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현충원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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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02.06. 00:00
시민기자 이혁진 | ||||
지난 주말 국립서울현충원(옛 국립묘지)에서 열린 성재(誠齋) 이동휘 선생(상해 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 서거 74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고 모처럼 현충원 한 바퀴를 돌아봤다. 70년대 초반 참배하고서 근 35년 만이다. 물론 그간 매스컴을 통해서도 잘 알려져 친숙한 공간이지만 이렇게 광대한지 몰랐다. 여의도 공원의 7배 규모, 관리기관의 표현대로 세계 최고의 민족 성역이자 호국 시민공원이다. 시민공원은 최근 달라진 장묘문화를 반영하는 표현으로 반가운 이름이다. 뭣보다 예전과 달리 평온하면서 한적한 공원 분위기가 묘지라는 엄숙한 환경을 희석시켜준다. 아늑하고 편안한 유택(幽宅)의 포근한 연출이랄까. 유가족들만 들르는 배타적 성역이 아니라는 것은 현충원을 이용하는 수많은 사람의 건강한 표정과 옷 색깔에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산책길과 숲 속의 벤치는 언제든 한가롭다. 현충원을 감싸 도는 외곽도로는 인근 동네주민은 물론 걷기 마니아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산책 구간이다. 아스팔트도로가 묘지관리상 불가피하지만 산과 묘역을 가르는 꾸불꾸불한 호젓한 산책길은 현충원의 숨겨진 명소다. 걸으면서 내려다보이는 여러 묘역들의 촘촘한 비석과 헌화들은 그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이다. 산책길에서 만난 한 사람은 미술관 같은 현충원을 매일 찾는다고 한다. 산책길이 그만큼 사색하기에 좋다는 것이다. 그는 현충원의 아름다운 사계(四季)도 자랑삼아 들려준다. 곳곳에 조성한 연못과 정원 그리고 숲 등은 나들이를 즐겁게 하는 또 다른 경관이다. 장병 묘역 앞에 홀로 있는 벤치는 마치 참배객과 고인을 함께 배려한 것 같아 고적하면서도 인상적인 느낌이었다. 현충원의 전망도 그만이다. 특히 장군 제1묘역에 올라서니 동작대교, 반포대교 등 한강에 도열한 다리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현충원이 배산임수의 명당이라는 것이 실감 난다. 호국의 달 6월에만 바쁠 것 이라는 생각은 이내 사라졌다. 연간 1백만 명이 참배한다고 한다. 유가족보다는 일반시민과 자원봉사자 등 참배객이 훨씬 많다. 묘지관리가 개인과 기관 등 결연 자원봉사자의 손에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또한 묘지마다 바쳐진 헌화도 대부분 일반 참배객의 헌화 성금으로 만들어 진 것이다. 서울현충원은 만장(滿葬)상태이다. 더는 쓸 묘지가 없다. 이제 현충원은 참배객만이 찾는 곳이 아닌 열린 공간으로 변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에게 산 교육장으로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애국지사묘역 제단에 적힌 한마디는 영원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조국과 겨레는 나의 사랑, 나의 영광, 나의 힘, 나의 생명 그를 위해 짧은 일생을 바쳐 그와 함께 영원히 살리라” 오랜만에 현충원을 산책하며 새삼 느꼈지만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이 우리 가까이 계시는 것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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