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서울로 떠나는 정겨운 여행

admin

발행일 2009.08.06. 00:00

수정일 2009.08.06. 00:00

조회 4,474

이발소, 만화방, 다방, 전파사 등 6,70년대 골목길 재현

모처럼의 휴가를 서울에서 보내고 있다. 아니 서울을 지키고 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지난 주말 광화문광장을 구경하고 나서 그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이제는 ‘광화문에서 즐긴다’는 말이 실감 난다.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사통팔달 어디든 볼거리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4일 경복궁 뒤편의 국립민속박물관을 들렀다. 추억의 거리가 조성됐다는 얘기를 듣고 이내 달려간 것이다. 박물관 입구 오른쪽 야외전시장에 만들어진 6,70년대 우리네 골목길이 반긴다. 방금 개장식을 알리는 풍선이 생뚱해 보이지만 추억거리에 들어서며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상기된다. 잠시 과거로 회귀하려면 영화 필름을 빨리 되감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발소에선 추억때문에 길지도 않은 머리를 주인에게 맡기는 사람이 있다. 복날이지만 이발소 중심에 연탄난로가 턱 버티고 있다. 이발 후 직행하는 타일 세면대도 생각보단 널찍하다. 완벽하게 이발소 분위기가 재현됐다. 화개이발소 옥호는 실제 2007년까지 종로 소격동에서 근 50년 동안 영업을 했다고 한다. 요즘 사람들은 이해가 언뜻 안될지 모르지만 이발소는 멋쟁이들의 일류 유행을 창조하는 곳이었다. 때문에 이발소 주인장은 자기가 하는 일에 자부심이 대단했다.

몇 걸음을 떼면 고바우 만화방이 있다. 그런데 만화방보다는 그 앞에서 만드는 달고나 손님이 더 많다. 달고나를 휘젓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부풀어 오르고 모양을 눌러 찍어내는 과정은 언제나 재밌고 신기하다. 이번엔 건너편 약속다방에 얼굴을 밀어본다. 그럴 듯한 목소리로 음악을 들려주는 뮤직박스가 있고, 200원짜리 냉커피 요금표와 싸구려 호랑이 그림이 다방손님을 유혹한다. 이번에는 시장기가 도는지 국밥집 고향식당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음식모형이지만 나무식탁 위 국밥과 막걸리는 군침을 돌게 한다.

추억거리에는 이외에도 사진관, 복덕방, 의상실, 전파사 등 4,50년 전 골목길 풍경과 생활상들이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다. 9채의 건물이 길을 두고 좌우에 있다. 영화의 세트장으로도 손색 없다. 소품 하나하나가 고증을 거쳤다고 한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강원도에서 운행했다는 78년식 포니는 유물가격(2천만 원)으로 구입 전시하고 있다. 68년도에 사라진 광화문을 누빈 빨강 전차도 볼 수 있다.

500평도 안 되는 곳에 우리네 지나온 삶의 궤적을 압축해 담아내는 게 그저 신기하다. 예전에도 추억거리를 일정기간 전시한 적은 더러 있었다. 그러나 민속박물관은 추억거리를 상설전시할 예정이다. 나아가 내년에는 개항기의 시대상을 추가해 체험과 교육의 장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민속박물관 전배호(39) 학예연구사는, 추억거리는 6,70년대와 그 이후 세대 간의 소통의 장으로 마련됐다고 한다. 그는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가 누구보다 실감나게 그 당시 생활상을 잘 설명해 줄 것이라며, 이 전시가 세대 간의 대화와 유대를 강화하는 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시장을 돌아보면서, 추억이라는 단어를 새삼 떠올려봤다. 추억은 힘, 바로 에너지가 아닐까. 추억은 용기와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추억의 거리는 단순한 과거 전시장이 아니라 다양한 체험을 공유하는 살아있는 거리처럼 보인다. 사는 게 팍팍하다면 추억거리를 찾아 치열한 삶 속의 교훈을 되새기는 것도 신선한 정신요법이 될 것 같다. 물론 그것 또한 추억이 될 것이다.

추억의 거리 찾아가는 방법

▶ 장소 : 국립민속박물관 야외전시장
▶ 시간 : 매주 화요일 휴관
▶ 관람료 : 무료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기념하여 올해 12월 31일까지
무료 관람할 수 있다)
▶ 교통편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5번 출구,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거리

시민기자/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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