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많은 시장 ?

admin

발행일 2009.02.05. 00:00

수정일 2009.02.05. 00:00

조회 2,444



시민기자 장경아




동묘 벼룩시장과 풍물시장을 둘러보니 무엇인가 남다르다. 한참 만에 남자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것도 여자들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발 내딛을 틈도 없을 정도의 남자들 세상이라니. 그만큼 남자들이 좋아하는 물건들이 많은가 보다.

서울 풍물시장. 풍물시장이 자리를 옮긴 뒤로 좀처럼 가볼 기회가 없었다. 집 앞에서 370번을 타고 도착한 곳은 신설동역이다. 이곳 정류장에 내리면 풍물시장 안내판이 걸려있고 만국기가 길을 안내한다. 조금 걸어 들어가니 돔 형식의 풍물 시장이 보였다.

안에는 색깔별로 구획을 정리하고, 1층과 2층으로 분리된 구조다. 1층에서 2층으로 가는 길은 계단이 아니라 복도식이어서 새로웠다. 유모차, 휠체어도 쉽게 오를만한 각도다. 파란동, 주황동 각 색깔이 다른 통로를 따라 파는 품목이 다르고 주말이라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흥정이 이뤄지는 곳은 거의 없었나 보다. 푸념 섞인 상인 아저씨가 오늘의 매출을 말해주는 것 같다. 구경꾼들에 지쳤는지 “나도 좀 팔아봅시다”라고.

어릴 적 보던 물건들이 이곳에 다 모여 있다. 만화주인공 아톰부터 한 집에 하나씩은 있었을, 못난이 삼형제 인형은 아직도 못난 얼굴 그대로다. 우리 집에 부부싸움을 하게 만든 주인공. 전축도 있었다. 아버지가 좁은 집에 비싸고 커다란 전축을 사서 엄마를 속상하게 했던 기억이 난다. 가수 나훈아 씨의 LP판도 한 켠에 있다.


집에 몇 개씩 있어 스케이트처럼 타고 놀았던 주판도 보인다. 자수정으로 깎은 포도송이에 군침이 돌고, 밤을 구워먹던 화로도 거기 있었다. 그저 신기하기만 했던 타자기도 시간의 흐름 뒤에 있었다. 풍물시장에 오면 추억을 곱씹는 시간인가. 잊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풍물시장 구경을 마치고 내친 김에 종로3가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조금만 걸어가면 될 것 같았는데 무려 5시간이나 걸렸다. 물론 중간에 동묘 앞에 열린 벼룩시장도 구경하고, 왕찐빵, 야채 빵을 사먹기도 했다. 동묘 앞 벼룩시장은 정말 말 그대로 별걸 다 팔았다. 그냥 버려질 것 같은 물건들도 이곳에 오면 상품 가치가 있나 보다. 가격도 몇 천원부터 몇 만원까지 다양하고 공구부터 신던 신발, 옷 등 없는 것 없이 좌판이 펼쳐져있다.

풍물시장에서 산 두툼한 스포츠 양말이 세 켤레 천 원. 걸어가다 좌판에서 이천 원에 산 카메라 접사용 삼각대가 오늘 찾은 보물이다.

오늘 짧은 외출에서 다소 아쉬운 것도 있었다. 풍물시장 안의 음식코너에 현란한 메뉴판과 비닐 천막, 어디든 안 빠지는 술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제는 포장마차 개념에서 벗어나 식당과 카페가 접목된 휴식공간이 될 수 있는 아이템이 더해졌으면 싶다. 그리고 외떨어져있는 풍물시장과 연결되도록 동묘, 종로까지 뻗은 도로에 주말 벼룩시장이 열리다면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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