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헌터'의 천국, 와우북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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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09.21. 00:00

수정일 2009.09.21. 00:00

조회 2,384



시민기자 임남숙




와우북페스티벌이 ‘책 樂몽(즐거운 꿈)을 꾸다’라는 테마로 홍대 주차장과 인근카페, 클럽 등에서 열렸다. 올해로 5회째를 맞고 있는 와우북페스티벌은 민간단체에서 생겨난 최초의 책 관련 거리축제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며, 홍대의 예술문화와 어우러져 매년 30만 명 이상이 찾는 성공적인 축제로 발전하고 있다. 행사는 홍대의 예술성과 출판산업을 접목시켜 책 읽는 문화를 만들고, 출판 교류를 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든다는 계획을 가지고 축제를 점차로 다양화하고, 홍대 전역으로 행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와우북페스티벌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었는데, 두 손 가득히 책을 구입한 사람들이다. 일명 ‘북헌터’라고 불리는 이들은 좋은 책을 사냥하듯 다니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우선 ‘북헌터’라고 하면 책이 손에 가득하거나, 때로는 여행 가방을 가지고 다니기도 한다. 이들은 구입할 책을 하나하나 눈여겨보며, 자신에게 필요하거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망설이지 않고 구입한다. ‘북헌터’들이 생겨난 이유는 와우북페스티벌에서 나오는 책들의 가격이 저렴한 이유도 있지만, 구할 수 없는 좋은 책들이 자주 나오기 때문이다.

축제를 즐기고 있는 ‘북헌터’들을 만나 그들의 축제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길을 걷다가 만난 첫 ‘북헌터’는 박다연이라는 19세의 소녀였다. 관련행사가 열리는 카페를 찾고 있었는데, 그녀와 함께 카페를 찾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행사에 참가한 건 처음이에요. 친구가 소개해 줘서 오게 됐어요. 무엇보다 평소에 구입하고 싶었던 책을 싸게 구입하니까 좋은 거 같아요.” 그녀의 손에는 책을 담은 봉지가 있었는데, 그 안에는 장르를 구별하지 않고 다양한 책들이 담겨 있었다.

두 번째로 만난 북헌터는 남승진(45) 씨였다. 인근에 살고 있는 그는 1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페스티벌에 참가한 열성 팬이기도 하다. 건축가인 그는 한옥과 관련된 좋은 책들을 구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왔지만, 그런 책이 많지 않아서 조금은 실망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손에는 책이 가득한 종이가방이 들고 있기 버거울 정도였다. “전체적으로 재고를 처분하는 느낌이 들어요. 베스트셀러나 사고 싶었던 책들은 가격부터 그대로네요. 지난번 축제들에도 참가했지만, 이번에도 큰 변화는 느낄 수 없었어요.” 그는 와우북페스티발이 좀 더 시민들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며 애정 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책과 관련된 창조, 체험, 기회 등이 더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 해요.”

마지막으로 만난 북헌터는 박용수(42) 씨 가족이었다. 가족들이 모두 책을 들고 있었고, 일부는 이미 택배로 부탁을 했다는 그들은 그날 행사에서만 50권 이상을 구입한 진정한 ‘북헌터’였다. 일산에서 온 박씨 가족은 책과 관련된 축제가 열리면 좋은 책을 싸게 구입할 수 있어서 자주 찾는다고 했다. “집에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려고 해요. 거실도 서재이고, 방도 하나 서재로 만들었죠.” 그는 아이들이 쉽게 책과 접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배려를 하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책과 친하게 지냈던 아들인 다한(13), 다운(8)은 평소에도 책 읽는 것을 즐기며, 문학과 역사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큰 아이인 다한(13)은 홈스쿨링을 하고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축제와 관련해서는 “와우북페스티벌이 지역축제를 넘어 이제는 서울의 축제라고 생각되는데, 이를 관람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우선은 멀리서 오는 사람들을 위한 주차공간이 없고, 어린 아이들이 물을 마시거나, 지쳤을 때 쉴 수 있는 공간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는 설명이다.

올해 와우북페스티벌은 20일까지 거리 도서전은 마쳤지만, 24일까지는 인근 카페를 중심으로 작가와의 대화 등의 행사를 진행한다. 혹시라도 와우북페스티벌을 놓친 분이라면 이번 주 목요일까지 근처를 지나다가 들러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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