부가 완전한 조직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1867년으로 훈련도감 ,어영청, 총융청 등 5개 군문을 비롯하여 전국의 군사권을 장악하고 병인양요, 신미양요 때 위세를 떨치다가 개항 이후 고종 때 폐지된다.

조선 초기 삼군부는 광화문 앞 서쪽인 지금의 정부청사 자리에, 의정부는 동쪽에 위치했고, 총무당은 청헌당, 덕의당과 함께 원래 삼군부 내의 건물로서 그곳에 남아 있다가 1930년대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다. 그 와중에 덕의당은 소실되었고, 청헌당은 육군사관학교 자리로 옮겨졌다.

중앙 어간 창방에는 ‘총무당’이라고 봉인한 무늬가 새겨져 있다. 그러나 병권의 최고 권력을 상징했던 건축물이라는 사실을 간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총무당의 현재 보존 형태는 점점 세상으로부터 잊혀져가는 문화재의 모습 자체다. 삼선공원을 산책하는 주민들의 볼거리 정도로밖에 인식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 곳에 근무하는 최창암 문화재 관리 직원은 “시민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는 문화재라 아쉽습니다. 국가적 의의를 생각해 볼 때, 좀더 정부에서 지속적인 관리 감독과 지원이 필요하고 많은 분들의 방문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가끔 기무사 관련 분들이나 학교 등 단체에서 오셔서 관람할 뿐 그다지 많이 찾아오시지 않아요. 주택가와 대학교 사이에 자리 잡아 경건함보다는 산책로 정도로밖에 역할을 하지 못해 아쉽습니다”라면서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보호가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이곳을 산책 중이던 성북동에 사는 박경아 씨도 “한적하고 평화롭고 고즈넉해 좋습니다. 지친 도시인의 쉼터로 여겨져서 한번씩 들러요. 다만 총무당에 관한 홍보자료나 안내문도 많지 않아 문화재의 역사적 의의를 잘 알 수가 없어요”라며 아쉬워했다.

실제로 삼군부 총무당을 안내하는 표지가 있긴 하지만 삼선동 초입에 작게 고지하는 정도라 이 자리를 찾아오는 길도 쉽지 않다. 좀더 세심하고 성의 있는 안내와 홍보자료로 잊혀져 가는 문화재가 아닌, 잘 보존하고 가꾸어가는 문화재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삼군부 총무당 주변으로는 성곽의 품위와 정취가 느껴지는 ‘낙산공원’과 젊음과 문화가 숨쉬는 ‘대학로’, 성북구 주민의 정겨운 쉼터 ‘성북천’이라는 명소가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 좀더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살아있는 역사의 보고로 거듭나길 소망해본다.

삼군부 총무당 (서울시 유형문화재 37호)

위치 : 서울시 삼선동 1가 삼선 어린이 공원 내 512-160
교통편: 지하철 4호선 한성대 입구역 하차, 도보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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