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단 정문의 귀환

admin

발행일 2009.02.23. 00:00

수정일 2009.02.23. 00:00

조회 1,933



시민기자 최근모




환구단 정문이 복원된다고 한다. 정확히 말해 강북구 우이동 옛 그린파크 호텔 출입문을 시청 옆 환구단 시민 광장으로 옮겨 오는 것이다. 원래 이 문은 환구단의 정문이었다. 40년 전에 우이동으로 옮겨진 것이다. 어떤 사연으로 산자락에 위치한 호텔까지 가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 돌아온다니 다소나마 위안을 삼는다. 어디 환구단의 기구한 운명이 이 문에만 있겠는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보았던 1897년 대한제국 시절 환구단의 원래 모습은 현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대부분의 유적이 사라져 그 행방을 알 수 없다.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황궁우와 석고뿐이다. 그나마 황궁우는 높게 솟은 도심 빌딩들에 포위되어 조각 하늘만 겨우 볼 수 있다.

고종이 황제에 올라 신하들을 거느리고 하늘에 제를 지내기 위해 지은 곳이 환구단이다. 황궁우는 태조를 고황제로 추존하고 그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석고는 돌로 만든 북인데 새겨진 용 무늬가 몇 번을 봐도 힘이 넘쳐난다. 대한제국은 1897년부터 국권을 빼앗기는 1910년까지 13년 정도의 아주 짧은 시기이다. 그러나 이 기간에 너무나 많은 역사적 소용돌이가 몰아친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강탈당하고 1910년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는 슬픈 역사의 파란이 모두 이 시기에 일어난다. 그런 한 많은 대한제국의 운명과 환구단은 그 길을 같이 걷는다. 고종이 황제에 오르면서 그 상징으로 거처하던 경운궁(현 덕수궁) 바로 옆에 지었던 환구단을 일제는 1913년 헐어버리고 그 자리에 철도호텔을 짓는다. 지금 우이동에서 발견된 환구단 정문처럼 당시에 목조 유적들은 해체되고 뜯겨 호텔의 출입문이나 부잣집 현관문 또는 정원의 미관을 살리는 목재로 팔려갔다.

이런 슬픈 현실은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단지 우리가 모르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는 것일 뿐이다. 경희궁의 정문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 모 호텔의 출입문 역할을 하다 다시 자리를 찾아 돌아온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경복궁의 정전 역할을 하는 곳이 근정전이라면 경희궁의 정전은 숭정전이다. 이 정전이 지금은 법당으로 쓰이고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현재 경희궁 자리에 있는 정전은 단지 복원을 해놓은 것일 뿐이다. 일제강점기 동안 목조건축은 그렇게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일본인들과 돈 있는 자들에 의해 거래되어 팔려나갔다. 우리는 이제 좀 더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살펴보자. 이름 모를 오래된 고건축물이 맞지도 않게 현대식 건물의 출입구나 조형물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는지, 그것이 잃어버린 궁궐의 서까래일 수도 있고 유적지 목조건축의 일부일 수도 있다. 모두 찾아내고 다시 원래의 자리로 옮겨오기에는 우리가 가진 자료는 너무나 빈약하다.

이번 환구단 정문의 귀환을 환영한다. 그러나 아직 문제는 남아있다. 환구단이 있는 자리가 어디인가? 중구 소공동 중심지다. 빌딩, 호텔로 둘러싸여 있다. 그 말은 땅값이 천문학적인 액수라는 것이다. 돈이 있다고 마음껏 확보할 수 있는 땅도 아니다. 쉽게 원 자리를 찾아 정문이 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광복은 되었지만,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목조건축물에게는 아직 광복은 먼 이야기 같다.

환구단 정문이 발견되었다는 강북구 옛 그린파크 호텔을 찾아 가보았다. 그곳에 도착했을 때 이미 주위는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문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해체 작업이 끝난 상태였다. 옮기려고 쌓아놓은 기와와 해체된 목조물만 보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올해 환구단 시민공원으로 귀환한다고 하니 그때 다시 한번 찾을 생각이다. 환구단 유적은 무척 중요하다. 대한제국 시기의 대표적인 유적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 당시의 유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다시 한번 환구단 정문의 귀환을 가슴으로 환영한다.

♣ 찾아가는 길

1,2호선 시청역에서 하차한다. 서울시청 건물 앞으로 간다. 소공동 방향으로 이어진 지하도를 건너면 바로 앞에 환구단 시민 공원이 나온다. 공원에서 조선호텔이 보인다. 그 방향으로 걸어가면 환구단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시청 바로 옆인데 높다랗게 솟은 호텔과 빌딩들로 인해 눈으로 찾기는 쉽지 않다. 그 길이 복잡하다면 아예 조선호텔로 가면 뒷쪽에 자리한 환구단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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