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白岳)의 정상을 가다

admin

발행일 2009.09.01. 00:00

수정일 2009.09.01. 00:00

조회 2,561



시민기자 조중웅




일명 백악으로 불리우는 서울의 주산인 북악산. 기자는 얼마 전, 서울성곽 탐방행사에 참여했다. 이날 코스는 창의문에서 백악마루를 거쳐 숙정문을 지나 말바위 쉼터까지였다. 맑고 푸른 초가을 하늘의 정취 속에 창의문 쉼터에서 잠시 기다리자니 서울성곽 탐방에 참여할 시민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행사를 주관한 종로구청 관광산업과 정연수 씨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을 포함하여 40여 명이 참석하였다"고 전했고, 오늘 서울성곽 해설 및 안내를 맡은 시민단체인 서울KYC(청년연합) 소속의 자원봉사자 두 분도 소개하였다.

해설을 맡은 김명옥 씨가 먼저 도성의 역사와 사소문 중의 하나인 창의문(일명 자하문)에 관한 설명을 마치자, 우리는 2개조로 나누어 안내소로 이동하여 출입신청서를 작성한 후 출입증을 지급받았다. 그리고 백악마루를 향하여 기세 좋게 올라갔다. 아빠를 따라 탐방에 나선 초등학교 5학년생은 조금씩 계단을 오르면서 힘든 표정이 역력해 보였다. 그런데 그 옆에서 엄마와 같이 참여한 5살짜리 꼬마가 힘들어 하는 기색 하나 없이 깡충깡충 올라가는 모습이 하도 기특하여 다른 한손을 잡아 주었다. 도중에 또 다른 자원봉사자 김영해 씨의 설명을 들으며 정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김씨는 쉼없이 말을 하면서도 힘든 표정이 아니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문화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려는 해설사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서울 성곽은 북악산(342m, 백악), 낙산(125m), 남산(262m), 인왕산(338m)을 잇는 총길이 18.2km(59,550자)의 성곽으로, 613년 전인 1396년 농한기에 2두레 걸쳐 전국에서 인원을 동원해(1,2월에는 11만 8천명, 가을 농한기인 8,9월에는 79,400명) 완성되었고, 세종과 숙종 때 보수되었다.

드디어 정상인 342m의 백악 마루에 다다랐다.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은 병풍처럼 촤르륵 한눈에 아름답게 펼쳐졌고, 경복궁 근정전과 광화문광장까지 눈앞에 가까이 보였다. 이것이야말로 정상을 정복하여 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지 싶었다. 한 외국인은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맑고 푸른 하늘과 깨끗하고 맑은 공기에 감탄하고 있었다. 서울 대기의 질이 현저히 좋아졌다는 사실을 도심 속에서는 막상 느낄 수 없었으나 백악 정상에서 울창한 푸른 숲과 푸른 솔잎 가지를 바라보며 심호흡을 해보니 상쾌하기 그지 없었다. 서울성곽길 따라 백악(白岳)만이 가진 특권이 아닌가 생각하여 본다.

성곽의 각자(刻字)에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공사에 참여한 사람의 직책과 이름이 기록되어 있어 시민들이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그리고 그냥 지나치기 쉬운 소나무 한 그루에도 참가자들의 시선이 몰렸는데, 이 나무는 1968년 1월 21일, 북한 124군부대 김신조 외 30명의 무장공비들이 청와대를 습격할 목적으로 침투하였을 때 총격전으로 15발의 총탄 자국이 남아 있는 일명 1.21 소나무였다. 분단의 아픈 역사의 한 부분을 말해주고 있는 그곳에는 많은 시민들이 한동안 시선을 고정시키고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말바위 쉼터에서 김영해 자원봉사자는 600년 역사의 서울도성 성곽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과 지속적인 관심으로 우리 문화재를 보존하고 보호하는데 다 함께 노력할 것을 당부하면서 아쉬운 탐방을 마무리했다. 서울성곽 탐방에 참가했던 시민들은 즐겁고 만족해하는 표정으로 뜨거운 박수와 함께 끝인사를 대신했다. 서울성곽 탐방에 관심있는 시민들은 북악산 성곽 홈페이지(http://www.bukak.or.kr)를 참조하면 된다.

서울이 세계 속의 관광명소인 '하이 서울'로 거듭나기를, 그리하여 서울을 찾는 관광객이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광화문광장이요, 꼭 한번 올라보고 싶은 세계 속의 명산이 백악이 될 날을 기대하여 본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